"국정원 사태, 빨리 잘못 시인하고 용서해야 끝날 일"

[인터뷰] 창원 작은교회연합회 시국기도회 연 공명탁 목사

등록 2013.08.24 21:09수정 2013.08.2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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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하나교회 공명탁 목사. ⓒ 윤성효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

창원지역 개신교 '작은교회연합회'가 지난 18일 하나교회(창원YMCA 2층)에서 '국가정보원 바로 세우기 시국기도회'를 열면서 발표한 시국선언문의 첫 문장이다.

맞는 말이고, 누구나 그렇게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사실 이 말은 진실을 감추고 있는 사람한테는 너무나 무서운 말이다. 작은교회연합회 교인들은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 개입사건에 대한 진실이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라 믿고 있다.

창원 하나교회, 한교회, 정금교회, 선한사마리안교회, 씨알교회 소속 교인들이 시국선언했던 것이다. 이날 시국기도회를 이끈 하나교회 공명탁(58) 목사는 "늦었지만 그래도 기도회를 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밝혔다.

공 목사는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대통령이 정의와 진실 앞에서 당당해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모든 것들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는데 감춘다고 감출 수 있는 것인가?"라며 "지금이라도 빨리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해야 빨리 끝날 일이지 감추고, 감싸고, 물탄다고 될 일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조만간에 이 지역 교회 가운데서도 기도회는 몰라도 시국선언이라도 나오길 바란다"며 "이 지역에서 종교인 모임이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서라도 범종교 차원의 한목소리가 나오길 기대해본다"고 밝혔다. 다음은 공명탁 목사와 21일 나눈 대화 전문이다.

"촛불은 투쟁이 아니라 참회여야... 불길이 되고 물결이 돼야 한다"


- 작은교회연합회의 시국선언은 어떤 계기로 하게 되었는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진보적인 교인들이 현실문제에 대한 교회의 침묵, 그리고 교인들의 무관심을 늘 아쉬워했다. 교파나 기구의 성격보다는 평소 가까이 만나는 사람들 중심으로 작은 모임이라도 만들어 보자는 소박한 심정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모이다 보니 작은 교회의 모임이 되었고 지난 몇 년 동안 주로 친목 중심으로 모였다.

그러다가 최근에 실무팀이 새롭게 꾸려지고 자체 모임을 정비하고 모임의 위상과 사업의 내용을 고민하던 중에 작은교회연합 차원의 기도회를 기획하고 목회자들과 교회의 인준을 받고 시국선언을 하기로 했던 것이다."


- 시국선언을 준비하면서 주변에서는 어떤 반응이었는지.
"제가 직접 실무선에서 논의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장감을 구체적으로 느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우리 교회에 공지가 되고 참석을 독려했을 때 거의 100% 찬성·지지했다. 그러면서도 몇몇 공직을 가진 사람들은 조금 난감해 했고 스스로 참석 불가를 결정하는 편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 혹시 반대하는 교인은 없었는지.
"사안이 사안인 만큼 대놓고 반대하는 교인들은 없었다. 우리 교회 교인들의 참석률이 90% 이상인 반면 다른 교회 교인들의 참석률이 다소 떨어진 것은 반대보다는 일시, 장소 등의 문제로 짐작할 수 있었다."

-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이 알려진 게 상당한 기간이 지났는데, 개신교의 시국선언이 다소 늦었다고 보지 않는지.
"늦었지만 그래도 기도회를 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고, 이번의 경험을 되살린다면 앞으로는 무슨 일이든지 더 신속·조직·체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지금 천주교나 불교 그리고 원불교까지도 이 대열에 동참하고 있지만 개신교는 진보적인 교단이나 교회들의 참여만으로 최소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것은 대부분의 보수교단들이 1968년 3선 개헌 지지 이후 정치권과 밀월관계를 유지하면서 경제성장과 함께 교회성장을 나누어 가질 수 있었고 신학적으로도 성장과 부흥이 우선 과제였기 때문에 약자의, 약자에 의한, 약자를 위한 교회가 될 수가 없고 정의, 평화, 생명은 2차 주제로 밀려 났기 때문이다."

- 최근 국가정보원 사태와 관련해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는데, 어떻게 보며 계속될 것이라 보는지.
"계속될 것이라기보다는 계속되어야 한다. 지금 정부나 집회를 이끌어가는 단체들 모두가 숫자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승리는 숫자가 아니라 정의와 진실이다. 최종에는 한두 사람이라도 촛불을 켤 수 있다면 정의와 진실이 이기는 것이다.

그리고 밖의 어둠도 중요하지만 촛불을 통해 득보려는 껍데기들 또한 발붙일 틈을 주지 않아야 한다. 우리 역사 속에서 죽 쑤어서 개 준 적이 한두 번인가? 우리가 언제까지 이전으로 돌아가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할 것인가? 그러므로 촛불은 투쟁이 아니라 참회이어야 하고 참회는 개인을 넘어 공동고백, 한 마음 한 뜻, 불길이 되고 물결이 되어야 한다. 정의와 진실이 순수할수록 촛불은 더욱 빛날 것이고 정의와 진실로 세우는 촛불만이 전진일 것이다."

- 국정원 사태와 관련해 국회에서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어떻게 보는지.
"모든 것들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는데 감춘다고 감출 수 있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빨리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해야 빨리 끝날 일이지 감추고, 감싸고, 물 탄다고 될 일인가? 백성들의 수준도 옛날과 다르지 않는가? 성경에 돌이 소리친다는 말이 나오는데 지금 어린 아이들조차 일어난다면 이 사태가 어떤 사태인지 짐작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방귀 뀐 놈이 성 낸 것처럼 그리고 얼마나 든든한 백을 갖고 있는지 몰라도 법이나 국민을 그렇게 우롱해도 되는 것인가? 이 나라에는 정말 법도 정의도 없는 것인가?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물론 그렇게까지 해야 밥 먹을 수 있는지는 몰라도 정말 철면피와 청맹과니 같은 국회의원들이다. 어떻게 백주에 국민들이 다 지켜보는 앞에서도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어린아이들조차도 다 알 수 있는 일인데 공부 잘하고 많이 배우면 다 그러한가? 태도 말, 표정 다 역겹고 불쾌하니 누구를 위한 어느 나라 국회의원인지 알 수가 없으니 절망이지만 그래도 희망할 수 있는 것은 절망이 곧 희망이기 때문이다."

"부정선거 해놓고 사과가 가당한가? 우선 내려놓고 국민 심판 기다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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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하나교회 공명탁 목사. ⓒ 윤성효


- 시국선언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는데,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들 가운데 어떤 부분이 그렇다고 보는지.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들이 지시에 따른 것이든 과잉충성(?)이든 간에 불법으로 선거에 개입해서 여론을 조작했다고 한다면, 그리고 그 여파로 박빙의 승리로 대통령이 되었다고 한다면 책임자 처벌이나 대통령의 사과만으로 무마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는가? 나 개인적인 입장은 사과가 아니라 대통령직에서 내려오는 것이다.

부정선거 해놓고 사과가 가당한 일인가? 우선 내려놓고 국민들의 심판을 기다려야 법이 살고, 국민을 높이는 일이지 부정을 방관하면서 버티기로 일관한다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을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지 않는가? 그런데도 해보는데 까지는 해보자는 식이라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되겠는가?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대통령이 정의와 진실 앞에서 당당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 국정원 사태와 촛불집회 등에 대해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어떤 생각하는지.
"개인의 양심에 호소하기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 정부 스스로 '언론 자유의 지킴이'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대통령이라도 지지자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반대자의 말에도 귀 기울일 수 있다면 더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 '국정원 바로 세우기' 시국선언 뒤 교계나 주변에서는 어떤 반응이었는지.
"김해에서 목회하시는 목사께서 <오마이뉴스>에 난 기사를 보시고 전화해주셨고, 경북에 계시는 어머니께서 그 지역 CBS TV를 보시고 전화해주셨다. 언론 보도를 보고 전화해주신 분들이 몇 분 계셨고, 교단 지역 후배들이 적극 지지해주는 정도였다. 시국기도회로 교회나 교인들(공직자)이 혹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하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긴 했지만 시국기도회나 집회 참여는 국민의 자유이고 법적으로도 허가 된 사항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겁먹지 말고 당당할 것을 권면했다."

- 시국사건에 대해 종교 지도자들이 나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종교는 궁극적으로 남을 위한 종교, 약자의 편이 될 때 산 종교가 되는 것이고 종교인 또한 남을 위하고 약자의 편이 되는 삶을 사는 자들이다. 그런데 어린 학생들까지도 일어서는 판인데 종교지도자라면 당연히 일어나야 하지 않는가? 그리고 지금은 가톨릭 불교 그리고 원불교까지 참여하고 있는데 조만간에 이 지역 교회 가운데서도 기도회는 몰라도 시국선언이라도 나오기를 바라고, 이 지역에서 종교인모임이 활성화되어는 않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서라도 범종교 차원의 한 목소리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지금 지역에서 국정원집회가 열리는데 매번은 참석하지 못하지만 기회가 되는 대로 참석하고 한다. 처음에는 나도 숫자가 너무 적으니까 나라도 자리를 채워주자는 심정이었지만 이제는 내가 좀 더 자주 참석해서 비록 나 혼자지만 그래도 목사가 참석하는 집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국가정보원 #시국선언 #창원 작은교회연합회 #공명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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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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