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반과 일반반 아이들의 학습여건은 큰 차이가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일반고등학교 점프-업' 추진계획이 실행되면 일반고등학교들은 '거점학교'와 '일반학교'로 나뉠 것이라 전망된다.
김지현
지난 2007년 <오마이뉴스>에 고등학교가 이른바 '특별반'을 별도로 운영하는 건 반교육적이라는 기사(관련기사 :
상위권 학생만을 위한 '특별반'을 아시나요?)를 썼다가 기사 속에 언급된 고등학교의 선생님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그들은 "너희 학교나 신경 쓰라"는 말까지 했다. 당시 '특별반'은 정도의 차이는 있었을지언정 학교마다 '심화반', '서울대반', '연고대반', '영재반' 등의 다양한 명패를 달고 공공연하게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당시 그 학교가 운영하던 특별반의 실상은 이랬다. 정규 수업만 함께 받을 뿐, 이후 일과는 별도로 운영됐다. 방과 후 수업 내용은 물론, 공부하는 공간도, 시간도 모두 '특별'했다. 수준별 수업과는 차원이 달랐는데, 특별반 아이들은 입학과 동시에 선발된 '학교의 명예를 빛낼 아이들'로서 부모와 학교에 의해 별도로 관리됐다.
당시 아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극소수의 특별반 아이들 교실은 무더운 여름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가는 천국이었고, 다수의 '일반반' 아이들 교실은 더운 바람만 뿜어대는 선풍기 몇 대가 힘겹게 돌아가는 찜통이었다고 한다. 단지 두 교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차이는 '공부를 잘 하고, 못 한다는' 오직 그것뿐이었다.
폐쇄적으로 운영됐기에 '일반반' 아이들과는 교류 자체도 거의 없었다. 예컨대, 그들끼리만 친구 관계가 형성돼 특별반 아이들은 밥도 그들끼리만 따로 먹고, 심지어 성적표가 나와도 보통 아이들 것과는 비교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들은 그 자체를 수치스럽게 여기기 때문이다. 졸업한 제자가 천연덕스럽게 들려주는 이 이야기는 현직 교사로서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그로부터 몇 해가 지나 내가 일하는 지역에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된 뒤 학교마다 '공식적으로' 특별반이 해체됐지만, 지난 이명박 정부의 고교 서열화 정책이 추진되면서 스멀스멀 다시 살아나고 있는 형국이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서울시교육청의 '영수 과외 교실' 운영 방침이 일반 고등학교 살리기 대책으로 끼워져 발표된 것이다. 이것만 놓고 보자면, 6년 전으로의 완벽한 퇴행이다.
'고교 서열화 정책' 폐기하면 될 일'뉴 밀레니엄'이라고 떠들썩했던 21세기가 시작된 지도 10년 하고도 3년이 더 지났다. 새 시대의 강산이 변하고도 남았을 시간이 흘렀다. 우리 교육도 이제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되지 않았나. 언제까지 밑도 끝도 없는 '경쟁'만 부르짖으며 '수월성 교육' 운운해야 하는가. '한 명의 인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그럴 듯한 말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됐음을 우리는 목도하지 않았는가.
교육의 중심은, 공부를 잘 하든 못 하든 '아이들'이다. 교육청의 주장대로, 일반 고등학교 학생들을 '점프-업'시키고자 한다면, 일반 고등학교 학생들마저 성적으로 등급화하려는 이번 방침을 재고하고 인과관계를 찾아 정석대로 문제를 풀면 된다. 모범 정답이 뻔히 보이지 않나. 우리 교육을 황폐화시킨 기존 정부의 '고교 서열화 정책'을 폐기하면 된다.
특별반과 심화반 등 이런 '류'의 학교 내 반교육적 운영 행태가 이제 교육계에서 사라질 것으로 여겼지만, 애꿎게도 서울시교육청이 새로운 정책이라고 내놨다. 참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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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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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의 '일반고 살리기'가 반교육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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