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대교 고공시위 그린피스 활동가에 '벌금형'

집시법 위반 등 적용 최고 500만원 벌금형... 그린피스 "탈핵 캠패인 이어나갈 것"

등록 2013.08.22 20:08수정 2013.08.22 21:32
0
원고료로 응원
 22일 오후 광안대교 고공시위 혐의로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서 재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밝게 웃고 있다. 앞선 공판에서 검찰은 이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바 있다. 왼쪽부터 밴 팜(27·미국), 송준권(41·한국), 이준따(28·대만), 무하마드 아드호니아 카나리시아(29·인도네시아).
22일 오후 광안대교 고공시위 혐의로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서 재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밝게 웃고 있다. 앞선 공판에서 검찰은 이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바 있다. 왼쪽부터 밴 팜(27·미국), 송준권(41·한국), 이준따(28·대만), 무하마드 아드호니아 카나리시아(29·인도네시아). 그린피스

'원자력발전소의 비상계획구역 확대' 등을 요구하며 부산 광안대교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들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22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3단독(판사 사경화)은 그린피스 활동가 중 한국인인 송준권(41)씨에게는 벌금 500만 원, 나머지 외국인 활동가 이준따(28·대만), 무하마드 아드호니아 카나리시아(29·인도네시아), 밴 팜(27·미국)에게는 각각 벌금 300만 원씩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들 활동가의 시위가 "실정법을 위반한 것임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고, 피고인들이 공단 직원들의 만류에도 52시간 동안이나 시위를 계속함으로써 부산광역시시설관리공단은 적지 않은 유무형의 피해를 입었다"면서 "광안대로를 이용하는 다수의 시민들 역시 불편을 겪은 점 등의 사정도 참작된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이들의 행위가 "원전사고 안전대책 부족에 관한 정부나 시민들의 경각심 고취라는 전적으로 공익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물리적인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범행의 동기나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있어 참작할 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들은 지난 7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부산 광안대교 주탑 케이블에 매달려 농성을 벌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특히 이번 재판은 이례적으로 외국인 NGO 활동가들이 정식 재판에 회부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업무방해죄는 '무죄'... 그린피스 "실효성 있는 방재대책 마련해야"

 지난달 10일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부산 광안대교 주탑에 매달린채 원전 대피구역 확대를 요구하는 고공 시위를 벌이던 모습.
지난달 10일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부산 광안대교 주탑에 매달린채 원전 대피구역 확대를 요구하는 고공 시위를 벌이던 모습. 정민규

당초 검찰은 이들에게 징역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지난 9일 공판에서 이들에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집시법),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고 송 씨에게는 징역 10월, 나머지 활동가들에게는 징역 6개월씩을 구형했다.


하지만 그린피스 측은 검찰의 실형 구형에 반발했다. 그린피스는 공동주거침입과 집시법에 대한 위법은 인정하면서도 업무방해 혐의는 부인했다. 그린피스는 자신들의 비폭력 행동 원칙을 근거로 위력과 폭력의 사용 여부가 중요한 업무방해죄의 구성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선고유예나 최소한의 벌금형이 적당하다는 뜻을 재판부에 전달했다(관련기사 : '광안대교 고공시위, 그린피스 활동가들의 운명은?')

이에 법원은 쟁점이 됐던 업무방해 혐의에서는 무죄를 선고하며 그린피스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활동가들이) 공단 직원들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자신들의 안전을 무기삼아 공단 직원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위협하는 등 어떠한 세력을 행사한 것이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가 업무방해죄에 있어서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이들이 주탑의 출입문을 로프를 이용해 임시로 막은 것의 정도가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만큼 과하지 않고, 이들의 행위로 인해 부산시설관리공단 등의 업무가 방해됐다고 볼 수 없다는 점도 업무방해죄에 대한 무죄의 이유로 들었다.

그린피스 측은 재판 결과에 환영의 입장을 표하면서 원전 방재대책 마련을 거듭 주문했다. 장다울 그린피스 선임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시민들에게 원전의 위험성을 알리고자 평화적 시위를 벌인 활동가들에게 과도한 처벌을 하려 한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거듭 유감을 표한다"며 "그린피스는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하루 빨리 실효성 있는 방재대책을 마련하도록 요구하는 등 탈핵 캠페인을 이어갈 것"이라 밝혔다.
#그린피스 #고리원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3. 3 남편 술주정도 견뎠는데, 집 물려줄 거라 믿었던 시댁의 배신 남편 술주정도 견뎠는데, 집 물려줄 거라 믿었던 시댁의 배신
  4. 4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5. 5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