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종교지도자의 상습도박

등록 2013.08.29 17:09수정 2013.08.2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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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고 있는 한 목사님의 고백에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월요일 쉬는 날 종교지도자들이 모여 상습적인 놀이문화를 만끽한다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농담인줄 알았지만 지역 인근에 이웃 종교인들까지 모여 하기도 하고,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원정을 가 친목놀이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지난해 조계종은 백양사 도박사건, 행정 최고 지도자급의 성매매 의혹 논란으로 도덕성이 크게 실추되었다. 그 일환으로 '자성과 쇄신 결사본부'라는 특별한 조직이 만들어졌고 1000일 동안 생명평화 기도가 500일을 맞아 소박한 기념행사까지 진행했다.

그런데 최근 조계종 중앙종회 부의장을 지낸 장주스님이란 분이 도박장 개설, 상습 도박으로 포항지청에 자수서를 제출하고, 16명을 자신과 함께 처벌해 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조계종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16명 가운데 일부 스님은 장주스님을 무고죄로 고소해 진실 공방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도박장 개설 장소가 B교구 본사 사찰, O장학재단 인데 이곳은 조계종에서 매우 상징적인 곳이다. 사찰이야 특별히 언급하지 않아도 아는 곳이니 언급할 필요가 없다.

O장학재단은 설립자 스님과 어머니의 이름을 따 만들었고, 거론 되는 스님이 주로 생활하는 공간이다. 자수하고 폭로한 분은 지하 2층 지상 6층의 이 건물 맨 위층에서 상습 도박을 했고 금고에서 돈을 빌려주는 등 도박장을 개설했다고 주장했다. 자세하게 내부 배치도와 동선까지 검찰에 제출했다는 주장도 있다.

조계종 대변인은 수 차례의 공식적인 부인 입장만 내놨다. 아직까지 O재단이나 당사자 스님 개인의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O재단은 장학금 지원뿐만 아니라 소년소녀 가장, 독거 어르신 등 생활이 어려운 이웃들도 지원해왔다. 은사스님의 뜻이 이웃의 어려움을 보살피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그런 재단이 일반언론에 언급되면서 명예가 실추되고 있는데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다.

한편,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는 지난 8월 24일 성명을 발표했다. 2000여 명의 하안거결재(여름집중수행)를 마친 수행자들을 대표해 아주 강력한 입장을 발표했다. 특히 과거 수좌회 임원진 십여 명이 결정해 준비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아래로부터 다양하고 치열한 논의를 거쳐 몇 번의 수정을 거쳐 나온 성명서라고 한다. 주요 주장을 살펴보면 ▲ 자승원장은 불교광장 및 여타의 수단을 통한 연임 기도를 즉각 중단하고 퇴임하라 ▲ 자성과 쇄신 결사의 미명 아래 진행되는 특정인의 연임 획책을 즉시 중지하고 참회하라 ▲ 지난 도박사건 이후 수좌회와 약속한 8개 사항을 이행하기는커녕 연임을 기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혼란의 책임은 자승원장에게 있음을 밝혀둔다 ▲ 전국선원 수좌회는 덕망과 수행력을 갖춘 스님다운 스님이 총무원장으로 선출되기를 바란다 등이다.


이번 성명서는 과거 성철스님을 기억하게 하는 봉암사 수좌 적명스님의 지도가 결정적이었다고 알려졌다. 대부분의 선원 수행자 스님들이 존경하는 스님의 입장과 대부분의 선원장 스님들과 유나스님들이 동의하였다고 한다. 모 교구본사 선원을 중심으로 100여 명의 스님들이 서울 종로 조계종 총무원 1층 로비에서 재임포기 선언 때까지 침묵 정진을 한다고 한다. 사회로 보면 연좌농성이라고 표현하면 맞을 것 같다. 어느 선임 기자는 2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한다. 

한편 봉암사 적명스님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기만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현재의 상황이 앞으로 30년가량 지속된다면 조계종단이라는 종명이 지속될 수 있겠느냐"며 "더 이상 머뭇거리고 지체할 시간이 없다, 망할 조짐으로 꽉 차있다, 그릇을 확실하게 비우고 새로운 판을 짜야 종단의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선원수좌회 임원진 스님들은 '자성과 쇄신'의 명분으로 현 원장 스님을 비호하는 듯한 모양새를 만들고 있는 D스님을 실명으로 비판하자는 지적이 많았다고 한다. 최근 적명스님은 조계종 교육원장 스님 등 소위 개혁적인 집행부 그룹의 스님들에게 성명서의 주장보다 더 강력한 지적을 했다고도 한다.


적명스님은 "총무원은 겉으로 자정과 쇄신을 하겠다고 하는데 결혼증명서(은처)까지 나온 스님을 퇴출하지도 못하고 있다"며 "징계 책임자 이야기를 들어봤더니, '그(은처승)가 총무원 기득권자들의 약점을 쥐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없다'고 하더라, 상황이 이런데 구태를 벗어던질 수 있겠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적명스님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불교계의 타락상도 정화할 방법으로 무소유를 실천할 수 있는 법과 제도적 장치를 제안했다.

한편, 불교계 시민단체의 한 곳인 참여불교재가연대 전문기관 교단자정센터(아래 자정센터, 원장 김종규)는 지난 22일 오후 포항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계종 고위급 승려 도박 의혹 사건과 관련, 장주스님과 종상스님에 대한 구속수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과 검찰에 접수한 촉구서를 통해 이들은 "장주스님의 자수서 제출 이후 45일의 시간이 경과했다"면서 "출가자와 불자들의 위의가 참혹하게 훼손당하고 있는 점을 살펴 검찰은 엄중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정센터는 "불국사 경내에 도박장을 개설했다는 진술이 있고, 두 사람의 출입국 기록이 일치했다는 점이 확인된다면, 종상스님이 도박장 개설 및 상습도박죄이든 장주스님이 무고죄이든 두 스님 중의 하나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정센터는 이어 "무엇보다도 투명해야 할 최대의 관람료사찰 불국사의 스님들이 도박을 했고 경내가 도박장소로 제공되었다는 폭로의 내용상 두 스님에 대한 신속한 수사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면서 "두 스님 중 현재까지 수사과정상 혐의가 명백히 드러난 한 스님을 구속 수사하여 구속 기간 내에 사건을 신속하고 엄중히 처리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불교계 평신도들로 구성된 단체에서 현 총무원장을 만드는데 일등공신이라고 알려진 모스님을 구속수사 하라고 촉구하는 것은 매우 특별한 사례이다. 종교지도자 가운데 상습도박이 놀이문화·친목게임이라고 하며, 중독에 빠진 이는 없는 지 눈 밝은 평신도들이 잘 살펴보아야 한다. 조계종의 일부 고위급 스님들의 도박 중독 의혹, 이번에는 치유될까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손상훈씨는 소셜리서치앤멘토르 기획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불교 #종교지도자 #상습도박 #자승스님 #적명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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