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울산 동구청이 문화재청에 보낸 '울산대왕암공원 명승지정 심의보류요청' 공문. 이를 막지 못한 문화원의 역할이 아쉽다
하지만 한 해 시민 예산 3억 원 가량을 지원 받아 지역문화를 살리는 일을 하는 동구문화원은 명승이 취소되는 중요한 순간에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고 문화원장 자리를 두고 감투 싸움이나 하고 있었다. 기자는 물론 많은 주민들이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울산 동구문화원은 오는 9월 9일 이사회를 열어 문화원장 선거를 논의한 뒤 11월에 선거를 치른다고 한다. 선거의 방식과 진행을 두고 또 파행이 벌어질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울산 동구, 산업과 문화를 연계하는 관광산업 아쉬워1990년대 중반에 울산 동구로 이사온 기자는 이곳의 역동적인 모습에 놀랐다. 세계 최대의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이 도시 중앙에 자리잡은 동구는 아침이면 수천, 수만 명이 오토바이로 출근한다. 저녁이면 술이 떡(?)이 된 채로 자신의 오토바이를 손으로 밀며 집으로 향하는 수많은 중년 남성들의 모습도 이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명물이었다.
하지만 동구에 살수록 더 경이로웠던 건, 현대중공업이라는 세계 굴지의 조선소 외에도 이 지역의 문화 환경이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됐고, 볼수록 오묘한 바닷가 풍광들이 즐비하다는 사실이었다.
1765년에 제작된 문헌 <울산부지지도>에는 현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 일대를 신라시대 왕들의 휴향지인 어풍대(御風臺)라고 기록했다. 1800년 <경상도읍지>나 1871년 <영남읍지>도 마찬가지다. 1895년 고산자 김정호의 <청구도>에는 대왕암이 있는 울산동구 일산만과 전하만을 함께 '어풍대'로 기록했다.
어풍대는 동구 일산동 바닷가 일대의 문무대왕(비)의 수중릉을 왕들이 지켜보는 데 썼다고도 전해진다. 대왕암을 비롯해 거북바위, 어풍대 등 기암괴석이 청정 바다와 어우러진 절경을 왕들은 즐겼을 것이다.
하지만 어풍대라는 문헌만 전해올 뿐 그 실상은 남아 있지 않아 문화 복원이 절실하다. 그럼에도 울산 동구 문화계가 이런 중차대한 일들은 미룬 채 자리다툼을 위해 편법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다는 사실에 지역의 한 주민으로서 안타까울 뿐이다.
만일 2년 전 울산 동구 대왕암 일대가 명승으로 지정됐다면, 이곳은 세계 최고 조선소와 인접한 명승으로 전국적 관광지가 됐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전국에서 하루 2만여 명의 관강객이 현대중공업을 견학하러 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척 아쉬움이 남는다. 이 관강객들이 하루를 머물지 않고 바로 떠나 버리는 것을 명승 지정으로 붙잡을 수도 있는 일이다.
특히 동구 지역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연봉 1억 원을 치닫는 현대중공업 정규직과 나머지 비정규직 및 주민들간의 소득격차, 이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는 것이다. 명승 지정으로 다른 주민들의 관광수입이 올라간다면, 지금 전국 최고 부자 도시가 이제는 주민 골고루 잘사는 부자 도시로 발돋움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물론 울산시와 동구청은 현재 대왕암 개발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2년 전과 같이 토목 공사에 치중해 아름다운 문화를 해치는 일이 발생할까 우려도 된다. 이런 점들을 주민들을 대표해 문화원이 지켜보고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울산 동구문화원장 선거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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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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