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집 앞에서 손 흔드는 아들 영찬과 딸 서빈아빠보단 부루마블이 더 좋은 모양이다. 나 보고 얼른 가란다.
이혁제
얘들아 미안해, 오늘은 아빠를 양보해줘아내가 일요일 오전에 일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늘 내 차지였다. 아이들 눈치 보며 어떤 핑계를 대고 나갈까 고민하다 가까이 사는 여동생 집에 맡기기로 하였다. 옷을 차려입고 나가려하자 아이들도 당연히 같이 가는 줄 알고 옷을 찾아 입는다.
큰애에게 오늘은 다른 아이들과 놀기로 했다고 이야기하자 의외로 잘 다녀오라고 한다. 아빠랑 노는 것보다 사촌들과 부루마블 게임을 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고 생각했을까! 부루마블을 챙기더니 오히려 즐겁게 집을 나선다. 속으로 걱정했는데 오히려 다행이다 싶다가도 조금은 섭섭하다.
극장에 도착하니 오늘 함께 할 '건목회' 동료들이 모여 있었다. (사)건목회는 목포 지역의 청년 봉사단체다. 평소 같으면 30분은 기본적으로 늦게 나올 아빠들인데 오늘은 다들 서둘렀나보다. 서로에게 그간의 안부를 묻는 사이 아동원 아이들 40여명과 선생님들이 대합실로 들어왔다.
처음에 어색하긴 서로가 마찬가지다. 자기 자식들과도 할 말이 그리 많지 않은 아빠들인데 생전 처음 보는 아이들과 무슨 할 말이 있을까마는 일부러 말을 걸어보려는 노력들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매일 술 마시고 놀기 좋아하는 아저씨들인 줄만 알았는데 참 순진한 면이 많은 동료들이다. 그래서 나는 이 모임이 참 좋다.
소원이 이루어지는 '드래곤볼' 7개
오늘 볼 영화는 애들이 좋아하는 <드래곤볼Z : 신들의 전쟁>이다. 일요일 조조영화인데도 극장은 꽤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다른 사람들은 우리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상상도 해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영락없는 아빠와 자식들이다.
시간이 흐르자 여기저기 꾸벅꾸벅 고개를 끄덕이는 아빠들이 보인다. 아빠들의 집중력을 '드래곤볼'이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은 스크린을 뚫을 지경이다. 요즘은 아동 시설에서도 여느 가정처럼 컴퓨터나 비디오 등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을 텐데, 이렇게도 즐거워하는 것은 그들이 느끼는 또 다른 무엇 때문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