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의 보물-알사바 왕실 컬렉션14세기 유리로 만든 꽃병
알사바 왕실 컬렉션
모든 문명이 그러하듯 주위 문명의 영향을 받지 않은 문명이란 갈라파고스나 혹은 오스트레일리아와 같은 고립된 지형을 갖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이번 알사바 왕실 컬렉션은 외부 문물로부터 영향을 받은 이슬람 예술품을 보여준다.
전시를 둘러보고 소감문을 학교 과제물로 제출해야 하는 심정으로 유물 해설을 자세히 읽다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찾아볼 수 있다. 그건 바로 이슬람이 중국 문물에 심취했다는 것이다. 중국 자기에 심취했던 이슬람 제국 지배자는 자기를 수집하는 데에 머무르지 않고, 중국의 자기 제작기법을 모사했다.
중국에서는 흔한 안료가 이슬람에서는 부족한 자원이 될 수도 있기에 똑같은 모사를 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을 것이다. 이에 이슬람의 도예가는 중국의 것을 모방하되 그대로 따라하지 않고 이슬람의 도예 기법을 중국풍 자기 기법에 접목하는 새로운 도예 기법을 창출했다.
하나 더, 이슬람은 동양보다는 비잔틴 제국이라는 서양의 문명과 맞닿기 쉬운 문명권이다. 서양의 그림을 보면 여백의 미를 찾기 힘들다. 여백이 있을 만한 공간에는 다른 장식품이나 배경을 잔뜩 집어넣어 꽉 찬 그림을 보여준다. 반면 중국을 비롯한 동양의 그림에는 빈 공간이 항상 자리한다. 그림을 그리기 싫어서가 아니라 여백의 미를 강조하기 위한 기법이다.
이슬람의 보물 전시 가운데서 꾸란을 자세히 살펴보면 꾸란 글귀 주변에 문양이나 상징이 하나 가득 있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후기 이슬람으로 접어들면서 이슬람 회화에는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한다. 아시아 회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여백의 미가 이슬람 회화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