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 팔지 않고 '불교의 미' 듬뿍 누릴 수 있는 기회

[서평] 진속불이와 자연주의 미학 <불교의 미를 찾아서>

등록 2013.09.09 11:24수정 2013.09.1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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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미를 찾아나서는 저자의 모습이 눈에 번합니다. 바랑을 짊어지고 구도의 길을 찾아다니는 탁발승의 모습으로도 연상되고, 그럴싸한 카메라를 펼쳐놓고 폼 나게 사진을 찍어대는 어느 사진작가의 모습으로도 연상됩니다. 어두운 새벽길을 걷느라 더듬거리는 발자국소리도 환청처럼 들리고, 바짓가랑이에 스며든 이슬이 아침 햇살에 말라가는 촉감도 연상됩니다.

그랬을 겁니다. 빛으로 그려낼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장소와 시간(밤낯)을 가리지 않고 발품을 팔아야 했고, 빛으로는 그려지지 않을 부처님 가르침과 전설, 기도와 가피까지를 담기위해 이렇게 헤아리고 저렇게 둘러보며 헤맸을 게 번합니다.


빛으로 그리고 미학으로 설명한 <불교의 미를 찾아서>

글·사진 이찬훈, 담앤북스 펴냄의 <불교의 미를 찾아서>는 인제대학교 인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이찬훈 교수가 방방곡곡에 산재해 있는 절과 불교유적지를 찾아다니며 빛으로 담아낸 사진과 미학적 감각으로 풀어낸 글로 불교에서 음미할 수 있는 아름다움들을 감칠맛을 내듯이 설명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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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미를 찾아서> 책표지. ⓒ 임윤수

여명의 빛으로 밝아오는 일출, 솜이불처럼 폭신한 느낌으로 와 닿는 운해, 천상의 미소처럼 다가오는 미소, 줄기를 이루며 쏟아지고 있는 햇빛, 현장에 서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하는 풍광…,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어떤 것들은 오묘한 느낌으로 버무린 글로 설명하면서 한국불교의 미를 전해줍니다

도록 같은 사진, 법문집 같은 이야기, 미학 해설집 같은 설명들이 염주 알처럼 동글동글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석불사 비로자나불을 만나고 있을 때는 석불사를 거니는 느낌입니다.

부석사, 영국사, 불국사, 운주사, 서암정사…. 108염주를 돌리듯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글들을 읽어가다 보면 내가 거기에 있고 내가 거기서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되새기고 있다는 느낌으로 읽게 됩니다.    


흔히 불곡 감실 부처님이라 부르는 이 부처님은 어린 사람에게는 할머니 같고, 젊은 사람들에게는 어머니나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 같고, 나이가 든 사람들에게는 누이 같은 부처님이다. 석굴암 부처님이 단정하고 엄숙한 아버지 같다면, 감실 부처님은 한없이 자애로운 어머니 같다. 어디 생김새뿐이겠는가? 석굴암 부처님은 이제 유리로 가려진 채 깊숙한 석굴 속에 계셔서 쉽게 다가설 수 없지만 감실 부처님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달려가 가까이에서 마음껏 바라볼 수 있으니 이 또한 각기 엄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같은 느낌을 더한다. -<불교의 미를 찾아서> 148쪽-

불교를 신앙으로 하는 마음으로 읽으면 불심의 글로 보이고, 여행을 꿈꾸는 이의 마음으로 읽는다면 여행지를 안내해 줄 이정표처럼 보일 것입니다. 절엘 다니면서도 무감각하게 봐왔던 전각과 불상, 탑과 마애불이 이토록 아름답고 이토록 애틋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절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움에 풍년이 들 것입니다.

출가수행자가 남길 수 있는 도력의 결정체가 사리라면 <불교의 미를 찾아서>는 철학을 전공한 저자가 발품과 심미안으로 빗어낼 수 있는 최고의 사리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어떤 발품도 팔지 않고, 별다른 수고도 하지 않으며 산산골골에서 묵묵히 빛나고 있는 불교의 미를 듬뿍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덧붙이는 글 <불교의 미를 찾아서>┃글·사진 이찬훈┃펴낸곳 담앤북스┃2013.09.02┃1만 5000원

불교의 미를 찾아서 - 진속불이와 자연주의 미학

이찬훈 글.사진,
담앤북스, 2013


#<불교의 미를 찾아서> #이찬훈 #담앤북스 #진속불이 #영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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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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