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100년' 향한 중국의 필연적 요구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28] 要

등록 2013.09.09 17:05수정 2013.09.2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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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요(要, yao)는 여인(女)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두 손의 상형자로 '요구하다, 중요하다'의 의미이다.

요(要, yao)는 여인(女)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두 손의 상형자로 '요구하다, 중요하다'의 의미이다. ⓒ 漢典


옛날 중국 용저우(永州) 지방에 폭우로 강물이 넘쳐 배가 뒤집혔다. 사람들이 헤엄을 쳐서 강을 건너는데 한 사람이 뒤처져 따라오지 못했다. 돌아보니 그는 마을에서 수영을 가장 잘하는 사람이었다. 의아해서 사람들이 '오늘따라 왜 그러냐'고 묻자 그가 대답하기를 '허리에 돈 천 냥을 둘러맸는데 그게 무거워서 그렇다'고 했다.

친구들은 목숨이 중요하니 그깟 천 냥 빨리 풀어버리라고 했지만 그는 결국 돈을 허리에 찬 채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돈을 목숨보다 귀하게 여기는(要錢不要命, yào qián bú yào mìng) 세태를 풍자한 중국 우화다.

요긴할 요(要, yào)는 여인(女)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두 손의 상형자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본뜻은 '허리'를 나타냈는데, 두 손과 머리가 덮을 아(襾)나 서녁 서(西)의 형태로 변했고 '요구하다, 중요하다'의 의미로 통용되며 허리를 나타내는 한자 '요(腰)'가 새롭게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어에서는 조동사로 ~하려고 하다, ~해야 한다의 의미까지 덧붙여져 쓰인다.

1971년 9월 13일, 마오쩌둥의 공식 후계자였던 린뱌오(林彪)가 쿠데타에 실패한 후 소련으로 망명하던 중 몽골 상공에서 비행기가 추락해 사망했다. 린뱌오의 도주 사실을 보고받은 마오쩌둥은 담담하게 "비는 내리려 하고, 어머니는 시집가려고 하는구나, 내버려둬라(天要下雨, 娘要嫁人, 由他去)"고 했다 한다. 일찍이 제갈공명이 탄식한 바와 같이 일을 도모하는 것은 인간이지만, 그 일의 성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하늘이니(谋事在人, 成事在天) 하늘이 이미 정한 일을 인간이 어찌 거역할 수 있겠느냐는 의미다. 마오쩌둥의 말은 원래 일찍 남편을 잃고 홀로 자식을 키운 어머니가 자식에게 빨래를 하게 하고 빨래가 마르면 개가(改嫁)하지 않고 안 마르면 개가하겠다고 했는데,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것을 두고 했던 말이라고 한다.

지난해 열린 중국 18차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두 개의 100년(兩個一百年)'을 향한 새로운 국가 목표가 제시됐다.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전면적인 소강(小康·먹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정도)사회를 건설하고,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부강한 민주문명의 조화로운 사회주의 선진 국가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8630만 중국 공산당원들에게 필연적 요구(必然要求)라는 절박함이 묻어나는, 강도 높은 청렴·근면·헌신·교육 등의 정풍 운동을 주창했다. 모든 공산당원이 반부패 의지를 갖고 절박한 인민들의 문제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복무하라는 것이다. 

국가나 개인이나 발전 단계와 상황에 따라 새로운 목표나 요구들을 설정하고 간직한다. 원하는 것의 달성 여부와 상관없이 새로운 요구는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늘 우리 앞에 놓이게 마련이다. 물질과 상대방을 향하는 그 요구들을 자신의 성숙을 향한 방향으로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상대방에게 좀 더 관대하고, 자신에 대한 요구는 보다 엄격한(對自己要求嚴格) 모습으로 말이다.
#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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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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