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투자의 함정 "부산시, 수천억원 날릴 위기"

또 불거진 수영만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 특혜 논란

등록 2013.09.11 15:09수정 2013.09.1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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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와 현대산업개발이 추진중인 해운대 수영만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 조감도
부산시와 현대산업개발이 추진중인 해운대 수영만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 조감도정민규

대기업 특혜 논란에 휩싸여온 부산 수영만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이 또다시 의혹을 받고 있다. 부산시가 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로부터 민간사업 시행자에게 유리한 조항이란 지적을 받고 수정한 보고서에도 의도적인 왜곡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은 부산시의 의뢰를 받아 재검증 보고서를 작성한 BDI(부산발전연구원) 내부사정에 밝은 익명의 제보자에게서 나왔다. 이 제보자는 최근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에 보낸 투서에서 관계자들의 실명과 보고서 내부 작성 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그가 문제로 지적한 보고서는 BDI가 지난해 12월 작성한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사업의 민자적격성 재검증'이란 제목의 보고서. 이 보고서는 KDI가 민자투자자에 대한 독소 조항을 지적하면서 작성한 보고서인데, 여기서 호텔 수입 산정을 놓고 BDI 내부의 조직적인 압박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KDI의 지적처럼 민간사업자에게 막대한 이익이 돌아가는 것이 다시 문제가 되면 곤란하니 민간투자심의회를 통과할 수 있게끔 수치 조작을 강요받았다는 주장이다. 제보자는 "호텔 수요의 적정성을 검토하면 수요가 원상복귀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도시계획심의위원회 심의를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현대산업개발(민간투자사업자)이 사업을 안 하려고 할 것"이란 것이 외압의 이유였다고 고발했다.

실제 BDI 보고서는 운영비 산정을 운영비가 많이 드는 특1급 호텔로 정하고 있지만, 수익은 특2급 호텔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보고서는 KDI의 보고서보다 재개발 후 운영비는 5천억 원 가량이 증가하지만, 정작 수익은 3천억 원 증가에 그치는 것으로 작성되어 있다. 운영비는 늘지만 수익증가는 그에 못 미치는 의아한 상황이 빚어지는 셈이다. 이렇게 될 경우 수익이 줄어들어 실제 민간사업자가 내야할 초과이익 환수분이 준다. 민간사업자가 더 많은 이득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제보자 "부산시가 받아야 할 수천억원 민간사업자가 취해"

 부산 수영만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 재검증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의 오류 및 외압행사 등을 고발하는 투서. (제보 내용 중 실명 등을 보호하기 위해 흐르게 처리했다)
부산 수영만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 재검증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의 오류 및 외압행사 등을 고발하는 투서. (제보 내용 중 실명 등을 보호하기 위해 흐르게 처리했다) 정민규

때문에 제보자는 연구책임자가 특2급이 기준이던 수익률을 운영비 기준이던 특1급 기준으로 바꾸어 산정했다고 주장한다. 그러자 수익이 상승하면서 민간사업자가 초과 이익을 달성하는 것으로 나왔고, 그 초과이익 부분은 부산시에 재정지원 형태로 내놔야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를 간부들에게 보고하자 "그렇게 하면 현대산업개발이 이 사업을 안하려고 할테니 그냥 호텔 수입은 특2등급으로 두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연구책임자가 "(제대로 산정하면) 부산시가 민간사업자에게 받아야할 금액이 수천 억대에 이르는데 (수치를 바꾸면 그만큼 손해를 보니) 이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했는데도 고위간부와 J 실장은 아무도 모를 거라고 하면서 무조건 이렇게 분석을 해서 적격성을 확보한다고 결론지으라고 윽박질렀다"고 제보자는 주장했다.

"결국 연구책임자는 이 지시를 따라서 보고서를 냈고, 이대로 가면 부산시가 받아야 할 그 수천억원의 돈은 현대산업개발이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게 되는 것"이라는 게 그의 핵심 주장이다.


그러면서 그는 "부산시가 저렇게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부터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을 못 받고 사업자에게 부당한 이익을 챙겨주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하며, 그렇게 받은 재정으로 부산시민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 이것은 절대로 간과할 수 없다"라며 "제대로 적격성 재검증을 하게 되면 현대산업개발은 이 사업을 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또 그는 "이번에는 적격성 재검증을 KDI에 꼭 맡겨서 이런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이며 투서를 끝냈다.

제보를 전달받은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 제보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다. 민자투자 자료 등이 대외비인 만큼 외부에서 접하기 힘든 내부의 이야기가 상세히 들어가있고, 제보자가 근거로 제시한 자료들 역시 상당 부분 실제 BDI 보고서의 오류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양미숙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이 제보가 진짜라면 고위 간부 등이 부당하게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이 보고서를 근거로 사업을 진행한 재개발 사업 역시 원천무효"라고 말했다.

BDI "제보는 오해에서 비롯... 외압 행사는 사실무근"

 부산 수영만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등이 지난 7월 26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수영만요트경기장재개발 사업 실시협약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사업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 장면.
부산 수영만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등이 지난 7월 26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수영만요트경기장재개발 사업 실시협약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사업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 장면. 정민규

BDI 측은 관련 내용 자체를 부인했다. BDI 측은 호텔 등급으로 인한 운영비와 수익 차이 부분에서는 "특 1급 호텔을 예로 들었지만 실제는 특 2급을 적용한 것"이라며 제보가 오해에서 비롯된 내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외압 행사 당사자로 지목된 J 박사는 <오마이뉴스>기자에게 "연구에 대해 누군가 압력을 행사하는 구조가 아니다"며 "이번 연구는 참여하지 않아 연구 내용 자체를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외압 행사 주장에 "황당하다"며 "내용 파악을 한 후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시가 손해를 입는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정권영 부산시 체육진흥과장은 "호텔 서비스 인력을 갖고 판단했을 때 특1등급은 비슷한 규모에 400명이 필요하지만 문제가 된 호텔은 293명의 운영인력이 계획에 잡혀있어 호텔 객실에 비하면 특2등급 수준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수익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만큼 초과수익이 발생하면 시로 환수되는 폭도 크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는 11일 수영만재개발 사업을 위한 실시협약 변경(안)을 민간투자심의회에 상정한다. 그동안 이 실시협약(안)은 민간사업자인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특혜 논란이 일면서 심의가 연기되어 왔다.

부산시는 독소 조항으로 지적받은 점을 고치거나 삭제했다며 민간투자심의회 통과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거듭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민단체와 수영만 인근 주민들은 민간투자심의원회 안건 상정과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집회를 이날 1시부터 부산시청에서 열었다.
#민간투자 #수영만요트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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