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노조 임단협 합의... 진짜 다 해결됐을까

위험 무릅쓰고 '노조 파괴 문건' 건넨 간부노조는 해고 위기

등록 2013.09.14 16:43수정 2013.09.1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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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윤갑한 대표이사와 문용문 노조위원장이 12일 오전 중구 구역전시장을 함께 찾아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추석 물품을 구입하고 있다. 
이번 추석을 앞두고 지급되는 전통시장 상품권 규모는 울산공장만 96억원, 현대차 전사 170억원, 현대차 그룹 전체로는 총 300억원이다
현대자동차 윤갑한 대표이사와 문용문 노조위원장이 12일 오전 중구 구역전시장을 함께 찾아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추석 물품을 구입하고 있다. 이번 추석을 앞두고 지급되는 전통시장 상품권 규모는 울산공장만 96억원, 현대차 전사 170억원, 현대차 그룹 전체로는 총 300억원이다울산제일일보 제공

"노사가 함께 최고품질 자동차 만들겠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울산공장에서 올해 임단협 합의안에 서명한 12일, 지역언론에는 일제히 이같은 기사가 실렸다. 조인식을 마친 노사는 울산 중구 구역전시장에서 회사 사장과 노조 지부장이 어깨를 나란히하고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장을 보는 모습도 사진과 함께 주요기사를 장식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현대차 생산 차질 2조 원 사상 최다" 등의 비난 기사가 실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각 언론에는 다시 13일부터 "현대차 사내 비정규직 임금 9만7천 원 인상"이라는 기사가 게재됐는데,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하기도 했다.

현대차 노사가 갈등을 끝내고 화합하는 모습, 더군다나 96억 원에 달하는 전통시장 상품권이 울산에 풀린다는 소식에 더해 비정규직들의 급여도 비슷하게 오른다는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현대차 파업을 두고 쏟아내던 비난을 언제 그랬냐는 듯 거두는 모습이다. 과연 모든 문제가 잘 해결된 것일까?

위험 무릅쓰고 '노조 파괴 비밀문서' 건넸건만...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심한 갈등을 겪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아래 현대차노조)는 "회사가 아예 교섭을 회피한다"며 비난했고 8월 20·21·23·26·28·30일과 9월 2·3·4·5일 등 10일간 각 2∼4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사상 최다 손실"이라는 기사가 난무했다.

올해 임단협에서 실제로 회사 측은 예년과 달리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름 휴가를 마친 현대차노조는 회사 측이 휴가 전에 작성한 '노조 파괴 비밀문서'(문서 제목은 쟁발결의 임시대대·아래 비밀문서)를 공개하고 정몽구 회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역공을 취했다.


현대차노조는 당초 8일과 9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발생 결의를 할 예정이었는데, 이 비밀문서에는 회사 관리자들이 노조 대의원대회에서 다룰 각 조항에 각각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내용과 조합원들이 현 집행부를 무능력하게 인식하게끔 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특히 이 문건에는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가부가 결정될 예정이었던 과장급 이상 사원 노조인 현대차일반직지회(이하 간부노조)의 현대차노조 편입을 부결시키기 위한 방안 등이 담겨 있었다. 이 비밀문건을 입수해 현대차노조 측에 전달한 곳은 이들 간부노조였다.


현대차노조는 지난 8월 8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쟁의발생 결의를 앞두고 대의원대회를 무력화시키고, 노노갈등을 조장하면서 노조의 자주성을 말살시키려는 공작"이라며 "정몽구 회장은 공개 사과하라"며 회사 측을 압박했다. 결국 노조에겐 이 비밀문서가 회사를 압박하는 강력한 무기가 됐다.

이를 증명하듯 8월 13일 진행된 전체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는 "여론이 좋지 않아 부결될 지도 모른다"는 예상을 뒤엎고 역대 최고 찬성률인 80.4%로 통과됐다. 문서 공개가 조합원들의 분노를 자극한 것이다. 이후 노조는 20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했고, 10차례 부분파업을 벌인 후 결국 12일 임단협 타결 조인식으로 귀결됐다.  

올해 임단협 협상은 임금 9만7천원(기본급 대비 5.14%, 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급 350% + 500만 원 지급, 사업목표 달성 장려금 300만 원, 주간 2교대제 정착 특별합의 명목 통상급의 100% 지급 등으로 타결됐다. 1인당 2879만3897원의 인상효과를 거뒀다는 것.

특히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직원 1인당 20만 원을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지급하기로 했는데, 이같은 전통시장 상품권 규모는 울산공장만 96억 원, 현대차 전사 170억 원, 현대차 그룹 전체로는 총 300억 원에 달한다.

또한 비정규직에게도 격려금 통상급의 500% + 680만 원 지급, 생산부문 비정규직을 위한 생산품질향상 수당 1만 원, 기타 비정규직 위한 지원품질향상 수당 5천원 지급 등도 결정했다.

연일 쏟아진 이같은 언론보도들은 엊그제까지 296일간 철탑농성을 벌이며 대법판결에 따른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던 비정규직노조의 목소리를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대법판결을 요구하며 부분파업과 철탑농성 등에 앞장 선 조합원 수백 명은 이미 해고된 상태며 그 외 수백 명의 앞장 선 조합원은 200억 원 가량의 회사 측 손배소로 월급 등이 가압류된 상태다. 이들은 이번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 타협이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임단협 타결 소식에도 비정규직노조·간부노조는 허탈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주차장 철탑에서 대법 판결 이행을 요구하며 농성하던 비정규직노조 최병승 조합원과 천의봉 사무국장은 지난 8월 8일 농성을 해제했다. 40도까지 치솟던 울산지역 폭염이 두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갈 것을 두려워한 동료들의 호소를 이 둘이 받아들인 것이다.

비정규직노조는 이즈음 '노조 파괴 비밀문서'를 간부노조로부터 받아들고 강력하게 나가던 현대차노조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다. 특히 지난 2004년부터 '간부사원 취업규칙'이란 유례없는 편법 조합으로 불이익을 받아온 간부노조가 위험을 무릅쓰고 극비 문서까지 현대차노조에 건넨 후, 자신들의 불이익을 해소해 줄 것으로 현대차노조에 기대했다.

하지만 현대차노사는 임단협에서 이들 비정규직노조와 간부노조의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불법파견 비정규직 노동자 8200여명을 정규직 전환하는데 드는 비용은 1200억 원. 만일 보수언론의 주장대로 2조 원의 생산 차질까지 불러온 파업 강행이 결국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용을 웃돌면서도 막상 비정규직노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일말의 기대를 걸고 위험을 무릅쓰고 극비 문서를 현대차노조에 건넨 간부노조 측은 현재 해고의 위기에 내몰렸다고 한다.

언제 그랬냐는 듯 전통시장에서 나란히 장을 보는 현대차노조 지부장과 현대차 사장의 환한 모습이 유쾌하지만은 않은 까닭이다.
#현대차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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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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