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중앙여성위원장인 류지영 의원
류지영 의원 웹사이트
새누리당 류지영 의원님, 검찰총장의 혼외자녀 의혹과 관련해 새누리당 여성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셨더군요. 김학의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 때도 침묵했던 새누리당 여성 의원들이 이처럼 집단 기자회견을 한 게 우습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성 문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저는 여성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했다기에 혼외자녀로 지목된 아이와 그 어머니 임 아무개씨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줄 알았습니다. <조선일보>의 의혹 제기로 인해 임 아무개씨는 아픈 과거를 공개적으로 털어놓아야 했고, 지금 사는 곳과 사생활이 다 밝혀져 피해를 입었습니다. 채 총장과 임 아무개씨 모두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하고 있음에도 어린아이에게 유전자 검사를 받게 하는 반인권적인 행위가 벌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여성 의원들이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이 부분을 지적하고, 필요한 조치를 요구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려고 기자회견을 한 줄 알았습니다. 지난 8월 새누리당 여성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 "여성이 행복해지면 대한민국이 행복해진다"고 늘 말해 온 것도 기억합니다. 그런데 류 의원님은 이번 사건을 두고 "채동욱 불륜 의혹 진실규명이 핵심"이라고 했습니다.
"검찰총장이 이런 의혹의 주인공이란 사실에 새누리당 여성의원들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저는 류 의원님과 새누리당 여성의원들의 기자회견 내용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습니다. 채 총장은 유전자 검사를 해서라도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했고, 임 아무개씨는 사생활을 드러내면서까지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그럼에도 류 의원님은 기자회견 내내 '불륜'과 '축첩'이라는 단어를 써 가며 의혹을 기정사실화했습니다.
언론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인해 상처받은 여성이자 어머니인 임모씨의 편에 선 게 아니라, <조선일보> 편에 서서 같은 여성의 상처에 소금을 뿌렸습니다. 류 의원님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굳이 여성의원들을 모아서 해야 할 이유가 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국제의원연맹이 조사한 전 세계 190개국의 여성의원 비율을 보면 한국은 15.7%로 가봉과 알바니아보다 낮은 105위입니다. 북한이 106위군요. 지난 총선에서 각 당이 여성의무공천비율을 정해 인위적으로 끌어 올린 게 이 정도입니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여성의무공천까지 도입하면서 여성의원 비율을 늘이려는 이유는 여성의 정치 참여를 통해 소외된 여성 유권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길 원해서입니다.
남성 위주의 국회가 양성평등 정책을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에 여성 의원이 많이 필요하고 그래서 류 의원님도 비례대표로 의원이 된 겁니다. 그런데 여성의원들이 남성의원들과 같은 목소리를 낸다면 여성의원 비율 확대를 위한 노력들이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여성의원들이 필요하다는 것은 생물학적인 여성의 수가 많아져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들이 갖고 있는 정치 사회적 여성성이 국회 내에서 발휘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기자회견은 소외된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여성성은 버려두고 '불륜'에 맞춰 여성이라는 몸만 빌려 남성의원들의 이전투구에 동참한 것이라 더 고약해 보입니다. 그런 행위를 하는 여성을 두고 '치마 입은 남자'라고도 합니다.
"여성이 행복해지면 대한민국이 행복해진다"는 말 되돌려 드립니다. 새누리당 여성위원장 류 의원님 때문에 지금 한 여성이 더 불행해 졌습니다. 여성성을 상실한 류 의원님의 기자회견에 30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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