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여물과 소금 덩어리오른쪽에 보이는 덩어리가 미네랄 소금입니다. 소들이 핥아 먹어 네모난 모양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변창기
초등학교 6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가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돈 벌 능력이 부족한 저를 아내가 이해 못하고 있는건 아니지만 가정 경제가 날로 추락하고 있으니 공과금이나 생활비 들어갈 때마다 아내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거 같습니다. 게다가 예민한 성격을 가져서 더 그런거 같았습니다. 우울증을 종교로 간신히 이겨내며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가 잘 풀려서 저에게도 정규직 전환 이라는 해결책으로 다가오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참고 인내하는 것도 한계에 도달했는지 아내는 기도원으로 떠났습니다. 고2 딸과 함께요.
저는 여동생 집으로 갔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랑요. 사전에 여동생에게 연락을 취했었습니다. 추석날 가도 되냐고 물었더니 오라고 했습니다. 돈 없다면서 비용이 어디서 났냐구요? 아내는 10여년 넣던 보험을 하나 해약 했다고 했습니다. 80여만원 넣었는데 해약하니 40여만원 나왔다고 했습니다. 20만원은 기도원 경비로 가져가고 20만원을 저에게 주었습니다. 가정을 책임져야 할 저로서도 매일 고민에 휩싸여 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불법파견 인정하고 저처럼 권고사직형 정리해고 된 해고자에게도 정규직 전환 일자리를 제공해주면 모든게 해결될 스트레스이지만 아직 멀고도 험한 여정이 많이 남은듯 느껴졌습니다. 그러니 겉으로 표현을 잘 안해서 그렇지 제가 감내해야할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저는 추석 전날 오후에 아들과 집을 나섰습니다. 사람들이 예상보다 많았습니다. 시외버스를 타고 울산에서 경주, 포항까지 가는데 아들이 차멀미를 심하게 했습니다. 포항 터미널에 내려 멀미약부터 사먹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영덕까지 시외버스로 갔습니다. 날이 밝을 때 영덕 터미널에 도착했었는데 날이 어둑어둑 해져서야 우리를 데리러 왔습니다. 30여분을 달려 여동생이 사는 곳에 도착 했습니다.
"여긴 완전 산속이야. 야생 동물도 많아. 버스 다니는 큰 길에서 내려 걸어오면 30분 정도 걸릴거야."
그동안 영덕에서 여러가지 일을 전전하다 6개월전 취직한 곳이라 했습니다. 그곳은 축산협동조합에서 관리하는 큰 소 목장이었습니다. 200여마리씩 두곳에서 관리되고 있는데 현장 관리자로 취직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그곳에 도착하고 매제는 곧 소 여물을 주러 다녔습니다. 따라가 보았습니다.
"이곳엔 암소와 숫소가 있고요. 키워져 도축되는 소와 종족보존을 위한 소로 분류하여 관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