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의원 발언에 현대차노조가 살아나는 까닭

[취재수첩] "현대차노조 두드려 잡아야 한다" 발언 후 무슨 일 벌어졌나

등록 2013.09.28 20:31수정 2013.11.0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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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5일 울산 울주군 핵심당원 교육 초빙강사로 나서 "현대차 귀족노조를 두드려 잡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경제발전이 어렵다"고 말하는 화면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5일 울산 울주군 핵심당원 교육 초빙강사로 나서 "현대차 귀족노조를 두드려 잡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경제발전이 어렵다"고 말하는 화면 ⓒ UBC 울산방송 화면캡쳐


지난 25일 새누리당 강길부 의원(울주군)이 울산 울주군 범서읍에서 열린 핵심당원 교육에 같은당 김무성 의원을 강사로 초빙했고, 김 의원은 이날 법질서 회복 등을 주제로 강의했다.

이날 새누리당은 김무성 의원과 울산지역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도 마련했는데, 기자와 같은 인터넷매체 기자들은 감히(?) 초청받을 수 없는 자리이기에 이런 일이 있다는 소식만 전해들었다.

그날 오후 8시쯤 모처럼 지역언론 후배 몇 명과 늦은 저녁식사 겸 술자리를 할 기회가 있었다. 식당에는 우리 말고도 여러사람들이 있었는데, 식사를 시작한 지 30분쯤 지났을까? 식당에 있던 대형TV 화면에서는 UBC 울산방송 저녁뉴스가 나왔다.

그때 식당에 있던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것은 김무성 의원의 발언이었다. 그는 100여명의 당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월급은 두 배로 받으면서 생산성은 이분의 일 밖에 안되는 현대차 귀족노조"라며 "지금 두드려 잡지 않으면 경제 발전이 어렵다"고 외쳤고, 참석한 경제계 인사 및 보수층 등이 박수를 치는 모습이 생생하게 방송됐다. 현재 이 장면은 유투브에 올려져 퍼지고 있다. (유튜브 화면 보기)

"현대차노조 두드려 잡아야 한다"는 발언, 섬뜩했다

이날 방송앵커는 뉴스에서 김 의원을 차기대권 주자로 소개했는데, 이미 새누리당의 실력자로 알려진 김 의원이 지역의 최대노조를 두드려잡자고 하는 말에 기자 뿐 아니라 방송을 보던 사람들은 섬뜩함마저 느꼈다. 집권당 실력자가 지역최대 노조를 두드려 잡아야 할 대상이라고 여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현대차노조는 수년 전부터 보수언론 등에 의해 '귀족노조'로 치부되면서 부정적인 시선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최근 현대차노조가 올해 임단협에서 10여차례 부분파업을 벌여, 언론에서는 부정적인 기사가 연일 쏟아져 나왔고, 대다수 누리꾼들도 현대차노조를 질타하는 댓글을 달았다.


사실 기자도 현대차노조가 '대법 판결 이행'을 촉구하며 296일 동안 철탑농성을 이어오는 등 어려움을 겪은 현대차 비정규직들을 더 보살펴주지 못한 데 대해선 근래 들어 실망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차노조가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이유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국민들은 현대차 조합원들의 "세계 최장시간의 일을 해서 받는 임금이다"라는 해명보단, 언론에 보도되는 "연봉 9천"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와 청년 실업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일 "현대차 연봉 9천만 원에도 또 파업" 등의 내용이 언론에 보도돼 대다수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날 김무성 의원이 한 "현대차노조를 두드려 잡지 않으면 경제 발전이 어렵다"는 말은 섬뜩할 만큼 과격했고, 더군다나 발언 당사자가 정권의 실력자라는 것에서는 일말의 두려움마저 느껴졌다. 특히 지역민으로서 현대차 노동자들을 정권이 두드려 잡아야 할 대상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던 터라 당혹감은 더했다.


김무성 의원 발언에 상황 역전? '귀족노조'보다 '친일' 거론 누리꾼 많아

주목할 점은, 김무성 의원의 이날 발언이 논란이 된 후 인터넷 상에는 오히려 김무성 의원을 비난하는 댓글이 늘었고, 상대적으로 현대차노조를 옹호하는 형태의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귀족노조'로 치부되면서 많은 누리꾼들의 지탄 대상이 되던 현대차노조가 김무성 의원 발언으로 이제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

현대차노조는 김무성 의원의 발언이 있던 다음날인 26일 성명을 내고 "현대차노조와 조합원의 명예를 짓밟은 김무성을 강력 규탄한다"며 "현대차 조합원이 흘린 피와 땀을 폄훼하는 김무성은 국회의원직을 즉각 사퇴하고 노동자 민중에게 석고대죄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현대차노조는 김 의원을 향해 "친일매국후손 부정축재와 불법선거개입 의혹에 싸인 김무성은 최근 역사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뉴라이트 교과서를 적극 옹호하는 한편 1500만 노동자를 무참하게 짓밟기 위해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며 "현대차노조와 조합원을 공격하는 것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숨기는 치졸한 정치술수이며 노동자를 죽이고, 노동조합이 망해야 재벌과 새누리당이 산다는 이분법의 세치혀를 놀리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자는 26일 김무성 의원의 발언과 현대차노조의 입장을 기사화 했는데(김무성 "현대차 귀족노조 두드려 잡아야 경제가 산다") 이날 한 포털사이트에는 이 기사가 '이슈링크'되면서 많은 누리꾼들이 SNS로 이 소식을 전했다. 그런데, 그동안 귀족노조라고 비난하던 논조는 사라지고 김무성 의원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룬 것이다. 특히 '친일'이라는 단어가 많이 거론됐다.

김무성 의원은 25일 논란이 된 울산 강의에서 역사교과서 왜곡 논란과 관련해 "자랑스런 역사를 부정하는 역사를 가르칠 때 국론이 분열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김 의원은 이날 울산에 오기 전 역사왜곡 논란이 일고 있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우리 학생들이 배우던 7종의 교과서가 다 현대사 부분에 있어 부정적 사관에 의한 교과서였는데, 교학사에서 긍정적 사관에 의한 교과서를 발행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있은 후 민주당이 김무성 의원을 향해 "친일파임을 커밍아웃하라"고 비난하고 나선 것도 25일의 일이다.

앞서 얼마전 일본의 대표적 극우신문인 <산케이신문>의 구로다 가츠히로 서울지국장은 칼럼에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다른 7종의 교과서는 현대사 기술에서 독재와 그에 대한 저항이라는 정치 중심의 어두운 면을 강조했으나, 교학사 책은 경제발전과 국력증강이라는 밝은 면에 주목하고 있다"고 극찬을 한 바 있다.

민주당은 이를 비교하며 "구로다 가츠히로 서울지국장이 극찬한 까닭은 이 교과서가 식민지 근대화론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며 "일본 극우파와 김무성 의원의 역사관이 다르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초록은 동색이라고 했다, 김무성 의원은 더 이상 궤변을 늘어놓지 말고 차라리 뿌리부터 친일파임을 커밍아웃 하라"고 비난했고, 이 소식은 이미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일었다. 그런던 차에 25일 저녁에는 "현대차노조 두드려잡아야" 발언이 알려진 것이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두고 '우리 국민들은 귀족노조보다는 친일 이라는 이슈에 더 민감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현대차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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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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