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족 연합 출신의 친척들젊은 청년들의 열정이 눈에 띈다.
최현정
행사가 시작됐다. 부족원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이가 사회자로 나와 춤 이름을 호명한다. 이에 맞춰 준비한 참가자들은 무대의 중앙에 나와 북소리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악기는 관중석 사이 사이에 놓인 북이다. 거대한 북 주변에 4-5명의 남자들이 둘러 앉아 가죽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른다. 천지를 흔드는 듯한 그 소리에 빠져 나도 한 번 스틱을 잡으려하니, 안 된다고 고개를 가로 젓는다.
심장 박동같은 북소리에 맞춰 고음과 쇳소리가 섞인 노래를 남자들이 부르고 그 소리에 맞춰 참가자들은 춤을 춘다. 누가 가장 열정적이고 멋진 동작으로 춤을 추는지 다수의 심사위원들은 춤꾼 못지 않게 열심히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심사를 한다.
파우와우에선 전쟁에서의 승리를 기원하고 기뻐하는 전쟁춤(war dance), 여러 사람들이 시계방향으로 돌며 함께 추는 원춤(round dance), 야생닭의 화려한 장식을 자랑하는 닭춤(chicken dance), 북쪽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남녀 함께 추는 토끼춤(rabbit dance), 여럿이 한 줄로 움직이는 것이 마치 뱀과 같다 하여 붙여진 뱀춤(snake dance), 관중들도 함께 즐기는 담요춤(blanket dances) 등이 있다.
역동적이고 동작이 큰 그래스댄스(grass dance)는 주로 남자들의 춤인데, 이 춤을 젊은이들이 현대식으로 다시 표현한 것이 팬시댄스(fancy dance)이다. 여성 참가자들의 대결도 뜨거운데, 아름다운 선과 부드러움, 우아함을 강조하는 이들의 정적인 춤은 힘과 강인함을 강조하는 남성 춤들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선택의 기로에 선 후손들행사장 밖에는 수십기의 부대시설들이 빼곡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며칠간의 먹거리를 제공하는 식당들이 가장 성황을 이뤘고 다양한 기념품 점과 전통 의류, 신발, 가방 매장은 물론 교회의 전도 부스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산림청 홍보 버스의 산불방지 만화는 꼬마들에게 인기였고 초록색 스타벅스 마크의 천막 앞에는 젊은 인디언 청년들이 줄을 서 커피를 주문하고 있었다.
악몽을 좇는 부적과 동물뼈로 만든 목걸이를 파는 상점에는 노란 스폰지밥 인형이 자연스레 매달려 있고 기병대들의 총과 수갑도 별 어색함없이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에게 팔리고 있다. 이런 복잡한 부스들속에서 가장 내 눈에 띄었던 곳은 내무부 산하 아메리칸 인디언 특별 신탁 오피스(U.S. Department of the Interior Office of the Special Trustee for American Indians). 이 곳은 인디언 보호구역안의 유전 개발을 위한 정보와 교육을 지원하고 업체들과의 연결을 책임지는 곳이다.
텍사스에 이어 미국 내 최고 원유 생산지역이 된 노스다코타 주에선 유전 개발과 관련, 하루 아침에 부자가 된 이들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특히 '보호구역'이란 이름 하에 도심과 멀리 떨어진 황량한 지역에 몰려 살던 인디언들의 거주지가 주로 유전지대에 속해 개발되고 있는데, 조상들이 물려 준 땅에서 어느날 갑자기 거액의 달러를 매달 입금받게 된 이들의 생활은 매우 복잡하다.
좋은 차와 좋은 집으로 변신하는 이들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인디언들이 도박과 알코올, 마약 중독으로 삶이 피폐해지는 게 더 많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부스를 책임지고 있는 만단족 인디언 출신 켈리는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 개발과 관련한 교육과 정보는 필수적이라고 부르짖는다. 어쨌든, 보호 구역안의 유전 개발이 과연 이들 원주민들에게 약일지 독일지는 어느 누구도 자신있게 얘기할 수 없는 듯했다.
운디드 니의 유전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