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질주 보고 한옥마을도 걷고

F1 코리아 그랑프리 열리고 있는 전남 영암의 구림마을

등록 2013.10.05 14:33수정 2013.10.0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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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이 즐비한 영암 구림마을 풍경. 전통의 한옥마을로 한옥 보존마을로 지정돼 있다. ⓒ 이돈삼


'꿈의 레이싱'으로 불리는 포뮬러 원,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시작되면서 개최지 전남 영암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F1 그랑프리를 보러 오가는 길에 들러볼 만한 영암 구림마을로 먼저 가본다. 구림마을은 전통의 한옥마을이면서 큰 인물이 많이 난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한옥마을에서 가을빛에 취해보는 것도 이 계절의 묘미다.

구림마을은 국립공원 월출산 자락 도갑사 입구에 있다. 백제의 왕인박사가 이 마을에서 태어났다. 왕인박사는 서기 405년 일본 천황의 초청으로 천자문과 논어를 가지고 일본으로 건너가서 일본 태자의 스승이 됐다. 백제문화의 진수를 일본에 전한 인물로 아스카문화의 초석을 닦은 인물이다.


이 마을에 가면 왕인박사의 탄생에 얽힌 역사적인 흔적들이 많이 남아있다. 왕인박사가 마셨다는 샘물인 성천이 있다. 박사가 책을 보관해두고 공부했다는 천연동굴인 책굴도 있다. 왕인박사의 제자들이 모여 공부했다는 문산재, 뒤에 제자들이 스승을 그리워하며 왕인의 모습을 돌에 새겼다는 석인상도 있다. 박사가 일본으로 건너갈 때 배를 탄 곳으로 알려진 상대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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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자락에 우뚝 선 왕인박사 동상. 영암 구림마을 왕인박사유적지에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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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림마을 상대포. 왕인박사가 일본으로 건너가기 위해 배를 탔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 이돈삼


풍수지리의 시조로 알려진 도선국사도 이 마을에서 태어났다. 서기 825년 신라 헌강왕 때의 일이다. 출생에 관한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이 마을에 사는 최씨 처녀가 아이를 낳아 마을 뒤편 산기슭에 버렸는데, 비둘기가 내려와 보호해 주었다는 얘기다. 이 설화는 구림마을의 지명유래가 되기도 한다.

도선은 13살 때 월암사로 출가했고 20살 때 월출산 수남사지에 도갑사를 창건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고려 왕건의 책사였던 최지몽도 이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는 뛰어난 전략가였다. 한석봉과 그의 어머니가 글쓰기와 떡 썰기 시합을 한 곳도 이 마을이라고 한다.

개성에서 태어난 한석봉이 스승을 따라 영암으로 내려와서 이 마을에 있는 죽림정사에 머물면서 글씨를 배웠다. 한석봉의 어머니가 떡장사를 한 곳은 여기서 가까운 독천시장이었다. 이 마을에 있는 '육우당'의 현판을 한석봉이 쓴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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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림마을 고택과 돌담길. 호젓한 분위기에서 한나절 보낼 수 있는 마을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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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우당 현판. 한석봉의 글씨체로 알려져 있다. ⓒ 이돈삼


구림마을의 역사도 깊다. 선사시대부터 이어져 온 전통마을로 헤아릴 수 있는 역사만도 무려 2200년이나 된다. 고목과 청태 낀 기왓장의 정자, 돌담으로 둘러싸인 고택이 즐비한 것도 이런 연유다. 죽정서원도 있고 400년 넘게 보존된 창녕 조씨 종택도 있다.


울창한 솔숲 사이에 있는 회사정도 그림 같다. 회사정은 향약의 기본정신을 실천할 목적으로 조직된 구림대동계의 집회장소였다. 구림마을 역사의 주역이자 산증인인 셈이다. 주변에 전통사회의 흔적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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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림마을 회사정. 구림대동계의 집회장소로 알려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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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림마을 돌담길과 한옥. 돌담 옆 감나무가 운치를 선사한다. ⓒ 이돈삼


구림마을에는 한옥도 많다. 한옥보존 시범마을이다. 주민 500여 가구 가운데 180여 가구가 한옥에 살고 있다. 전체 가구수의 3분의1이 넘는다. 투박하게 쌓아올린 돌담도 품격 있다. 싸목싸목(천천히의 전라도 방언) 돌담길을 따라 한옥이 즐비한 마을을 돌아보는 것도 그래서 더 낭만적이다. 감나무에 감도 주렁주렁 열려 가을의 서정까지 선사한다.


도갑사도 운치 있다. 절집 풍광도 빼어나지만 건축문화사적으로도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왕인박사유적지도 여기서 가깝다. 여기에 왕인박사의 탄생지인 성기동이 있고 박사가 마셨다는 성천과 유허비가 있다. 잔디밭도 드넓다. 어린이들이 뛰놀기에 제격이다.

영암도기박물관도 상대포 옆에 있다. 구림마을의 유구한 역사를 증언하는 가마터도 있다. 20년 전에 발굴된 도요지로, 통일신라시대 도기를 제작하던 가마터였다. 1200년 세월이 흘렀지만 가마의 원형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구림도기도 볼 수 있다. 녹갈색과 흑갈색 유약을 입힌 첫 시유도기가 구림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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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도기박물관에서 만난 옹관묘. 구림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 구림마을 찾아가는 길
서해안고속국도 죽림나들목에서 순천방면 남해고속국도를 타고 서영암나들목으로 나간다. 여기서 819번지방도를 타고 영암읍 방면으로 가다보면 구림교차로와 만난다.
#구림마을 #영암 #육우당 #회사정 #상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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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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