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세력이라니... 전기 쓰는 사람이 당사자다"

한국전력 등 일부에서 '외부세력' 논란 일으켜... 탈핵희망버스 "연대는 정당"

등록 2013.10.05 15:40수정 2013.10.0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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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은 외부단체의 이념 장소도 투쟁 현장도 아니다."
"송전탑은 우리 문제이고, 전기 쓰는 사람들이 당사자다."

한국전력공사가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고 밀양시가 움막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 시도를 하는 가운데, '외부세력'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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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와 밀양시의 움막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 시도 나흘째인 5일 주민들과 '탈핵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소재 '공사장비 적치장' 앞에 있는 움막을 지키기 위해 모여 있다. 사진은 시민들이 움막에 '무료특급호텔'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 ⓒ 윤성효


전국 시민사회단체와 야당, 종교단체들은 '탈핵희망버스'라는 이름으로 송전탑 반대 투쟁을 벌이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과 보수언론, 밀양지역 일부 인사들은 '외부세력'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상조 전 밀양시장 등 "외부 단체 개입 중단" 요구

한국전력은 4일 여론조사 결과 자료를 통해 "외부 단체의 개입은 전국적으로 65.6%, 밀양은 67.2%의 주민이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지난 3~4일 사이 밀양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오차율은 ±3.1%, 신뢰수준은 95%)한 것이다.

박창기·이상조 전 밀양시장과 장익근 밀양시의정회 회장 등 지역 인사 30여 명은 4일 밀양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부 단체 개입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밀양 송전탑 문제는 밀양시민과 지역주민들의 의사로 결정돼야 한다"며 "그동안 일부 정치권과 사회운동단체가 지역사회의 갈등을 부추기고 주민 불화를 조성한 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밀양은 이념의 장소도, 투쟁의 현장도 아니다"며 "밀양에서의 어떤 운동도, 행위도 삼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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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와 밀양시의 움막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 시도 나흘째인 5일 주민들과 '탈핵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소재 '공사장비 적치장' 앞에 있는 움막을 지키기 위해 모여 있다. ⓒ 윤성효


보수언론들도 송전탑 공사 반대에 나선 '탈핵희망버스'에 대해 외부세력이라 보도하고 있다. '탈핵희망버스'에 대해 일부 언론들은 '시위 원정대' 등의 표현을 쓰고 있다.

"연대는 당연한 일"

'탈핵희망버스'는 지난 3일 부산울산경남지역을 중심으로, 5~6일에는 전국의 시민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은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경찰과 대치하는 현장을 찾아 지원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종교단체도 나섰다.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소속 신부들도 주민들을 지원하고, 부산·창원지역 천주교 수녀들도 단체로 밀양을 찾아 주민들을 격려하고 있다. 또 서울 명동 향린교회 목사와 신도들도 밀양을 찾아 주민들을 돕기도 했다.

'탈핵희망버스' 일부 참가자들은 5일 오전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소재 '송전선로 공사장비 적치장' 앞에서 공사 중단을 호소하며 경찰들 앞에서 100배를 올리기도 했다. 또 울산지역 '아이쿱생협' 회원들은 밥을 지어 와 산속에서 농성하는 주민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경찰은 '탈핵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주민과 결합하는 것을 막는데 애를 쓰고 있다. 참가자들은 산 속에서 농성하는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임도와 등산로를 이용하지 않고 아무런 길도 없는 산을 오르고 있다. 경찰이 곳곳에서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세력'이라는 지적에 대해, 경북지역에서 온 참가자들은 5일 밀양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밀양 송전탑 문제는 밀양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앙 집중적인 에너지정책의 문제이며, 국민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에너지정책을 추진하는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들은 "밀양을 찾는 시민들은 자신들의 문제로 여겨 참여한 것"이라며 "정부가 강요하는 일방적인 희생과 고통의 부당함을 바로잡기 원하는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정부와 한전의 부당한 공사강행과 이를 비호하는 경찰의 공권력에 대한 연대 투쟁은 정당하고, 살아있는 국민의 양심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물과 식사 반입을 가로막고, 비와 바람을 막는 천막을 빼앗는 것도 모자라 폭력과 공권력으로 주민들을 탄압하는 비인권적인 처사를 자행하는 경찰이 외부 불순세력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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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와 밀양시의 움막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 시도 나흘째인 5일 주민들이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소재 '공사장비 적치장' 앞에 있는 움막을 지키고 있다. ⓒ 윤성효


지난 4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송전탑 공사 현장에 함께 연대하는 이들은 여러 정당과 시민단체 회원, 종교인들"이라며 "대부분 지난 2년간 밀양 송전탑 현장을 직접 다녀가면서 밀양 어르신들을 알게됐고, 공사 강행 소식을 듣고 자발적으로 밀양을 찾은 분들"이라고 밝혔다.

"송전탑 문제는 서민과 노동자들이 당사자"

5일 오전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송전선로 공사장비 적치장' 앞에 모인 시민들은 '외부세력'이라는 주장에 반박했다. 서울에서 왔다고 한 여성은 "송전탑은 우리 문제다, 대도시와 산업계에서 전력을 펑펑 쓰고 있다"며 "전기를 쓰는 사람이 송전탑 문제의 당사자고, 당사자인 사람들이 밀양에 오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문정선 밀양시의원(민주당)은 "퇴직 공무원과 관변단체 사람들이 나와서 기자회견을 통해 외부세력이라고 했다"며 "저도 지난해 1월 고 이치우 어르신이 분신하신 뒤 송전탑 반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저는 시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당 이봉화 부대표는 "전력난이 왜 생기나, 대기업과 대형마트마다 저렴하게 전기를 공급해주고, 밤에도 불을 훤히 밝히고 있다"며 "그 안에서 우리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그런데 왜 송전탑 문제가 우리와 무관하다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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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와 밀양시의 움막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 시도 나흘째인 5일 주민들과 '탈핵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소재 '공사장비 적치장' 앞에서 집회를 가지면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윤성효


#밀양 송전탑 #탈핵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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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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