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유동성 위기 여파로 비교적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동양증권까지 빨간불이 켜졌다. 사진은 24일 오전 서울 을지로 동양증권 본점.
김시연
그리고 또하나의 대형 금융사고가 최근 동양기업의 법정관리와 더불어 터져나왔다. 투자 부적격 상태의 모기업 회사채를 금융 계열사인 동양증권이 무려 5만여 명의 소비자에게 판매했다. 결국 ㈜동양 등은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부실한 기업의 회사채에 투자한 소비자들은 큰 손실을 입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금융투자 실패 사건들의 공통점은 판매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판매 직원들은 소비자들에게 금융상품이 지닌 위험은 축소하거나 숨긴 채 이익만을 강조한다. 이에 대해 금융권은 '불완전 판매'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실제 피해가 막대한 금융상품 판매 과정은 단순히 완전하지 않은 정도의 불완전 판매가 아니었다. 저축으로 오인하게 만들거나 안전하다는 직원들의 '장담'이 전제됐다.
이는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법률 용어로 사기란 '고의로 사실을 속여서 사람을 착오에 빠지게 하는 행위'라 정의한다. 실적 압박이 전제되어 있었기 때문이었겠으나 위험한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사실을 숨기고 왜곡시켜 소비자들을 착오에 빠지게 한 사실이 명백하기 때문에 '사기 판매'라 규정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물론 고의적으로 숨겼는지, 판매 직원들조차 그 상품의 위험을 몰랐는지 판단하기 애매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 판매 직원들이 상품의 위험성을 모르고 팔았다면 그는 더욱 황당하고 위험한 일이다. 금융권 직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품들을 소비자에게 권유했다는 것 아닌가.
앞서 소개한 사례에서처럼 '믿음을 갖고 투자하셔야죠'라는 태도로 금융상품이 판매되고 있다면 이는 투자를 권유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이 전제된 포교 활동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신앙을 갖고 금융상품을 팔았다면 결과적으로 그것 또한 해당 금융사의 사기다. 직원들조차 심각한 착오에 빠지게 함으로써 위험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결론이건 금융사가 사기 판매를 했다는 사실을 비껴가기는 어렵다. 그러나 앞서 말한 금융피해 사례 모두 투자자 책임으로 결론이 났다. '속은 것도 네 책임'이라는 결론인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왜 존재하는가?2010년 저축은행들이 하나둘 무너져 갈 때마다 금융감독 당국은 기자회견을 자처해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다른 저축은행들로까지 뱅크런이 확산돼 금융시장의 혼란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일부 저축은행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저축은행 가입자들까지 덩달아 예금을 해지한다. 금융감독 당국의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말은 그런 도미노 현상을 끊어내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금융감독 당국의 장담은 몇 개월 지나 무책임한 것으로 결론났다. 저축은행 후순위채 피해자가 1만 7000여 명에 달하고 피해액도 5961억 원으로 초대형 금융사고였음에도 금융감독원에는 사태를 책임지고 물러난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지난해 민주당 민병두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예금보험 공사에서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5000만 원 이하 예금자에게 지급된 보험금은 모두 17조 5738억 원이었다. 납세자의 주머니까지 털어 부실 금융사의 뒷처리를 하고 있다.
도대체 사태가 이지경이 되도록 금융감독 당국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저축은행 사태 당시에는 금감원의 부패 문제까지 확인되면서 '금융강도원'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저축은행 총자산이 늘어나는 와중에도 검사인력은 축소하고 제재는 거의 없었으며 피감기관과의 유착이 강화되었음을 금감원 스스로도 인정한 바 있다. 물론 사과를 하거나 책임진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또 다시 대형 금융사고를 만들어내고야 말았다. 금감원은 4년간 동양증권을 상대로 세 차례나 검사했지만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저 동양 측의 선제적 구조조정만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 뒤늦게 동양증권에 대해 무기한 특별검사를 추진하겠다는 등의 대처에 나서고 있다. 사실상의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지나지 않는다. 위험을 알고도 방치하려면 금융감독당국이 왜 필요한가?
금감원의 감독 문제는 단지 책임의 문제에서만 따질 것이 아니다. 저축은행 사태 때와 같이 부패와 연루된 것인지 철저히 조사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실한 기업이 금융계열사를 통해 개인 투자자 자산을 도둑질했다. 그것을 보고도 그저 대처가 늦었다라는 궁색한 변명을 믿고 무능만 비판하기에는 무언가 의심스런 구석이 많다.
이에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에서 감사원에 금감원 감사 청구를 요청할 예정이다. 지난 저축은행 사태 때와 같이 비리가 밝혀진다면 비리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금감원 실무자를 징계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번에야말로 금감원의 조직 구조의 혁신과 책임을 제대로 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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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짧은 기간 동안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가계발 금융부실이 크게 우려된다. 채무자 보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수많은 채무자들을 빚독촉의 고통으로 내몰고 있다.
채무자들 스스로도 이제 국가를 향해 의무만 강요받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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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 무기한 특별검사... 금감원이 못 미더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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