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공사강행' 벼랑 끝 몰고온 일등공신은?

홍준표 경남지사·엄용수 밀양시장 각각 호소문 발표... 야당·대책위는 반박

등록 2013.10.08 18:11수정 2013.10.0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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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갈등이 깊은 가운데, 홍준표 경남지사와 엄용수 밀양시장이 각각 호소문을 통해 '이념 투쟁의 장'과 '외부세력'을 거론하자 야당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두 단체장에 대해 공약도 지키지 않고 '공사 강행이라는 벼랑 끝으로 밀려오게 만든 일등공신'이라 비난했다.

홍준표 지사와 엄용수 시장은 8일 각각 호소문을 발표했다. 엄용수 시장은 2006년 지방선거 때 열린우리당으로 출마해 당선했다가 그 뒤에 탈당하고 지금은 새누리당 소속이다. 한국전력공사는 8일에도 비가 내리는 속에 송전탑 공사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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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밀양에는 비가 내리는 속에 한국전력공사는 송전탑 공사를 계속하고, 주민들은 곳곳에서 농성하면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소재 '송선전로 공사장비 적치장' 앞 움막에서 보라마을 주민 김응록씨가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모아 놓고 송전탑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 윤성효


홍준표 지사 "외부세력은 지금 당장 추방되어야"

밀양 송전탑 공사와 관련한 주민과 경찰의 대치 상황에 대해, 홍준표 지사는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지사로서 연로하신 지역 주민들이 극단적 갈등의 최전선으로 내몰린 상황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한국전력공사 사장과 주무장관이 수없이 현지 주민을 설득했고 최근에는 국무총리가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공사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해당 지역에 대한 획기적인 보상대책과 나노테크 국가산단을 비롯한 밀양 지역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적 지원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송전선로 경과지 주민에 대해, 홍 지사는 "밀양의 고통을 이해하고, 송전선로 건설을 반대하는 경과지 주민들의 호소도 이해한다"며 "그러나 이것은 8년간 진행된 국책사업이고 우리에게는 더 이상 주어진 시간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안타깝지만 다른 대안이 없다"면서 "전력난이라는 국가적 위기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고, 대승적 견지에서 이 사업의 불가피성을 깊이 헤아려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홍준표 지사는 "지금 중요한 것은 밀양 송전탑 문제는 어느 누구도 아닌 밀양시민과 해당 지역 주민들의 자주적인 결정에 따라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갈등을 부추기고 확대해서 생존의 문제를 이념투쟁의 수단으로 변질시키는 사람들이 우리 어르신들에게 쇠사슬을 채우고 구덩이로 밀어 넣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밀양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밀양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되고, 합리적인 문제 해결을 가로막고 있는 외부세력은 지금 당장 추방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 지사는 "갈등으로 허비할 시간이 없고, 밀양의 미래를 밝혀나가는 데 필요한 것은 갈등과 반목이 아니라 화합과 합리적 대안"이라며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통해 그동안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 함께 밀양시와 경남의 미래를 위해 나아갈 수 있도록 뜻을 모아달라"고 밝혔다.

엄용수 시장 "이념투쟁의 장이 아니다"

엄용수 밀양시장도 이날 호소문을 통해 "한국전력공사와 갈등을 빚는 송전탑 현장은 이념투쟁의 장이 아니다"며 "재야 정치권, 반핵 환경단체, 노동단체 등 외부 단체가 반대 주민의 농성에 합류하면서 순수한 의미의 지원이란 의미는 퇴색하고 이념투쟁의 장으로 점차 변질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송전탑 문제가 일단락되고서 그들이 떠나고 나면 지역에는 상처와 갈등만 더 증폭돼 남을 것"이라며 "송전탑 문제는 지역민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엄용수 시장은 "외부 단체가 주민들에게 반대 투쟁을 부추겨 갈등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며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린 밀양은 갈등과 지역 이기주의의 온상으로 비쳐지고 나이가 많은 어르신의 건강과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권력과 대치하는 상황이 계속돼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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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밀양에는 비가 내리는 속에 한국전력공사는 송전탑 공사를 계속하고, 주민들은 곳곳에서 농성하면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마을 입구 쪽에 경찰이 주민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서 있는 모습. ⓒ 윤성효


민주당·통합진보당·노동당 경남도당, 홍준표 지사 비난

민주당 경남도당은 홍준표 지사의 호소문에 대해 "세 치 혓바닥이 제 몸을 베는 칼이 될 수 있다"며 비난했다. 민주당은 홍 지사가 2012년 12월 경남지사 보궐선거 때 했던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홍 지사는 지난 선거 당시 밀양 송전탑 공사의 일방적인 추진을 반대하며 송전선로 지중화를 포함한 중재를 약속했고, 홍 지사는 9월 22일 창원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도가 적극 나서고 있어 곧 해결된다'고 보고했다"며 "그러나 밀양 송전탑 문제와 관련해 주민과 한전 간 중재는 없었고, 홍 지사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오히려 침묵으로 일관해 왔으며, 침묵 뒤 나온 홍 지사의 발언은 결국 밀양 주민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홍 지사의 이 같은 거짓은 한전의 일방적인 공사 강행에 힘을 실어주는 하나의 과정으로 드러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홍 지사의 한전 힘 실어주기는 '외부세력' 운운으로 본격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홍 지사는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에너지 사업을 바로 잡고자, 밀양 어르신들의 인권이 걱정돼 밀양을 찾는 시민과 단체들을 이른바 '외부세력'이나 '이념세력'으로 몰고 있다"며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팽개친 지사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게 없기에 밀양으로 찾고 있는 이들에게 홍 지사다운 색깔을 덧씌우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밀양 송전탑 건설현장에서 눈물 흘리는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세 치 혓바닥이 제 몸을 베는 칼이 될 수 있다'는 속담이 있다. 홍 지사는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발언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통합진보당 경남도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홍준표 지사가 발표한 밀양 송전탑 관련 도민들께 드리는 글을 통해 목숨을 걸고 한국전력의 공사강행을 온 몸으로 막아내고 있는 주민들의 절규를 '우롱'하며, 밀양사태 해결을 위한 도지사 역할을 사실상 '포기'했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은 "송전선로 건설 문제는 밀양만의 문제가 아니며, 국민의 분노와 고통의 문제 또한 어찌 남의 일이란 말인가. 무엇보다 위험에 처해 있는 주민들과 함께하며 힘을 보태는 것을, 누가 추방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주민들의 절규를 외면하는 것이야말로, 주민들의 죽음을 부르는 낭떠러지로 내모는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진보당은 "홍준표 지사는 사실을 왜곡하여 여론을 호도하는 데 앞장설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눈물과 절규, 위협받고 있는 생명과 안전부터 먼저 챙겨라.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밀양현장으로 달려가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라"고 촉구했다.

노동당 경남도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제 시민사회와 야당을 외부세력이며 송전탑 건설 현장에서 지역 주민을 극단적 대치로 떠밀고 있는 사람들이라 폄훼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당은 "밀양 송전탑 공사가 주민의 의지에 의해 저지된다고 해서 대한민국 전력 수급량에 문제가 될 일도 아니며, 주민의 목숨과 바꿀 일은 더더욱 아니다"며 "홍 지사는 막말을 하기에 앞서 수천의 공권력 앞에서도 노년의 그들이 흔들림 없이 저항하는 이유를 깊이 성찰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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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밀양에는 비가 내리는 속에 한국전력공사는 송전탑 공사를 계속하고, 주민들은 곳곳에서 농성하면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마을 입구 쪽에 농성하고 있는 주민들이 격려하기 위해 찾아온 천주교 수녀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윤성효


대책위 "두 단체장이 벼랑 끝으로 밀려오게 만든 일등공신"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대표 김준한 신부)도 성명을 내고 홍준표 지사와 엄용수 시장을 비난했다. 대책위는 "홍준표 지사와 엄용수 시장은 밀양 송전탑 문제가 결국 공사강행이라는 벼랑 끝으로 밀려오게 만든 일등공신들이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홍 지사는 후보 시절 '밀양송전탑 문제 중재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혔지만, 당선 이후 중재노력은 단 한 번도 없었고, 단 한 차례도 경과지를 찾아 피해 주민들과 대화를 나눈 적도 없다"고 밝혔다.

또 대책위는 "엄용수 시장은 아예 한국전력의 행동대장을 자처하였다"며 "일과 중에 업무를 봐야 할 공무원 140여 명을 동원하여 한국전력의 보상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홍보요원으로 활용하였고, 공무원과 주민 양측에서 엄청난 지탄을 받았고, 지금은 근거도 명분도 없는 행정대집행을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부세력 주장에 대해, 대책위는 "전력생산과 수송은 전기를 사용하는 모두가 이해당사자이다"며 "국가폭력에 막다른 곳으로 몰린 어르신들을 외면하지 않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주민들과 연대하는 이들은 오늘날 소중한 우리 사회의 양심세력이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책임 있는 사태 수습 노력은 고사하고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면서 책임 떠넘기기와 어이없는 망언으로 주민들을 더욱 자극하는 두 자치단체장의 행태에 우리는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밀양 송전탑 #홍준표 지사 #엄용수 밀양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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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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