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성인 주민증 낸 청소년 고용한 유흥업주 처벌

1·2심,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 무죄... 대법원은 유죄 취지 파기환송

등록 2013.10.09 22:41수정 2013.10.09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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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다른 성인의 주민등록증을 제시해 유흥업소에 고용됐다면 주민등록증상 사진과 실물을 자세히 대조하지 않은 업주에게 청소년보호법 위반죄를 물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전북 익산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던 A씨(52·여)는 작년 5월 S양 등 16~17세인 청소년 3명을 고용해 남자 손님들에게 술을 따라주고 노래를 부르게 하는 등의 접객행위를 하게 하다 적발됐다.

A씨는 고용 당시 신분증을 확인했는데 청소년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보도방 업자에게 나이 확인을 위해 신분증이 있는 접객원을 소개해 달라고 했고, 그의 소개로 S양 등 3명이 왔다. 당시 S양 등은 다른 성인의 주민등록증을 제시했는데, 비슷하게 보이도록 화장까지 했다.

검찰은 A씨를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으나, 1심과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주민등록증의 사진과 실제 모습이 다소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외관상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이상 주민등록증을 제시한 사람과 주민등록증 상의 사람이 동일인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등록증 사진상의 사람과 비슷하게 화장을 한 뒤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면서 유흥접객원 명부에 주민등록증 상의 이름을 기재하고 미리 외워둔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한 상황에서, 피고인이 청소년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한 보도방 업자에게 신분증이 있는 접객원의 소개를 부탁하기까지 한 피고인이 S양 등이 청소년임을 뻔히 알면서도 나중에 단속될 것을 대비해 형식적으로 주민등록증을 복사하고 유흥접객원 명부를 작성ㆍ관리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연령확인의무를 다하기 위해 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따라서 S양 등의 얼굴과 주민등록증 상의 사진을 '자세히' 대조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연령확인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흥주점에 16∼17세 청소년을 고용한 혐의(청소년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라"며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청소년보호법의 입법목적에 비춰 볼 때, 유흥주점과 같은 청소년유해업소의 업주는 청소년 보호를 위해 청소년을 고용해서는 안 될 매우 엄중한 책임이 있다"며 "만일 대상자가 제시한 주민등록증 사진과 실물이 다르다는 의심이 들면 청소년이 자신의 신분과 연령을 감추고 유흥업소 취업을 감행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유흥업계의 취약한 고용실태 등에 비춰, 업주는 주민등록증 사진과 실물을 자세히 대조하거나 주민등록증 주소와 주민등록번호를 외워보도록 하는 등 추가적인 연령확인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피고인이 S양 등이 제시한 주민등록증 사진과 실물이 다르다는 의심이 들었다면 사진과 실물을 자세히 대조해 보는 등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연령확인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S양 등이 제시한 제3자의 주민등록증만을 확인한 채 그녀들을 고용해 유흥주점에서 접객행위를 하도록 한 것은 청소년유해업소 업주의 청소년연령확인에 관한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피고인에게는 청소년을 고용해 유흥주점에서 접객행위를 하게 한다는 점에 관하여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음에도, 원심이 이와 달리 판단한 것은 청소년보호법상 연령확인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단을 그르친 것"이라며 "따라서 사건을 심리·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에도 실렸습니다. 로이슈
#청소년보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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