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씨가 소액결제 피해를 입은 웹하드 서비스 제공 업체 누리집 갈무리
누리집 갈무리
J씨(여, 52)는 얼마 전 핸드폰 결제 내역을 보고 깜짝 놀랐다. 평소 명세서 확인을 잘 안 하는 성격인데다 핸드폰을 이용한 소액결제는 평소 이용하지 않는 터여서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9월 2일자로 1만6500원이 자신도 모르게 소액결제된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것이다. J씨는 혹시나 싶어 과거 몇 개월의 명세서를 확인해보고는 더욱 놀랐다.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1만6500원씩 모두 4차례에 걸쳐 총 6만6000원이 결제된 것이다.
통신사에 확인한 결과 모두 영화나 드라마, 운세정보 등을 볼 수 있다는 사이트에서 자동 연장 방식으로 결제가 이루어진 것임을 알았다. 그제서야 문득 머리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평소 일본어에 관심이 많던 J씨는 일본어 공부를 하기 위해 일본 드라마 등을 보면 도움이 된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한 사이트에 가입한 것이 기억났다. 그러나 당시 J씨가 해당 사이트에 가입할 때는 110원에 원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안내만 있었을 뿐, 결제된 월 1만6500원의 이용료나 자동 연장 등에 대한 안내는 전혀 없었다.
"전 평소 핸드폰 소액결제는 이용하지 않거든요. 요즘같이 어려울 때 단돈 1만 원을 아껴야 하는 상황에서 1만6500원이라는 이용료를 내면서까지 콘텐츠를 이용하지는 않죠. 더욱이 그 사이트는 실제 회원 가입 후 들어가 보니 영화나 드라마 등의 시청을 전혀 할 수가 없었어요. 원하는 내용을 선택해도 무반응인 사이트였죠."소액 결제 사기, 교묘한 수법J씨가 이상하게 생각한 것은 사이트에서 제공한다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것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핸드폰에서 소액결제가 이루어진 사이트가 매번 달랐다는 점이다. 자신은 A 사이트에 가입했는데 이후 결제가 이루어진 사이트는 A와 B와 C 사이트였다.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보니 각 회사들은 사업자등록번호도 달랐고 사무실 소재지도 서울 종로구, 강남구, 서초구 등 다양했다. 이 중 C는 "종로1가 교보빌딩 15층"이라고 사업자 주소지가 명시되어 있었으나 실제 확인해보니 교보빌딩에 해당 업체는 입주해 있지 않았다.
그런데 A, B, C 세 사이트에 소개된 회사의 고객상담 전화번호는 모두 같았다. J씨는 해당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 환불을 요청했다. 그랬더니 "웹하드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라며 "고객님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회원 가입을 하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므로 환불을 해줄 수 없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J씨는 또 "왜 내가 처음 회원 가입한 사이트와 나중에 결제된 업체가 다르냐?"는 항의에 업체는 "사업자 이전으로 인해 그렇게 된 것"이란 말만 되풀이했다.
J씨가 당한 업체의 소액결제 사기 수법을 정리해보면, 첫째, 마치 운세정보나 영화, 드라마시청 등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속이고 무료 또는 이벤트로 회원을 가입하게 한다. 둘째, 이 과정에서 '성인인증' 또는 '본인인증'을 한다며 핸드폰 소액 결제에 필요한 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수집한다.
셋째, 소액결제의 명세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일반 사용자들에게 매달 지속적으로 1만5000원(부가세 포함 1만6500원)을 지속적으로 결제 청구를 한다. 넷째, 나중에 피해자들이 항의하면 "자신들은 영화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고 웹하드를 제공하는 업체다"라고 변명하고 "피해 당사자가 직접 회원가입을 했다"거나 "분명히 약관에서 이러한 사실을 공개했다"며 환불을 거절한다.
또한, 이들 업체들은 같은 회사가 여러 개로 사업자 등록과 도메인 등록을 하고 한 개의 사이트가 적발되면 다른 사이트로 이전하거나 결제 대행업체를 바꾸어 청구하는 등 교묘하고 지속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피해자 중 일부 강력하게 항의하거나 관계당국에 진정하는 등의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피해자들에 한하여 항의를 무마할 목적으로 일부금액만을 환불하기도 한다.
피해자 속출하는데 업체에 환불만 사정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