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 감자껍질파이가 무슨 뜻이죠?

나만 알고 싶은 책 1. 전쟁으로 얼어붙은 마음을 '문학'으로 녹이는 사람들

등록 2013.10.13 16:51수정 2013.10.1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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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무섭고도 잔인한 게임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잔인한 참상을 때로는 고발하듯 때로는 호소하듯 써내려간 문학작품으로는 '안네의 일기'와 '즐라타의 일기'등이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총성이 빗발치는 끔찍한 현실에서 문학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이 책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 담겨있다.

시작은 줄리엣이라는 어느 여류작가가 어느 날 우연히 건지 섬의 농부인 도시 애덤스로부터 책을 구해달라는 편지를 받게 되면서 시작된다. 독일군의 점령 하에 고통 받던 건지 섬의 주민들은 배고픔을 견디다 못 해 몰래 돼지를 빼돌려 자신들만의 파티를 벌인다. 하지만 독일군 검문 하에 들킨 주민 한 명이 기지를 발휘해 문학회 모임이라고 둘러대며 장난스럽게 시작된 이 '건지 감자껍질 파이 북클럽'은 황폐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주며 계속된다.


곡괭이와 삽을 내려놓고 책을 들게 된 그들은 '문학'을 만나면서 자신들의 삶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등장인물인 클로비스 포시는 책을 읽게 된 것 그리고 북클럽에 참가한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고 밝힌다.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를 통해 결국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그는 '시'에는 뭔가 있다는 확신을 이제 의심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이 모임의 중심인물인 엘리자베스는 독일군의 총대 앞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하고 결국 수용소로 끌려가지만 용감하게 학대당하는 여성을 보호한다. 이처럼 삶과는 무관해 보이는 문학작품들이 전쟁 하에 고통 받던 사람들의 마음속에 뭔가를 일깨워주었고 그들은 각자 책에서 '사랑'을 '용기'를 배워가며 성장한다. 

작가 줄리엣은 처음에는 무언가 도움을 주기 위해 그들과 편지교환을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그들의 매력에 이끌려 건지 섬을 방문하게 되고 편지를 처음 보냈던 도시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저녁을 먹으면서 우리는 조너선 스위프트와 돼지와 뉘른베르크 재판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중략) 나는 꽃을 키우고 목공예를 하는 채석공 겸 목수 겸 돼지 치는 농부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어요. 실은 믿는 게 아니라 아는 거죠."

사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읽다보면 책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음을 금방 눈치챌 수 있는데 이 책을 쓴 메리 앤 섀퍼는 평생을 서점과 도서관 그리고 신문사에서 일해 오며 출판할 가치가 있는 책을 쓰겠다는 꿈을 멋지게 이뤄냈다.
덧붙이는 글 어느 날 우연히 정가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받아보니 책 뒷부분의 스무 장이 잘 못 인쇄된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먼저 이 책을 다 읽기로 했고 기꺼이 이 책을 그냥 소장하기로 했다. 이런 좋은 책을 정가를 주지 않고 샀다는 일말의 부끄러움 때문에. 그리고 이런 책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에.
#건지 #문학 #북클럽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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