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고 낙동강 6박7일...우릴 기억해 주세요

[두 바퀴 현장 리포트 OhmyRiver! - 마지막날] 내성천 지나 영주댐까지

등록 2013.10.14 20:48수정 2013.10.1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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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10만인클럽 환경운동연합은 '흐르는 강물, 생명을 품다'라는 제목의 공동기획을 통해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 구간을 샅샅이 훑으면서 7일부터 6박7일 동안 심층 취재 보도를 내보냅니다. 전문가들이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어민-농민-골재채취업자들을 만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또 한강과 금강 구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기획기사를 통해 선보이겠습니다. 이 기획은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와 4대강조사위원회가 후원합니다. 10만인클럽 회원, 시민기자,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오마이리버, 내성천에 빠지다 ⓒ 정대희, 이석우


"마침 어제 저희가 목욕도 못 했습니다. 내성천에 입수를 하겠습니다. 자, 달려!"

'오마이리버'가 내성천에 빠졌습니다. 13일 내성천을 건너는 경북 예천의 오천교. 저(소중한 기자)와 김병기 기자, 김종술 시민기자는 내성천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뛰어들었습니다. 살을 적시는 청량한 물과 몸을 간질이는 모래는 내성천이 살아있음을 증명합니다. '1급수'라는 규정과 표현보다 훨씬 더 와닿는 내성천의 참모습이었습니다.

물에서 나와 몸을 닦고 옷을 갈아 입은 뒤에도 김병기 기자는 계속 "시원하다" "좋다"를 연발했습니다.

오마이리버의 김종술 시민기자, 김병기 기자, 소중한 기자(위 사진 왼쪽부터)가 13일 경북 예천 선몽대 부근에서 내성천으로 뛰어들고 있다(위 사진). 사진 아래는 다시 뭍으로 나오고 있는 세 기자. ⓒ 소중한


7일 부산 을숙도에서 출발해 낙동강을 따라 자전거 타는 내내, 낙동강에는 발도 담그기 싫었습니다. 10월인 지금도 여전한 녹조, 강변에 녹슨 채 떠 방치된 준설선, 배를 드러내고 죽은 물고기 등. 취재하다 낙동강 물이 손에 닿으면 곧바로 닦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경북 문경에서 낙동강과 합류하는 내성천은 달랐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영상과 사진으로만 봐도 얼마나 맑은지, 왜 '오마이리버'가 물 속에 뛰어들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13일 '오마이리버'는 그동안 진행한 자전거 취재와 현장중계를 멈추고 내성천을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살포시 발을 당기는 내성천... "이게 낙동강의 본 모습"


13일 오전 6시 안개 자욱한 내성천. 흐르는 물이 그 사이로 얼굴을 내민 모래톱이 인상적이다. ⓒ 소중한


12일 '오마이리버' 팀은 내성천이 휘감는 경북 예천 회룡포마을에서 밤을 보냈습니다. 13일 오전 7시 잠에서 깨니 자욱한 안개가 마을을 덮었습니다. '오마이리버'는 안개로 몸을 씻은 뒤 곧바로 차에 올랐습니다.

아침을 먹고 경북 예천의 신음교와 경진교를 거쳐 오전 10시께 오천교 다리 밑에 도착했습니다. 너른 모래톱과 여울져 흐르는 물이 저절로 신발을 벗게 했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도요새 세 마리와 함께 맨발로 내성천에 들어갔습니다. 내성천 바닥의 모래와 맨발이 만나는 순간, 푹신한 느낌이 확 들더군요. 모래가 발을 살포시 잡아당기는 느낌이었습니다.

오마이리버가 13일 경북 예천의 오천교에서 출발해 내성천 위를 걷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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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리버가 13일 경북 예천의 오천교에서 출발해 내성천 위를 걷고 있다. ⓒ 소중한


13일 경북 예천의 오천교에서 출발해 내성천을 걷던 김병기 기자의 무릎까지 모래와 물이 차올랐다. 발이 깊이 빠진다는 것은 강바닥이 연하다는 것이고 이는 모래가 이곳에 머무른지 얼마 안 됐다는 것이다. 이는 강이 흐르고 모래가 함께 구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 소중한


위 사진을 보시죠. 김병기 기자 무릎까지 모래와 물이 차 올랐습니다. 다리가 짧은 게 아닙니다. 발이 깊이 빠진다는 것은 강바닥이 연하다는 뜻이고, 이는 모래가 이곳에 머무른지 얼마 안 됐다는 의미입니다. 물과 함께 모래도 흐르는 겁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이 (내성천의) 모습이 4대강 사업 전 낙동강의 모습"이라며 아쉬워했습니다.

13일 경북 예천 오천교 부근의 내성천에 도요새 세 마리가 노닐고 있다. ⓒ 이석우


13일 경북 예천 오천교 부근의 내성천에서 발견된 새의 발자국. 물이 지나는 곳임에도 아직 선명한 것을 보니 지나간지 얼마 안 된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큰 발자국인 것을 보아 왜가리나 백로의 발자국으로 예상된다. ⓒ 소중한


눈을 내성천 수면 가까이 댔습니다. 모래와 작은 돌멩이가 물결을 따라 춤을 추듯 이동합니다. 이는 자연스런 침식·운반·퇴적 작용이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주변 생태계가 유지되는 것이고요.

내성천, 흐르는 모래의 의미-양영석 시민기자 ⓒ 소중한


혹시 고라니가 영어로 'water deer(물사슴)'란 걸 알고 계신가요? 고라니는 물을 좋아해 강가에 많이 산다고 합니다. 강을 넘나들며 먹이를 먹고 번식활동을 하죠. 내성천은 고라니가 살기에 좋은 곳이랍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물길이 막히고 강바닥이 깊게 파인 낙동강은 고라니가 살 수 없는 곳이 됐습니다. 강을 건널 수도 없고, 좋아하는 물에도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13일 경북 예천 오천교 부근의 내성천에서 꽃뱀이 물을 건너고 있다. ⓒ 김종술


김종술 시민기자가 내성천 건너는 꽃뱀을 사진에 담아 제게 보냈습니다. 김 기자에 따르면 뱀이 제법 넓은 하천을 건너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벌새가 한 활동가의 분홍색 신발에 날아듭니다. 꽃인 줄 알았나 봅니다. 사람에게 달려드는 새, 그리고 그 새가 사는 내성천. 그만큼 때가 안 묻었다는 거겠죠. 바닥엔 재첩도 굴러다닙니다. 낙동강과 달리 내성천에서는 많은 생물을 볼 수 있습니다.

2009년부터 내성천 사진을 찍어온 박용훈 작가는 "강가의 생물은 강의 변화에 자기 삶의 주기를 맞춘다"며 "4대강 사업은 강의 변화를 막아 생태계를 망가뜨렸다"고 말했습니다. 흐르는 강, 생태계 유지에 꼭 필요합니다.

이 좋은 내성천도 앓고 있습니다

이렇게 맑은 내성천에도 아픔이 있습니다. 내성천 상류에서 벌어지는 영주댐 공사와 하류의 4대강 사업이 그 원인인데요. 우선 아래 사진을 보시죠. 박용훈 작가가 같은 현장을 찍은 겁니다. 산 능선을 보면 같은 장소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위는 2010년, 아래는 2011년 모습입니다. 1년 사이 모래밭이 자갈밭으로 변했습니다.

2009년부터 내성천 사진을 찍어 온 박용훈 사진작가가 오마이리버에 보여준 2011년(위), 2012년 내성천 같은 곳의 사진. 모래의 양이 급격히 줄어든 모습을 볼 수 있다. ⓒ 박용훈


영주댐 공사 탓에 내성천 상류에서 내려오는 모래가 줄었기 때문이랍니다. 반면 내성천보다 하류인 낙동강에선 4대강 사업 탓에 강바닥이 파여, 내성천의 모래가 빠르게 쓸려갔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병기 기자가 박용훈 작가를 인터뷰했습니다. '내성천 인터뷰', 아래 동영상을 보시죠.

내성천, 영주댐 건설로 위기를 맞고 있다-박용훈 작가 내성천 위 인터뷰 ⓒ 소중한


'오마이리버'는 내성천의 아픔을 잘 보여주는 경북 영주 무섬마을을 오후 2시께 찾았습니다. 무섬마을에 있는 수도교 교각은 어찌된 일인지 맨살을 드러냈습니다. 모래가 줄면서 지면의 높이가 낮아지고 있는 겁니다. 몇차례 보강 공사를 한 흔적도 보입니다.

내성천이 지나는 경북 영주 무섬마을의 수도교 밑. 내성천 상류의 영주댐 공사와 하류의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모래의 양이 줄어든 모습이다. 교각 아래부분이 드러나 보강공사를 한 흔적도 보인다. ⓒ 소중한


이곳은 몇해 전까지만 해도 넓은 백사장이었다고 합니다. 이 마을에서 오래 살았다는 김한새(75) 할아버지는 "흰 모시 옷을 입고 굴러도 흙이 묻지 않는 모래밭이었다"고 말하더군요. 이어 할아버지는 "그전엔 골재 채취를 해 가도 자연현상으로 백사장이 유지됐는데 이제는 채취를 안 해도 이렇게 자갈이 눈에 보인다"며 "4, 5년 사이에 황폐화되는 건 시간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교각으로 다가간 할아버지는 바닥에서부터 약 1m 50cm 위를 손으로 짚으며 "예전엔 여기까지 모래가 찼다"라며 씁쓸해 했습니다.

경북 영주 무섬마을, 백사장이 사라진다-주민 인터뷰 ⓒ 소중한


내성천을 따라 무섬마을보다 더 상류로 가니 영주댐 공사현장이 보입니다. 높이 55.5m, 길이 400m로 지어지는 거대한 공사현장입니다. 2009년 12월 공사를 시작한 영주댐에는 총 8700억 원의 사업비가 들어간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 공사 탓에 앞에서 소개한 무섬마을처럼, 회룡포·선몽대 같은 명승지와 운포구곡, 섬계7곡 등 절경이 수몰되거나 모래 공급 중단으로 훼손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오마이리버'는 오후 4시께 영주댐 공사로 수몰될 금광마을에 들어섰습니다. 400여 년 동안 유지된 이 마을은 인동 장씨의 집성촌이기도 합니다. 영주댐 공사 이전에 60여 가구가 살았지만 이제 20여 가구만 남아 수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마을 이장인 장중덕(56)씨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선산도 다 물에 잠긴다"고 말하는 장씨의 얼굴에서 답답함이 묻어납니다.

영주댐 수몰 마을, 금광마을 이장 인터뷰 ⓒ 소중한


'오마이리버'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13일을 끝으로 '오마이리버'는 6박7일 동안의 '낙동강 떼잔차질(Group Riding, 떼 지어 자전거 타기)'을 마무리했습니다. 7일 부산 을숙도를 출발해 영주댐에 이르기까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시민기자, 환경운동가 등 12명이 쉼 없이 자전거 페달을 돌리고, 스마트폰 자판과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렸습니다.

6박7일 동안 많은 격려와 관심을 보내준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독자의 반응'은 자전거 페달을 밟는 데 큰 힘이 됐습니다.

13일 환경연합 활동가들이 내성천 모래밭에 "지구별에 하나 뿐인 모래강, 내성천은 흘러야 한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놓고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이석우


낙동강변을 자전거로 달리며 '강의 주인'이 누구인지 생각해봤습니다. 500m의 강 폭에 보를 쌓고 거기에 5m도 안 되는 '어도(물고기길)'를 만들어 생색낼 만큼, 인간에겐 강을 소유할 권한이 있을까요? 보를 쌓아 물길을 막고, 자전거도로를 깔아 인간만 '레저'를 즐기는 게 본래 강의 주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까요?

한 선배가 그러더군요. "거칠어서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고. 누군가는 깊고, 반듯하며,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는 4대강 사업 후의 낙동강을 보면서 '강의 맛'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물을 다스려 쓸모 있게 만드는 게 통치자의 미덕이라 생각할 수도 있고요.

편협한 일부의 시각으로 쓸모 있는 강을 만들려다 그 강 생태계가 무너지면, 결국 인간도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소박하고 거칠더라도 내성천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의 낙동강을 보고 싶습니다.

13일 내성천의 한 다리 밑에서 한 가족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아이들의 물장구가 눈에 띤다. ⓒ 소중한


내성천의 맑은 물과 백사장이 보입니다. 그곳에서 뛰어노는 아이들도 보입니다. 내성천과 사람이 조화롭고 아름답습니다. 이 풍경을 보면서 '오마이리버'는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고맙습니다.
#4대강 사업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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