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사회와 녹색불교>┃지은이 유정길┃펴낸곳 아름다운 인연┃2013.09.30┃1만 4000원
아름다운 인연
'취업'과 '환경'이 화두인 시대입니다. 어떤 직업을 갖고 사는 게 잘사는 거냐고 물으면 답은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좋은 곳, 좋은 직장'입니다. 그런 곳이 어디냐고 다시 물으면 몇몇 대기업, 내로라하는 직업군으로 그 역시 뻔합니다.
MB정부가 저질러 놓은 4대강 사업이 낳는 뒤탈이 만만치 않은가 봅니다. 하지만 막상 MB정부가 저질러 놓은 4대강 사업이 뭐가 문제고 왜 나쁘냐고 물었을 때 주변에서 들을 수 있는 대개의 답은 막연합니다. 그냥 '나쁘니까 나쁘다'고 합니다. 왜 나쁜지, 뭐가 잘 못 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우왕좌왕 부족합니다.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들은 체계적이지도 않고 논리적이지도 못합니다. '나쁘니까 나쁘다'는 말이 가장 적절한 정답이고 최고로 근원적인 설명이지만 4대강 사업으로 재미를 본 입담 좋은 사람과 맞닥뜨리기라도 하면 자칫 말싸움에 밀려 4대강 사업이 잘못됐다는 말이 머쓱해지며 논리적 주장에서 역전 당하기 딱 좋은 수준입니다.
종교(宗敎)를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근본적인 가르침, 으뜸의 가르침'입니다. 최고의 가르침은 말로만 되는 게 아닙니다. 목탁이나 치고 독경이나 읊어 댄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근엄한 목소리로 부처님 말씀이나 전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닙니다.
최고의 가르침은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인식의 눈을 틔워 주고, 미래를 지향할 수 있는 지혜를 일깨워 주어야 합니다. 당장이 아니라 긴 안목에서, 나만이 아니라 더불어 영생할 수 있는 지혜, 입으로 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그 지혜를 실천할 수 있도록 깨우쳐 주고 이끌어 주는 것이 종교 최고의 덕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공존의 길, 열생의 길 <생태사회와 녹색불교><생태사회와 녹색불교>(지은이 유정길, 펴낸곳 아름다운 인연)에서는 한국불교가 나갈 바, 현실을 직시하며 자각할 수 있는 논리적 인식을 바탕으로 해 미래 지향적이고 대안적인 지혜를 작금의 상황들을 배경으로 해 시사적인 눈높이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성직자치고 말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다들 달변가이고 웅변가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이 어떻고, 어떤 선사의 말씀이 저러했다는 걸 줄줄이 쏟아내지만 누구누구의 가르침이나 말씀 할 것 없이 궁극적으로 그들이 전하는 말은 사랑과 평화, 더불어 사는 영생과 행복입니다.
어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다음 열 가지를 '직업 선택 10훈'으로 교육하고 있다고 하면 다들 미쳤다고 할 겁니다. 내 자식은 저런 학교에 절대 보내지 않을 거라고 할 부모들도 수두룩 할겁니다.
첫 번째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두 번째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내가 필요한 곳을 택하라'세 번째 '승진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네 번째 '모든 조건이 갖춰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다섯 번째 '앞다투어 모여드는 곳에는 절대 가지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여섯 번째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일곱 번째 '사회적 존경을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여덟 번째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아홉 번째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열 번째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는 곳으로 가라' -<생태사회와 녹색불교> 74쪽, '거창고 직업선택 10훈' 중에서 갈무리하지만 말도 안 되게 이런 '직업 선택 10훈'을 학생들에게 교육하고 있는 학교가 다름 아닌 거창고등학교, 120명 졸업생 중 1/4이 서울의 명문대로 진학을 해 오늘날 명문사학으로 널리 알려진 거창고등학교라고 하면 생각을 달리할 부모들이 적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종교를 바탕으로 깔고 하는 성직자들의 말은 감동이 있고 설득력이 있어야합니다. 사람들이 믿을 수 있는 근거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진실해야 합니다. 실천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실천할 수 있는 의지도 심어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게 성직자들이 존재할 수 있는 명분입니다. 현실을 외면하고 무조건 믿고 따르라고만 하는 건 혹세무민입니다.
현실 외면하는 외눈박이 불교는 미래 없어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데만 급급해 하는 불교, 과거 회귀적인 불교는 더 이상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과거의 가르침을 현재진행형으로 실천하고, 부처님 가르침을 미래지향적으로 선도해 나가는 것만이 불교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전법이 될 것입니다.
그 이전에 '신'의 존재는 증명할 필요가 없는 '당연한 것'이었고, 과학이 신학 밑에서 검증받아야 할 대상이었지만, 오늘날은 반대로 신을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신이 과학 밑에 놓이게 된 것이다. '과학적'이라는 말은 곧 객관적이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을 뜻하는 용어가 되었다. - <생태사회와 녹색불교> 121쪽토건기업과 그 기업의 정치자금으로 당선된 정치인, 그들이 주는 광고로 유지되는 언론, 그들이 주는 연구용역사업을 받고 있는 학자와 단체들 모두가 토건개발과 건설만이 살길이라는 논리를 개발하고, 광고홍보를 만들어내는 카르텔, 토건 마피아가 된 것이다. 이들 무분별한 개발업자들은 쓸 만한 땅이란 땅은 모두 시멘트로 덥고 메우면서 자연과 국토를 황폐화시켜왔고 파괴해왔다. - <생태사회와 녹색불교> 141쪽책에서는 '생태'와 '환경'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생명, 생태, 녹색으로 상징 되는 환경과 불교와의 관계도 적시하고 있습니다. 환경과 생태는 뭐며, 이것들이 인간들의 삶과 미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를 직시할 수 있는 사례들을 조곤조곤 제시합니다. 그동안 무엇이 잘못 돼 왔고, 어떤 문제들이 있었는지 또한 낱낱이 들춰내서 들려줍니다. 그렇다고 문제점만을 제시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함께 할 수 있는 방법들도 제안합니다.
하화중생 해야 할 대상은 사람만이 아니라 뭇 생명이며, 뭇 생명이 얼기설기 깃들어 있는 환경, 그런 환경들이 더불어 공존해야 할 생태사회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라. 과거 삼국시대에는 신라와 백제, 고구려가 서로 원수처럼 싸웠지만 수백 년이 지난 지금 어느 한 편에 서서 적대감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모두 한민족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살아왔다. 이렇듯 긴 역사적 시간으로 보면 현재의 남북 갈등은 미망에 빠져 행한 어리석은 일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 <생태사회와 녹색불교> 197쪽'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로 애창되는 우리 동요에서 '고향'은 사람들 정서의 시원이자 우리가 결국 돌아가야 활 귀의처이다. 나이가 든 사람들은 그나마 구향에 대한 애잔한 그리움이라도 있겠지만, 병원에서 태어난 아이들, 도시에서 살아온 아이들에게 '나의 살던 고향은 00병원 000호실'일 뿐이다. - <생태사회와 녹색불교> 180쪽말로만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설법불교, 입으로만 자비를 강조하는 위선불교, 당면한 사회적 고통이나 현실적 문제에는 눈길을 주지 않는 외눈박이 불교는 더 이상 희망적일 수도 없고 미래적일 수도 없을 겁니다. 솔선수범하는 불교, 사람들이 하는 하소연뿐만이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가치와 자연과 생태계에 가해지는 고통까지도 더불어 아우르려는 불교가 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생태사회와 녹색불교>에서 미사여구로만 즐비한 공염불 속 불교에서 벗어나 미래로 가는 불교를 지향할 수 있는 또 다른 가치와 지혜를 얻게 될 것입니다. 지금 여기서 직시해야 할 제반 문제점들을 자각하고, 함께 더불어 나갈 수 있는 생태사회를 모색하다 보면 시나브로 한국불교가 평화롭고 행복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녹색신호등이 돼 있는 걸 어림하게 될 것입니다.
생태사회와 녹색불교 -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순환사회를 위한 불교의 미래구상
유정길 지음,
아름다운인연,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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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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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결사반대하는 직업, 의심치 말고 선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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