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가 신변잡기? 이 안에 '뉴스'도 있다

[사이다⑥] <내 생애 첫 100만 원 보너스, 밀양에 보내다>를 읽고

등록 2013.10.16 12:11수정 2013.10.1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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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는이야기 다시 읽기(사이다)'는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들이 오마이뉴스에 최근 게재된 '사는이야기' 가운데 한 편을 골라 독자들에게 다시 소개하는 꼭지입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모토로 창간한 오마이뉴스의 특산품인 사는이야기의 매력을 알려드리고, 사는이야기를 잘 쓰고 싶어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글의 조건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오마이뉴스>의 '특산물'이라 할 '사는이야기'를 두고 이걸 기사로 보느냐 마느냐 의견이 분분한 적이 있었다. 아니, 지금도 사는이야기는 기사일 수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소소한 생활을 담았을 뿐 뉴스가 없다는 것이다.


기사(記事)는 '사실을 적음 또는 그런 글'을 뜻한다. 사는이야기는 사실을 적은 글이다. 허구가 아니다. 따라서 사는이야기는 기사다.

다음으로 뉴스가 없다는 지적. 뉴스란 말 그대로 새 소식이다. 각 방송사 메인뉴스에서 우리는 '새 소식'을 보고 듣는다. 그런데 처음 듣는 소식만 있을까. 아니다. 알고 있는 소식을 다른 관점에서 재해석한 뉴스도 있고, 알고 있는 사건인데 그 사건 당사자의 심정을 들려주는 뉴스도 있다.

마치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을 책으로 읽을 때와 뮤지컬이나 3D 영화로 볼 때가 다르듯, 같은 사건을 다룬 뉴스도 구성을 달리 하면서 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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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공사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속에 전국에서 많은 단체와 개인들이 주민들을 돕기 위해 후원금과 물품 지원을 하고 있다. 사진은 12일 오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회원들이 의료물품 등을 갖고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 농성장을 찾은 모습. ⓒ 윤성효


이번에 소개할 이영미 기자의 내 생애 첫 100만 원 보너스, 밀양에 보내다는 사는이야기가 '뉴스'라는 걸 잘 보여주는 '기사'다.

밀양은 글쓴이에게 영혼의 느낌이 온 세상에 감도는 분위기를 주던 물이랑(물결이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줄줄이 일어나는 물결)으로 기억에 남은 곳이다. 또 그의 셋째 오빠가 20대의 나이에 하늘로 떠난 슬픔이 어린 장소이기도 하다. 그런 밀양이 작년부터 다시 가슴 아련하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바로 밀양 송전탑 건설에 맞선 산 위의 할아버지·할머니들 이야기가 들려오면서부터다.


그는 생각한다.

작은 물길을 살려야 큰 물길도 이루어지는 것이 자연의 순리인데 언제부터인가 큰 물길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작은 물꼬를 틀어막는 것이 공공연연하게 이루어진다. 그 큰 물길이 진실로 모두를 위한 것이라면 모르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이 지금 곳곳에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이어 그는 밀양 송전탑 문제의 쟁점 중 하나인 전기 원거리 수송에서 드러나는 도시와 농촌의 차별 문제를 지적한다.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는 것이 밀양에서 세워지는 송전탑의 전기는 밀양 사람들이 쓰는 것이 아니고 내가 사는 모든 도시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뭔가 행동을 해야겠다는 생각 끝에 그는 어려운 형편에도 100만 원을 밀양에 후원하기로 한다.

밀양에 후원금이 쇄도한다는 뉴스를 모른 사람이더라도 이 글을 읽으면 관련 소식을 알 수 있다. 나아가 밀양 싸움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도 이 글에서 얻을 수 있다.

밀양 후원금 소식을 전하는 다른 뉴스도 있다. 그러나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후원을 하는지 등 자세한 사정은 알기 어렵다. 기사에 어느 정도 나오기도 하고 또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후속 기사도 있겠지만 당사자가 직접 쓴 글 만큼 속 시원히 사정을 알려주기란 어려우리라.

2004년 11월 13일 <오마이뉴스>에 사는이야기 한 편이 떴다. 제목은 이렇게 힘들게 사는 거, 당신들은 아는가? 서민경제가 어렵다는 통계도 좋지만 가스와 전기가 끊기는 와중에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서민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이 기사에 독자들은 500여 만원의 '좋은기사원고료'로 호응했다. 또 미국 CNN과 일본 TBS에서 글을 쓴 시민기자를 취재해 가기도 했다.

뉴스 속의 뉴스를 들여다 보는 사는이야기. 이영미 기자의 글에서 새삼 사는이야기의 가치를 재발견한다.
#사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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