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가 핀 산길. 제암산 오르는 길
전용호
가을은 하늘이 맑다. 산 정상부 초원에는 억새가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고 있다. 사람들은 하늘과 억새가 어울린 풍경을 보려고 산에 오른다. 산정을 가로지르는 산길. 길옆으로 하늘거리는 억새. 군데군데 피어있는 들국화. 까슬까슬한 가을바람.
억새를 즐기려면 대규모 군락을 이룬 장흥 천관산이 유명하지만, 민둥산을 타고 가는 호젓한 산길을 걸으려면 제암산에 가보기를 권한다. 제암산은 해발 809m로 산행하기에도 적당하다. 산정에는 커다란 바위가 있고, 바위모양이 임금 '제(帝)'자 모양이라서 제암산(帝岩山)이라 했단다. 그래서 정상에 있는 바위를 임금바위라 부른다.
제암산은 장흥읍에서 오르는 길도 있지만 차를 가져가거나 원점회귀를 하려면 보성 웅치에 있는 제암산자연휴양림에서 오르는 길도 있다. 제암산을 제대로 즐기려면 곰재 방향으로 오르는 것이 좋다. 곰재에서 정상까지는 산길이 완만하여 하늘과 맞닿은 능선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휴양림에서 곰재로 올라 정상을 거쳐 돌아오는 길은 5.5㎞로 반나절 정도 걸린다. 참고로 휴양림에서는 주차비(3000원)와 입장료(1000원)를 받는다.
형제가 다정하게 껴안고 있는 바위휴양림에서 곰재로 오르는 길은 상수리나무가 가득하다. 가을인데도 잎이 아직 푸르다. 여름 숲에 들어온 것처럼 시원한 느낌을 준다. 곰재로 오르는 길은 아주 완만하다. 예전에는 장흥으로 넘나들던 길이다. 휴양림이 있는 곳은 곰재에서 이름을 딴 보성 웅치(雄峙)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