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탁 덮친 방사능 공포, 그 실체와 해법' 토론회가 18일 오전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서 한국과학기자협회 주최로 열렸다.
김시연
"우리나라 수산물은 믿고 먹어도 됩니까?""우리 식품 기준치(세슘) 1/100 이하입니다. 먹어도 됩니다."식품의약품안전처 공무원의 확고한 대답에도 논란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누출로 방사능 오염 수산물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그 실체를 짚는 토론회가 열렸다.
18일 오전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서 한국과학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행사엔 대학교수와 공무원, 의사, 기자, 시민단체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문가들은 과학적 근거를 앞세워 방사능 오염에 대한 공포가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고 밝혔지만, 시민단체와 언론에선 오히려 정부가 국민 혼란을 우려해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맞섰다.
"어류보다 불에 탄 육류가 더 위험"-"고등어 하나만 먹고 사나" 김은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이날 발제에서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바다와 어류가 방사능에 오염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방사능 오염 식품의 평균 섭취량 등을 고려할 때 오염 정도가 영향을 주긴 해도 공격적인 피폭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식약처에서도 여러 지역에서 세슘 농도를 측정하는 한편 국내 유통 어류 오염 상태를 모니터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유통을 중단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우리 속인다, 일본과 밀약이 있다는 소모적 논란보다는 우리 해역 오염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오염 식품이 식탁에 오르지 않게 점검해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방의학전문의인 진영우 한국원자력의학원 비상진료연구기획부장 역시 "어류가 위험하다고 단백질 공급원을 육류로 바꾸면 위험이 줄어들까, 우리는 육고기를 태워 먹기 때문에 발암 물질 유인이 더 커질 수도 있다"면서 "방사선만 집중하면 그게 위험해 보이지만 사회는 더 많은 위험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진 박사는 "주변에서 일본산 담배나 맥주는 괜찮냐고 묻는데, 담배는 방사능 수산물보다 수백 배, 수천 배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세슘 등 인공 방사성 물질은 이미 퍼진 상태였고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우리 생활에 밀접한 문제로 들어온 것뿐"이라면서 "우리가 고등어 하나만 먹고 사는 게 아니고 다른 음식이나 공기, 다른 형태로 피폭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가지 수치만으로 피폭 정도를 계산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명진 파이낸셜뉴스 기자는 "사람들은 방사능 노출 생선을 먹느냐 마느냐가 문제인데, 정부는 안전하다고만 하고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지 않아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나트륨 하루 섭취량을 정해 안전기준을 지키면 고혈압 등에서 자유롭다고 하는 것처럼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용하 동아사이언스 기자 역시 "전문가는 방사능 피폭이 번개 맞을 확률이라고 말하지만 피폭 당사자에겐 100%"라면서 "수치에 의존해 안심시키기 보다 대중 눈높이에서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선희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오염물질과장은 "우리로선 최선 다했는데 언론이나 국민이 볼 때는 부족함이 많은 것 같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식품이 어느 수준인지 검사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고 있으니 우리 검사 결과를 믿어달라"고 당부했다.
"생선을 드시겠습니까, 안심을 드시겠습니까?"방사능 공포 탓에 어려움을 겪는 수산업자를 배려한 것일까. 공교롭게 이날 토론회에 이어진 점심식사 메뉴는 쇠고기 요리와 생선 요리 2종류였다. 이날 70명 남짓한 토론회 참석자들의 메뉴 선택도 관심을 끌었다.
식약처의 '안전하다'는 말이 어느 정도 통했을까? 호텔 쪽에 확인해 보니 똑같이 40인분씩 준비했는데 쇠고기는 3~4인분 정도 남은 반면 생선은 10인분 남았다고 했다. 물론 쇠고기 선호가 우세했지만 30명 남짓한 참석자가 생선을 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