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지배권 원천은 삼성생명 보험계약자의 돈

동양사태를 통해 본 금산분리 강화의 필요성

등록 2013.10.24 15:14수정 2013.10.2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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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불어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그룹 지분이 매우 적다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 회장이 삼성그룹을 지배할 수 있는 원천은 무엇일까?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 및 가족이 삼성에버랜드를 지배하고,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삼성생명이 삼성물산 및 삼성전자를, 삼성물산 및 삼성전자가 계열회사 대부분을 지배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건희 가족이 삼성에버랜드를 지배하게 된 것은 지난 십수년간 논란이 되었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과 선대로부터 받은 차명주식 덕분이다. 또한,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지배하게 된 것은 선대로부터 받은 차명주식을 이건희 회장에게 헐값으로 사들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삼성생명은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를 어떻게 지배하게 된 것일까?

삼성생명, 과도한 삼성전자 투자는 위험

결론부터 말하자면 삼성생명의 계약자들이 보험금으로 납입한 자금으로 매입한 주식 덕분이다. 삼성생명은 2012년 3월 말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총자산은 160.6조 원 순자산은 17.7조 원이며, 운용자산은 130조 원이고 이 중 18.3조 원(운용자산 대비 14%)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등 23개 계열회사의 주식(27개 종목)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주식의 장부가액은 18.1조 원으로 투자한 주식의 99%가 계열회사 주식이다. 이 중 삼성전자는 주식의 장부가액 중 일부를 지나치게 투자에 편중하고 있다.

보험회사가 보유한 자산은 보험계약자의 보험금으로 지급될 재원이다. 따라서 보험업법은 보험계약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자산운용방법 및 한도를 정하고 있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회사는 그 자산을 운용할 때 안정성·유동성·수익성 및 공익성이 확보되도록 하여야 하며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그 자산을 운용하여야 한다. 안정적인 투자의 기본은 분산투자를 통한 위험회피이다. 그러나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비중이 너무 높다.

보험회사의 전문적인 자산운용가들이 이러한 기본적인 상식조차 몰랐을 리 없다. 결국, 삼성생명은 이건희 회장의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권 유지를 위해, 계약자의 돈으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삼성전자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삼성생명의 자산운용은 이러한 보험업법의 자산운용에 대한 대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자산운용규제, 왜 보험회사만 예외?

그렇다면 법은 왜 삼성생명의 특수관계인과 거래규제로 삼성전자 지분 취득을 규제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는 현행 보험업법 및 그 시행령의 문제로 볼 수 있다. 현행 규정상 이건희 회장 및 그 특수관계인 그리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회사가 발행한 주식 및 채권에 대하여 총자산의 3% 또는 순자산의 60% 중 적은 금액 이상을 투자할 수 없다. 2012년 3월말을 기준으로 삼성생명의 총자산의 3%는 4조 원 그리고 순자산의 60%는 10.6조 원으로 추정되므로, 대주주 등에 대한 투자 한도는 약 4조 원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삼성생명이 18조 원에 가까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이는 보험업법에서 대주주 등에 대한 투자 한도의 기준가액을 주식 및 채권의 경우 공정가액(시가 등)가 아니라 취득원가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은행, 저축은행 등도 모두 특수관계인이 발행한 주식 등에 대한 보유한도가 있으며, 보유한도는 모두 장부가액(상장회사의 경우 공정가액)을 기준으로 하고 있음에 반해, 보험업법만 규제의 기준을 취득원가로 하고 있다.

그러나 왜 보험업만 동일한 규제에 대해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보험회사 소유주식을 공정가액으로 평가하는 경우 주식가격의 변동에 따라 자산운용 비율, 한도규제 준수여부가 결정되는 문제점이 있으며, 이에 따라 보험회사 자산운용규제의 법적 안정성 차원에서 해당주식을 취득하는 시점에서의 가치(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자산운용 한도규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보험회사 뿐 아니라 모든 금융회사에 적용될 수 있다.

필자는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그룹 주식 모두 매각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보험회사인 삼성생명이 본래의 목적에 맞게 계약자의 자금운용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자산을 운용하고, 감독당국은 규제의 격차나 규제의 허점이 생기지 않도록 사후적인 규율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즉, 산업자본의 위험이 금융산업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측면에서 삼성생명이 너무 과도하게 많은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것은 문제가 있다. 금산분리가 적절히 시행되지 않는다면 문제는 위기시에 더 크게 다가온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동양증권을 보면 동양그룹이 지금과 같이 자금사정이 나쁘지 않았다면 계열증권사를 이용해 불완전 판매로 회사채를 판매할 이유가 전혀 없다. 삼성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가 현재는 매우 건실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만에 하나 삼성전자의 재무구조가 나빠지고 주가가 폭락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이는 삼성전자 한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삼성생명의 지급여력비율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그룹 전체의 동반부실을 가져 올 수 있고, 심지어 공적자금이 투입될 수도 있다. 이런 위험을 막기 위해 보험회사에 대해서도 자산운용에 대해서 다른 금융회사들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강정민 기자는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입니다.
#삼성생명 #금산분리 #동양사태 #자산운용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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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혁연대는 소액주주 권익보호, 기업지배구조 개선, 정부의 재벌·금융정책 감시 등 1997년 이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의 활동을 보다 전문화하고 발전시키려는 경제전문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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