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데이트 서교동 마당집에서 <오마이뉴스> 오 대표와 서교동 마당 집에서 대화중.
문세경
오 대표는 앉자마자 물었다.
"여기 신청하면서 무슨 내용으로 대화하고 싶다고 썼습니까?" "사실 제가 신청란에 쓴 건 시민기자와 관련하여 글을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와 시민기자 활동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오다가 바뀌었어요." "뭐로 바뀌었나요?" "제가 종종 듣는 말이 있는데 그게 뭣이냐 하면, 나와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저보고 말투가 좀 공격적이라고 하거든요. 오늘도 카톡으로 친구와 대화를 했는데 그 말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이유가 뭘까, 하면서 오 대표님 만나면 물어볼 생각을 하면서 왔습니다." "아, 네에~ 그러셨군요. 얼마 전에 <오마이뉴스>에서 비폭력대화 강좌가 있었는데 그걸 들었으면 참 좋았을걸 그랬네요." "저도 그 광고를 보기는 했는데, 눈여겨 보지 않아 놓치고 말았네요. '비폭력 대화'라는 책은 봤는데 그걸 실제 생활에서 활용한다는 게 쉽지 않더라구요." "그렇긴 하죠."대화는 그렇게 이어졌다. 오 대표는 곧, "골목 산책이나 하면서 얘기하는 게 어떨까요?"라고 청했다. "좋습니다!"라고 말하고서 일어나 서교동 골목길을 걷기 시작했다. 가을 데이트를 시작한 지 3일째, 그것도 저녁나절이 되어가니 지겨울만도 할 것이라 짐작한 나는 물었다.
"힘들지 않으세요?" 오 대표는 "아닙니다. 아주 많은 공부를 하고 있어요"라면서 경쾌하게 대답했다. 그 말은 얼굴에서도 다르지 않게 보였다. 오 대표를 한 번도 직접 본 적이 없는 나는 나름대로 상상을 했다. 그래도 진보 언론의 대표인데 좀 지적이지 않을까? 사려 깊고 온화할 거야. 질문하면 많은 얘기를 해주겠지, 라는 추측과 함께 약간의 기대도 했다.
그런데 실제로 만난 오 대표는 내가 상상한 것과 좀 달랐다. 우선, 외모가 너무 '수수'했다. 얼굴은 가을 타작이라도 하고 온 사람처럼 새카맣고 키도 크지 않았고 말투도 평범했다. 내가 청력이 좋지 않아 말이 빠르면 잘 못 알아 듣는데 오 대표는 말까지 빨랐다. 마치 옛날 동아리 선배를 만난 것처럼 친근함이 있기도 했지만, 사실 조금 실망하기도 했다. 내가 상상한 샤프한(?) 언론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골목 산책을 하면서 동네의 조그만 놀이터에 다다랐다. 맨손으로 하는 운동기구가 있었는데 거기에 매달려 시범까지 보여준다.
"운동 좋아하세요?" "네, 저는 축구를 좋아합니다. 박상규 기자랑 저랑 누가 더 잘할 것처럼 보여요?"라는 뜬금없는 질문도 던졌다. 내가 박상규 기자를 민언련 글쓰기 강좌를 들으면서 알게 되었다고 말했기 때문인 것 같다.
"저야, 모르죠. 두 분이어서 축구 한 것을 본 적이 없으니까요" 오 대표가 더 잘할 것 같다는 답을 듣고 싶었을까. 나이도 드신 분이 순수한 구석까지 있어 보인다. 마침 우리 옆에 있는 중학생을 불러 사진까지 찍어 달라고 거침없이 부탁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기자라서 그런가? 거침이 없군. 저런 건 나도 좀 배워야겠어.' 운동기구에 팔을 걸치고 나는 그걸 바라보며 처음 만난 사람들이라고는 생각지 못할 버전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편하고 좋았다.
"가을 데이트는 누구 아이디어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