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인, 20년을 살아도 여전히 '객지사람'

[귀농칼럼] 농민단체-지자체에서 품어줘야

등록 2013.11.03 11:06수정 2013.11.0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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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들이 도시에서 수십년동안 살다가 농촌으로 막상 이주해서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할 때 부딪히는 많은 문제들 가운데 자기 정체성에 대해서 혼란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지난 10월 16일 청송귀농귀촌고민센터를 만들고 창립식을 가질 때 농민단체에서 나온 분에게 이렇게 호소한 적이 있었습니다. '귀농인은 농민도 아닌 것 같고 지역주민도 아닌 것 같다' 그러니까 완전히 이방인이라는 것입니다. 귀농인들이 실제 농촌에서 생활하면서 이런 문제들 때문에 정착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입니다.


귀농인들은 왜 자신을 이방인으로 느끼게 되는 것일까

최근에 타계한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암 글래서의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어디엔가 소속되고 싶어하는 욕구나 또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고 합니다. 귀농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농촌에 왔으면 농촌사회, 그러니까 한 마을의 구성원으로서 인정받고 소속되고 싶어하는 건 당연한 욕구입니다. 그런데 마을의 중심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어느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지금 농촌은 잘 아시다시피 초고령화된 사회입니다. 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잘 없습니다. 그런데 귀농하시는 분들은 주로 50대 전후가 일반적인데 이 분들은 정착해서 살아가면서 마을 중심에 다가가기를 원하지만 기존의 주민들이 그 자리를 쉽게 내어 주지 않습니다. 기존의 주민들은 자기의 영역을 침범당하는게 아닌가 하고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또 뭔가 빼앗긴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연고 있어도 마찬가지

지역에 연고가 있는 분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가령 제가 몇 달 전에 이웃 마을을 산책하면서 어떤 분을 만났습니다. 이 분은 연령이 60대 초반인데 자기 아내 고향에 와서 20년을 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을 경로당의 총회가 있었답니다. 어떤 어르신이 이 분이 비교적 젊으시니까 경로당 총무를 맡겨서 마을의 궂은 일을 좀 맡기자고 추천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대를 하더라는 것입니다. 이유는 딱 한가지입니다. '객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이 분은 상주에서 오신 분인데 같은 경북 북부 사람이고 다른 곳도 아닌 아내 고향에 들어와서 산지도 20년이나 되었는데도 여전히 마을 사람의 의식 속에는 '이방인'이라는 것이지요. 우리 같은 귀농인의 입장에서 보면 참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역민-귀농인 간의 벽, 어떻게 하면 허물 수 있을까


기존의 지역민이나 귀농인들이 다 같이 노력해야 될 문제라고 봅니다. 우선 귀농인들은 농촌사회에 대한 이해를 정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농촌사회는 도시와는 다르게 시간의 개념으로 말하자면 아주 느리게 가는 시계와 같습니다. 변화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농사로 말하자면, 예를 들어 지금 고추 가격이 상당히 안 좋은데 귀농인의 경우는 이럴 때 내년에도 이 고추농사를 계속해야 되나 이런 문제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농민들은 자기가 한 평생 지어온 이 농사를 쉽게 바꿀 생각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농민들의 이런 진득함이 좋은 점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역민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귀농인들이 우선 시간을 충분히 두고 서서히 다가가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구요. 기존의 지역민들의 경우도 귀농인을 마을 분위기를 헤치는 사람으로 볼 것이 아니라 다함께 잘 살아야 하는 우리의 이웃이라는 시각으로 바라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귀농인들과 지역주민들이 잘 결합하게 된다면 발전적인 '마을기업'의 모습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농민단체나 지자체에서는 무슨 노력을 해야 하는가


제가 모두에 귀농인은 농민도 아니고 지역주민도 아닌 것 같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먼저 기존의 농민단체 같은 곳에서 귀농인들을 잘 품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이런 귀농단체를 만들어서 활동합니다만 가능하면 지역의 농민단체 안에 이런 전담하는 조직이나 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귀농인들에게 영농기술의 노하우도 잘 전수시켜 주시고 귀농인들의 농촌생활도 잘 이끌어 주셔서 이방인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물론 지자체에서도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경북 북부 지역의 한 지자체의 경우 귀농인이 마을 이웃들을 초청해서 집들이 행사를 할 때 40만원을 보조해 주는 사업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뭐 그 정도 금액이 아니더라도 일정 금액을 지원해 주고 본인이 조금만 더 경비를 보태면 이런 공동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지자체의 경우도 귀농인 입장에서 보면 이방인 대하듯 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귀농의 완성은 무엇일까

저는 귀농의 완성이 소득을 많이 올리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들과 잘 화합하고 평화스럽게 지내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땅을 만지는 사람의 기본 품성이 그래야 된다고 생각하구요. 어디가나 소위 '텃세'라는 것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서로가 화합하고 상생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첨부파일 남해길1.JPG
#귀농귀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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