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구에서 바라본 대장도지난해 만들어진 장도 습지전시관 뒤로 생태 탐방로를 따라 30여 분 오르면 9만평방미터에 달하는 고산습지가 나온다. 이곳은 도서지역 산지 습지로서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이철재
목포에서 약 100km. 서해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 중 하나로 흑산도와 홍도 사이에 위치한 전남 신안군 장도는 동서로 길쭉하게 뻗어 있는 모양 때문에 장도(長島)라 불린다. 장도는 무인도인 소장도와 57가구 100여 명(2011년 기준)이 살고 있는 대장도로 구성돼 있다. 바다 가운데 우람하게 솟아 있는 대장도의 모습에서 얼핏 4성 장군과도 같은 느낌이 든다.
지난 3일, 일행들과 장도를 찾았다. 장도에 가려면 목포에서 쾌속선을 타고 2시간을 내달려 흑산도에 와서 조그만 어선으로 갈아타고 20여 분을 더 들어가야 한다. 흑산도와 장도 사이는 급하고 거친 물살이 있는데, 배가 이곳을 지날 때면 위아래, 좌우로 요동을 치면서 바닷물이 튀어 오른다. 생존본능이랄까? 순간 뭐라도 잡고 싶지만, 일행을 태운 고기잡이배는 너무도 작아서 그럴 만한 것도 없다.
장도 선착장 앞에는 이 섬 주민들의 주 소득원 중에 하나인 전복과 우럭 가두리 양식장이 자리를 잡고 있다. 여기 주민은 키우는 해산물의 몸값(?)에 따라 양식장을 달리 부른다. 가격이 비교적 싼 다시마와 미역은 '오피스텔'과 '원룸'이라 하고, 비싼 전복과 우럭은 '맨션' 또는 '아파트'라고 한다. 장도 주민들에게는 봄부터 가을까지의 멸치잡이도 주요 소득원이다.
일행 중에 흑산도가 고향인 선배가 있었다. 예전 멸치잡이 배가 포구 인근에서 돌아다닐 때면(현재처럼 쌍끌이 어선이 아닌 야간에 불을 밝게 켜놓고 배 두 대가 협력해서 고기를 잡는 멸치잡이), 양동이와 초고추장을 들고 방파제로 올랐다고 한다. 그물을 피해 멸치들이 제방으로 튀어 올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잡은, 아니 주워온 싱싱한 멸치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그야말로 최고의 술안주라는 것이다. 선배의 옛이야기만으로도 입안에는 침이 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