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원자력연구원 비정규직 지회(지회장 임홍철)는 지난 2월 13일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 입구에서 부당해고 철회, 부당노동행위 중단,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등을 촉구하며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오마이뉴스 장재완
노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연구원은 또 다른 하청업체인 코라솔 소속 직원 12명에 대해 추가적으로 해고를 통보한다. 이에 한신엔지니어링 및 코라솔 소속 해고 노동자들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내었고, 충청남도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는 부당해고 판정이 내려진 상태이다.
그러나 원자력연구원 측이 이에 불복하여 사안이 중앙노동위원회로 넘겨졌다. 설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같은 판결이 나오더라도 원자력연구원은 강제이행금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에 복직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
법정 싸움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던 와중에 지난해 11월에 노조에서 제기했던 불법파견 진정에 대해 최근 고용노동청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시정명령을 내림으로써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게 된다. 앞서 노동위에 제소한 부당해고 건은 민사소송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데 반해 불법파견 건은 형사고발 해당 사항이기 때문에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용자에 대한 처벌이 더 무겁기 때문이다.
원자력연구원도 이 결정에는 승복하여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또 한 번의 꼼수를 부린 것이 드러났다.
시정 명령에도 노조원 전원해고현행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파견법)'에 따르면 고용된 지 2년이 지난 파견 노동자에 대해 사용자가 '직접 고용할 의무(고용의무)'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2007년에 개정된 조항으로 개정 전에는 '이미 고용된 것으로 간주(고용의제)'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원자력연구원의 전체 73명의 하청 노동자 중 23명은 파견법 개정 이전에 입사했기 때문에 고용의제 적용 대상인 반면, 나머지 50명은 파견법 개정 이후 입사자여서 고용의무가 적용되게 된다.
그러나 이는 법률 용어상의 구분일 뿐 모두 직접고용 대상자임에는 차이가 없다. 그러나 원자력연구원은 이 둘을 별개로 보고 고용의제 대상자는 즉각 무기계약직으로 직접 고용하는 반면 고용의무 대상자는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전환한 뒤 2년간의 근무 평가를 통해 무기계약직 전환을 판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어쨌든 둘 다 일단 직접 고용한다는 점에서 법적 책임을 피해갈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었겠지만, 이러한 구분 및 차등 대우는 법적 근거가 매우 희박하다. 더욱이 노조 측은 노조원 28명 중 20명이 고용의무 대상자이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가 '노조원 솎아내기'의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방침에 대해 대전지방노동청에서도 시정권고를 내렸지만, 원자력연구원은 비노조원들과 개별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달 말 도급업체와의 계약을 전격 해지함으로써 개별 계약을 거부했던 노조원 15명을 해고하였다. 이로써 노조원 28명이 모두 해고된 상태이며 현재 원자력연구원 앞에서 농성 및 출근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때현재까지 진행된 원자력연구원과 노조 간의 공방을 보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사 갈등의 거의 모든 양태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문제는 이러한 일들이 사기업도 아닌 공공기관에서 벌어졌다는 것인데, 정부가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문제, 고용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연일 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마당에 이와 상반되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말로만 대책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이번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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