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속, 물대포 맞은 노동자 외면한 방송 3사 뉴스

[방송3사 뉴스 한눈에 보기] 올해 최대 노동 집회 빠뜨린 KBS, SBS

등록 2013.11.11 10:17수정 2013.11.1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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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뉴스9> 갈무리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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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8시 뉴스> 갈무리. ⓒ SBS


"하루 종일 찬바람이 세게 불면서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내일은 더 추워진다고 합니다."

지난 10일 KBS<뉴스9> 앵커가 급격히 추워진 날씨를 소개하면서 뉴스를 시작했다. 이어 명동에 나가 있던 기상캐스터는 시민들의 두꺼워진 옷차림에 대해 리포팅했다. 뒤를 이은 뉴스도 찬 바람이 불면서 단풍이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헤드라인으로 초겨울 추위를 2꼭지나 배치했다. 그러나 이날 KBS<뉴스9>에서 이런 추위에 노동자를 향해 물대포를 쏜 경찰 소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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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 MBC


물대포와 싸운 노동자, 외면한 지상파 뉴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2시 서울광장에서 '2013년 전국 노동자 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노동자 5만여 명(경찰 추산 1만 7천면)이 모였다. 이들은 전국교사노동조합(아래 전교조)의 인가 취소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아래 전공노) 서버 압수수색을 노조탄압이라 규정하고 정부에 강하게 항의했다.

광장에서의 집회가 끝난 후 일부 참가자들은 전태일 열사 다리를 향해 행진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가 집회신고를 한 경로를 벗어나자 경찰은 세 차례 경고 방송 후 물대포를 발사했다. 물대포를 쏘는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의 다른 큰 충돌은 없었다. 하지만 해가 저물어 가는 시각 경찰과 시위대 모두 차가운 물을 뒤집어써야 했다.

경찰의 물대포 진압과 노동자 대회 모두 보도하지 않은 것은 SBS도 마찬가지였다. SBS<8시뉴스>는 두번째 헤드라인으로 추운 날씨를 꼽았다. 앵커는 "내일 아침 서울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중부 내륙 일부에는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다"며 11일의 기상정보를 알렸다. 하지만 역시 도심 집회 소식과 올해 첫 물대포 진압 뉴스는 보도되지 않았다.

MBC<뉴스데스크>는 한파 예보 이후 16번째로 노동자 대회 소식을 전했다. '최대 규모 노동 집회'라며 비교적 충실하게 보도했다. 다만 노조설립 신고서 등을 찢는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의 모습이나 경찰과 대치하는 장면을 부각해 시위에 대한 반감을 부추겼다.


특히 전교조 법외노조화, 전공노 서버 압수수색 등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정부에 대한 사실관계를 축소한 채 "합법속의 민주노총을 찢어버리겠다", "고소고발을 진행하고 법적대응을 진행할 것"이란 발언만 편집한 것은 노조에 대한 반감을 일으킬 소지가 높다. 또 경찰의 물대포 진압은 언급만 됐을 뿐 화면에 보여주지는 않았다.

추운 날씨는 "헤드라인 뉴스"지만, 추운 날씨에 물대포 맞는 노동자는 제대로 언급도 안 되는 이상한 방송뉴스. 10일 경찰의 물대포 진압을 비판하는 아래 트위터리안들도 지상파뉴스에 일침을 가했다.

"이 추운날 정부 비판하는 국민들은 얼어 죽어도 상관없다고 물대포 쏴대는 박근혜" (@an********)
"하필이면 가장 추운 날, 국민의 가슴을 얼어붙게 하려는가" (@bu*******)

부쩍 추워진 날씨, 노동자의 추위는 상관없다는 식의 지상파 뉴스. 시청자들의 가슴은 이미 얼어붙었다.
#KBS<뉴스9> #SBS 8시 뉴스 #MBC 뉴스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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