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젊음 어떻게 살 것인가?"

[인터뷰] EBS 스타강사 최태성 "역사교육 통해 꿈과 소통 이야기하고파"

등록 2013.11.12 17:47수정 2013.11.1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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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도부터는 한국사가 수능 사회탐구 영역에서 분리되어 별도의 영역 시험으로 필수화된다. 한국사가 대학입학 시험의 독립적인 필수과목이 되는 것은 24년 만이다. 이와 관련해 역사교육은 국민의 의무이자 역사의식 제고에 꼭 필요하다는 찬성의 목소리, 또 학생들의 공부 부담을 가중시키고 사교육 시장을 더 팽창시킬 것이라는 등의 반대의견이 서로 분분하다. 또한 최근 우편향 교과서로 알려진 교학사 역사교과서도 논란의 중심에 있어 앞으로 역사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하는 시점이다.


지난 10월 28일 서울 신설동에 위치한 대광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최태성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EBS 스타강사이자 최근 MBC '무한도전' 출연으로 더욱 화제가 된 그를 만나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교학사 역사교과서, 또 역사에 대한 전반적인 견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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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 박진형


- 친일 행위를 미화하는 것으로 알려진 교학사 역사교과서 논란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계신가요?
"저는 실제로 교학사 교과서를 봤습니다. 조금은 과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부분에서의 과장이냐 하면 교학사 교과서를 '바라보는 입장'에서의 과장입니다. 교학사 교과서가 나오기 전에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로 묘사하고 유관순에 대해 폄하를 했다 또 1920년대 조선어가 필수가 됐다 등의 비판의 주제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비판을 보면서 조금은 의아했습니다. 왜냐하면 분명 교과서로 채택되기 위해서는 검정절차가 있기 마련인데, 그러한 극단적인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을 리가 만무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판을 위한 비판, 정치적인 비판이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있었어요. 역시나 뚜껑을 딱 열어보니 검정절차라는 과정을 거쳐 나왔기 때문에 앞서 말한 내용들은 들어가 있지 않았습니다. 물론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는 분명 존재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비판할 당시의 그런 색깔이나 역사 왜곡은 없었습니다. 역시 제 예상대로 '아, 이건 또 정치적인 이슈로 몰고 갈 소지가 있겠구나' 했는데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듯합니다."

아이들이 보는 교과서, 정치적 쟁점으로 끌고 가 안타까워

- 실질적으로 교편을 잡고 계신 교사로서 이번 논란에 정치적인 성향이 있다고 보시는군요?
"저는 정치적인 성향이 다분히 있다고 봅니다. 막상 현장에서는 그것이 정식 교과서로 인정이 되더라도 채택이 안 될 가능성이 많아 가볍게 인식 하고 있었는데, 정치적인 정잼을 끌어들이면서 오히려 논란에 힘을 실어주어 오히려 문제를 키워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것에 대해 비판은 필요하겠지만 너무 지나치게, 깊숙하게 들어오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교과서가 좌우논리에 의해 정치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며 그 부분에 있어 우려감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검정취소를 요구하고 있는 것에 반해 저는 반대하지는 않았습니다. 식민지근대화론에 근거하는 교과서가 나오는 것에 있어서, 물론 그쪽에서는 식민지근대화론이라고 표현하지는 않겠지만, '무조건 안 된다'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조금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이야기를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분명 그 주장을 선택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죠. 학교 현장에 있는 역사 교사들에게 맡기면 자연스럽게 해결 될 수 있는 부분들인데, 그걸 없애겠다고 정치적인 의도들이 개입되면서 문제를 더 심각하고 복잡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봅니다.

제가 실제로 교학사 교과서를 보면서 느낀 것은 이런 정도의 교과서도 있을 필요는 있다는 것이었어요. 지금 교학사 교과서를 공격하는 모습이 예전 금성교과서를 보수 세력들이 공격하는 모습과 매우 닮아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런 정도의 관점의 다양성을 우리사회에서 인정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우리사회에서 그다지 건강한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아이들이 보는 책인데 이것을 가지고 정치적인 쟁점으로 몰고 가는 것은 과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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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사 역사교과서가 정치적 쟁점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 박진형


다양성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인식, 변화 필요해

-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다양성은 인정하되 건강하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취사선택을 하면 된다는 말씀이군요.
"에드워드 카(Edward Hallett Carr, 1892~1982, 역사란 현재와 과거 간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묘사한 바 있다.)의 주관적인 학풍 즉, 학생들에게 다양한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역사를 배우는 하나의 중요한 자세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답답했던 것은 공중파 뉴스에서도 보도했다시피 교학사 교과서의 오류를 언급하면서 '1920년대 조선어가 필수가 됐다.'라는 문구를 인용해 일제가 우리를 탄압하려는 상황 속에서 일제가 조선어를 필수로 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고 이런 교과서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는데, 저는 이런 주장에 대해 관련 사실을 알고 말하는 것인지 모르고 말하는 것인지 조금 의아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내용은 이미 모든 7차 교과서에 들어가 있고 심지어 수능에서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교학사 교과서만 나쁜 교과서라고 몰아가면서 이런 예를 끌어드리는 거에요. 다른 모든 교과서에도 나와 있는 내용인데 교학사 교과서만 그 점에 대해 공격을 한다면 이것은 역공의 소지가 다분하며 반론할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좌우로 나뉜 잣대로 교과서를 들여다본다는 사실 자체가 정말 많이 안타깝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정치적인 쟁점으로 끌어들이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흑백논리로써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를 이데올로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문제네요. 이번 필수 과목 재지정으로 논란이 많이 일자 "검정체제에서 아예 국정체제로 하자"라는 주장도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어떻게 보면 그렇게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과 우려가 생깁니다. 저는 검정 교과서의 도입 취지가 다양한 관점들을 실어주고 학생들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것이 세계적인 추세에서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국정으로 다시 회기 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 라는 생각입니다. 검정체제에서 발생하는 문제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점들은 잘 보완해 가면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방향성에 있어 옳다고 봅니다."

'공교육은 공교육다워야 한다.'

- 공교육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좀 할게요. 공교육이 신뢰를 잃고 사교육에 몰림 현상이 심한데, 선생님은 공교육과 사교육 모두에서 활동 중이시기 때문에 양쪽의 장단점에 대해 누구보다 더 잘 아실 거라 여겨지는데요.
"우선 저는 기본적으로 '공교육은 공교육다워야 한다'라고 생각합니다. 사교육과 공교육의 이분법적 사고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죠. 사교육도 나름의 기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교육은 악이고 공교육은 선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됩니다. 공교육으로 채워지지 않는, 더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에게는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것은 공교육과 사교육이 서로 보완적인 관계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공교육과 사교육 간에 구분이 없다는 점입니다. 공교육과 사교육 모두가 입시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기 때문에 공교육은 제 기능을 상실하고 사교육이 너무 많은 역할을 떠안게 되면서 쏠림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교육의 문제라고만은 볼 수 없고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문제라고 봅니다. 아까 말씀드린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획일화하려는 인식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교육의 기본적인 방향성은 '민주시민 양성'입니다. 공교육이라는 틀 안에서 지식과 가치관을 배양해 나가 민주시민으로 성장해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인재로 양성하는 것이 공교육의 본질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다 배제하고 점수만을 위한 교육을 한다면 사교육에 비해 경쟁력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교육은 소규모로써 점수를 특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기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공교육이 따라가서 경쟁을 하는 것은 이길 수도 없고 옳은 방향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입시라는 큰 굴레에서 우리사회가 이제는 서서히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비단 교육 자체만으로는 해결 할 수 없습니다. 계속적으로 말씀드리지만 교육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인식의 문제, 구조의 문제입니다. 우리사회는, 완화되어 가고는 있지만, 대학출신에 따라 임금구조가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선진국들 같은 경우에는 대학진학에 상관없이 임금격차가 크게 나지는 않습니다. 독일의 경우 직업양성학교가 있어 중고교시절부터 진로를 결정해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기 때문에 학력에 상관없이 임금격차가 거의 없게 됩니다. 우리나라처럼 대학에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되는 것이죠. 사회적 구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먼저 그런 사회적 구조들을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게 된다면 자연스레 교육의 문제점들도 해결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문제 해결의 초점이 교육에만 집중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 사회가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 비해 학력보다는 끼와 재능이 있는 친구들이 인정받아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

- 구체적으로 어떤 점들이 있을까요?
"입학사정관제전형의 도입 같은 경우 좋은 변화의 시작이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미국 같은 경우에는 학생을 추천해 주는 사람의 신뢰성이 보장되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그런 사회적 합의가 약한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맞지 않는다'라는 목소리들도 있죠. 이런 신뢰의 바탕이 부족하다는 점과 대한민국 교육의 특수성에 의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는 '입학사정관제전형'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축소시키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교사로서의 저의 입장은 조금 다릅니다. '입학사정관제전형' 도입 이후 학교가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도입 이전까지는 아이들이 수능시험만을 위해서 학교생활을 하는, 마치 입시학원과 별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죠. 아이들에게는 수능에서 어떻게라도 더 좋은 점수를 받게 해줄 수 있느냐가 좋은 교사의 척도였구요. 그러나 입학사정관제가 실시된 이후로 아이들의 봉사활동도 기존의 피상적인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를 통해 본인 스스로가 성장할 수 그런 봉사활동을 하게 되고, 또 자신의 진로에 대해 탐색해보는 활동을 가진다든지 또는 학교에서 하는 각종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그야말로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인 거죠. (웃음)

물론 대입을 준비하는 하나의 미끼로써 아이들을 억지로 움직이게 한다고 하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도 하나의 훈련이고 교육이라고 봅니다. 변화의 시작인거죠. 그런 작은 변화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학생 스스로가 불현듯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고 삶의 방향, 비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입학사정관제전형을 도입한지 몇 년밖에 안됐는데 정부가 바뀌었다고, 신뢰성이 바탕이 안 된다고 해서 축소를 한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죠. 시행착오도 겪어가면서 신뢰성이 바탕이 될 수 있는 장치들을 조금씩 보완을 해 나가면 장기적으로 얼마든지 충분히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데 말이죠.

저는 현장에서 학생들의 변화 가능성을 그들의 눈빛에서 보아 왔습니다. 그리고 입학사정관제전형 도입 이후 교사로서 참 좋았던 점은 아이들한테 진정한 교육을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에는 칠판 앞에서 예상문제를 찍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 도입 후에는 아이들에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하는 등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거죠. 또 아이들이 민주시민으로 자라나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공교육 본연의 모습을 그려 갈 수 있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입학사정관제전형은 충분히 큰 장점들이 있기 때문에 혹여 문제점이 있다면 보완해 가면서 하면 될 텐데 이런 좋은 변화의 싹을 잘라버리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큽니다."

정량적(定量的) 평가에서 정성적(定性的) 평가로 도약해야

- 장점을 더욱 부각시키고 단점을 보완하려는 시도보다는 단점에만 집중해 없애려고 하는 의식구조가 문제가 되는군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교육이 점수로 아이들을 늘여 뜨려 놓는 것이잖아요? 제일 쉬운 방법이 되긴 하겠죠. 그래서 오랫동안 고수해 왔을 것이구요. 그러면 이제는 그 패러다임을 깰 방법을 연구해 봐야하지 않겠어요? 공부를 못하더라도 다른 부분에서 재능을 발휘하는 친구들이 분명 있거든요. 그런 친구들을 위한 진학의 길도 열어주고 말이죠.

결국엔 정량적 평가에서 정성적 평가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정성적 평가에서는 신뢰가 담보가 되어야 하겠죠. 사실 아직까지는 우리사회에서 그런 부분이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아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언제까지 정량적 평가로 가야만 하는 걸까요? 분명 지금은 과도기에 처해 있는 것이고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전환점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바뀌는 것과는 상관없이 이제는 우리사회가 함께 고민해할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그 가능성을 좀 더 지켜보면서 신뢰성을 쌓아 간다면 충분히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항상 현 상황에 대한 아쉬움이 큽니다."

- 입학사정관제전형라는 하나의 틀을 통해서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체험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고 꿈과 희망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겠군요.
"충분히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입학사정관제전형이 대입에 적용이 되니까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중학교, 초등학교까지 순차적으로 영향을 주더라구요.

한번은 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저한테 이메일을 보내 왔어요. 'EBS 강의를 듣고 있는데 선생님과 같은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저를 한번 만나 주세요'라구요. 옛날에는 참 보기 어려운 그런 모습들을 접하게 되는 거에요. 또 며칠 전에는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연락을 해 왔어요. '저희가 역사 동아리인데 저희 동아리에 멘토가 되어 주세요.' 저를 포함 기자님들도 고교시절에 이런 시도 해 보신 적 있나요? 전혀 상상도 못했던 일이잖아요? 그런데 이런 일들이 빈번해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물론 아이들은 영리해요. 소위 유명한 사람들이 멘토가 되면 본인들의 자소서가 풍성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거죠. 이런 점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러한 시도들이 교육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봐요. 정량적평가가 아닌 입학사정관제라고 하는 정성적평가가 들어오면서 어찌 되었든 아이들이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점이에요. 그런 아이들의 시도들을 좋은 방향으로 끌어주기만 한다면 앞으로 충분히 더 큰 변화를 이뤄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 선생님을 롤 모델로 하는 친구들도 많이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절대 저 같은 선생님이 되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웃음) 대한민국 역사를 공부한다고 할 때 대다수의 친구들이 저를 통해 한번 필터링이 된다는 점이 저에게는 부담스럽고 위험한 큰 독이 될 수가 있어요. 필수과목으로 재지정 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죠.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해서 채워가는 부분들이 있어야 하는데 저만 믿고 가다보면 하나의 관점에서만 역사를 바라보게 될까 걱정이 되는 것이죠.

또 한 가지는 '아, 역사 교사는 저런 모습인가보다' '저런 역사 교사가 좋은 교사구나'하고 아이들이 오해를 한다는 점이에요. 절대 아니거든요. 저는 단순히 공교육을 보완하기 위해서 EBS에서 강의를 할 뿐이지 제 강의의 모습이 역사 교사의 전부의 모습은 아닌데 댓글들을 보게 되면 '저는 선생님 같은 역사 교사가 될 거에요' 이런 댓글들이 너무 많아요. 굉장히 위험하다고 봐요. 그래서 저는 거기에 댓글을 달아줘요. '그건 아니다. 역사 교사의 모습을 나 한 사람으로 한정하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라구요. 너무 많은 수험생들이 제 강의를 듣기 때문에 '역사는 이런 것이다.' '역사 교사는 이런 것이다'하고 정형화된 틀을 만들어 낼까 싶어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 강의 도중에 아내분과 따님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 게 애처가, 딸바보가 아니신지 (웃음) 선생님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다들 마찬가지시겠지만 가족은 제 전부이죠. (웃음) 제 전부이고도 하고 또 제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학교교사 혹은 EBS교사로서가 아닌 좋은 아빠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지금은 너무 바빠서 나쁜 아빠가 되어가고 있어요. (웃음) 요즘 집에 거의 새벽 1시에 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아이를 일요일에 한 번 보게 되네요. 그마저도 강의가 또 있게 되면 볼 기회가 없어요. 그저 아침에 자는 아이 얼굴에 뽀뽀 한번 하면서 살 맞대어 보는 게 전부라 많이 아쉬워요. 며칠 전에 기사를 봤는데 가수 패티김씨가 마지막 공연을 하시면서 'I'm free'라고 말씀 하시더라구요. '이 공연을 마지막으로 이제 나는 자유다'라는 표현이 저에게 정말 와 닿는 거예요. 우리 아내의 꿈이 뭔지 아세요? 제가 EBS에서 짤리는 겁니다. (웃음) 그만큼 가족과의 시간이 많이 아쉽다는 이야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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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이야기에 겸연쩍은 듯하지만 은은한 미소가 흘렀다. ⓒ 박진형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기회가 많았으면

- 얼마 전 MBC '무한도전'이 역사 TV특강을 내보내면서 한국사 교육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점에 대해 경종을 울린 적이 있는데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셨죠? 어떤 느낌이었나요?
"일단 먼저 '무한도전'이란 방송의 파급력에 깜짝 놀랐습니다. 방송 후 제 트위터에 좋은 기획의도라는 소감의 짤막한 글을 쓴 것마저도 엄청나게 기사화가 되는 걸 보고 다시 한번 놀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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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성 선생님(맨왼쪽)이 문화유산에 대한 내용을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 MBC 무한도전 캡처


방송 당시에 저는 문화유산에 관한 내용들을 담당했었는데 무한도전 멤버 분들 정말 열심히 하셨어요. 특히나 정형돈씨 같은 경우에는 역사 지식이 상당하시더라구요. 방송이 나간 것은 3분 정도였지만 녹화는 거의 5시간을 했어요. 그런 상황을 출연 멤버 분들은 이미 알고 있으셨을 텐데 녹화 5시간 동안 딱 한 번 10분정도만 쉬어 가면서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하셨습니다. 감동받았고 지금까지도 한국사를 알려주기 위해 노력한 무한도전과 그 멤버 분들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무한도전처럼 영향력 있는 매체들에서 역사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 주시면 역사 교사로서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죠. 많은 사람들이 그런 매체들을 통해 멀어져만 가고 있는 한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 역사를 포함 우리나라 인문학이 많이 죽어 있는데.
"인문학은 결코 죽지 않는다는 것이 저의 평소 지론입니다. 저는 인문학이 우리사회에 더욱 필요한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초고속 압축 성장을 통해 세계가 부러워하는 풍요를 일궈냈지만, 막상 뒤돌아보니 물질적으로는 많이 채웠을지 몰라도 무언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물질적 풍요는 있지만 정신적으로 빈곤한 것이죠. 지금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을 정도로 정신적인 빈곤을 겪고 있는 상태이지만 이제는 물질적 풍요보다는 정신적 풍요에 눈을 돌려가고 있는 그런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문학은 더욱 더 중요할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 '기대'(gidae2013.blogspot.kr)라는, 일본군 성폭력 피해자 할머니들을 기억하고자 하는 모임에 도움을 주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한 번의 젊음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하는 화두에 대해서 항상 잊지 말고 살자. 어느 위치에 있건, 어디에 있건, 어떤 나이건 한 번의 젊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면, 굉장히 묵직한 화두이긴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 속에서 정말 많은 성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업시간에 늘 이런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반응을 보이는 친구들이 있구요.

'기대' 친구들도 그런 청춘, 젊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 번의 젊음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고민의 과정 속에서 나온 프로젝트가 아닐까 하구요. 그렇다면 제가 그분들에게 용기와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바빠서 아직 큰 도움을 주고 있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최대한 도울 예정입니다. 정말 멋있는 친구들이라고 생각하고 아름다운 청춘은 바로 그들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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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는 최태성 선생님 ⓒ 박진형


역사공부는 소통하고 꿈꾸는 것

- 역사교육은 왜 필요한지, 선생님에게 역사 교육이란?
"기본적으로 저는 수능, 한국사검정능력시험, 고시 등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강의를 제공하는 입장입니다. 학자적 입장, 강단에 있는 입장도 아니고 수험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강의는 팩트 위주의 강의를 해야 하는 한계가 분명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분들은 팩트를 제대로 이해하고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제 강의를 듣는 거니까요.

이렇게 이야기 하곤 합니다. '제가 이렇게 팩트를 공유하는 과정 속에서 여러분들은 좋은 결과를 얻으실 겁니다. 그런데 그 결과를 얻으신 이후에는 놀랍게도 함께 공부했던 그 팩트들은 다 잊혀 지실 겁니다.' 왜 그런 경험들 있잖아요? 시험 볼 때는 열심히 공부했는데 시험이 막상 딱 끝나면 기억나는 것이 하나도 없는,, (웃음) 하지만 그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라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봅니다. 다만 팩트를 설명하는 와중에 무언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수험생들이 시험을 통과하고 나서도 인생에 있어 늘 함께 했으면 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소통입니다. 기본적으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하는데 우리는 역사를 배울 때, 특히나 현재와 시간적으로 먼 옛날 이야기인 전근대사을 배울 때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경향이 종종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그 시대의 사람들보다 엄청나게 우월하다고 착각을 하는 것이죠.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그런 편견들을 지워 나야가 합니다.

역사는 그 시대에서 생존해 나가기 위해 나름의 최선의 선택을 하고 그에 따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과거 사람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를 하다보면 현재 우리 사회의 사람들과도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일종의 훈련이죠. 역사 공부를 통해 과거 사람들은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대해 이해하면서 그들과의 소통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현재 옆에 있는 사람들과의 소통도 가능해 진다는 의미입니다.

현재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극단적인, 이분법적인 입장을 취한 채 대화가 안 되는, 소통의 문제가 많습니다. 결국 역사 공부는 소통의 연습이고 그 연습이 잘 되면 현시대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갈등의 고리들도 풀어나갈 수 있는 능력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는 꿈입니다. 특히 근현대사를 배울 때, 아까 말씀 드렸던 화두 '한 번의 젊음 어떻게 살 것인가?'와도 관련됩니다. 근현대사를 통해 우리세대는 정말 많은 것들을 받아 왔습니다. 근현대를 크게 3부분으로 나눠보면 개항기, 일제강점기, 현대사 이렇게 나눌 수 있고, 각 시대를 살아가고 있었던 사람들은 그 시대의 어떤 과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개항기 때의 과제는 신분제의 굴레를 벗어나는 것이었죠. 예를 들면, 갑신정면, 동학농민운동, 독립협회 등의 활동들이 신분제 폐지라는 시대정신을 보여 주었고 또 일제강점기에는 식민지로부터의 해방을 이루기 위해 항일무장투쟁, 애국계몽운동 등을 펼치면서 여러 다양한 방면에서 열심히 그 시대를 살아갔습니다.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아 왔느냐하면 꿈이 있었다는 이야기죠. 자신의 아이들에게 만큼은 신분제와 식민지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모든 걸 걸고 열심히 싸웠던 겁니다. 현대사도 마찬가지로 독재와 가난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꿈을 가지고 살아간 삶의 이야기들입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이런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들이 가슴 뛰는 꿈을 하나씩 갖는 것입니다. 결국 역사공부는 시대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선대로부터 이렇게 많은 선물을 받았는데 우리 시대에도 무슨 과제가 있지 않을까' 고민하면서 꿈을 키워 나가고 또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역사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자신의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가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보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신채호 선생의 말씀처럼 역사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인터뷰 시간이었다.
덧붙이는 글 와이즈뉴스(http://www.whys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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