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싸온 양념 불고기친구가 옆집 아주머니에게 부탁해 싸 온 양념 불고기
문세경
그래봤자 산에서 먹는 거니 김치찌개나 하나 끓이면 다행이고 밥 다 먹고 커피나 한 잔 먹으면 황송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결혼도 하지 않았다는 친구 녀석은 불고기 양념까지 해서 싸 온 것이다.
"이거 마트에서 양념 해 놓은 거 사왔니?" "아니, 옆집 아줌마한테 양념해 달라고 부탁해서 가져온 거야." 난 깜짝 놀랐다. 30년 만에 만난 친구들과 먹으려고 하지도 못하는 음식을 옆집 아주머니에게 부탁해서 만들어 온 그 정성에. "정말 대단하구나. 상호! 맛있게 잘 먹을게." 밥 다 먹고 나니 뜨거운 커피도 한 잔 내준다. 어찌나 행복하던지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친구들은 추억에 취하고, 나는 눈물이 나네 돌아오는 길, 우리는 바로 서울로 오지 않고 남원에 들렀다. 다들 중년 나이라 그런지 술을 좋아한다. 맛집이라는 음식점을 스마트폰으로 찾아 돼지 갈비를 시켰다. 사내 녀석 셋에 끼어 무슨 얘기를 할까 하고 있는데 각자 살아 온 얘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가만히 듣고 있는데 한 녀석이 말한다.
"난 세경이가 잘 기억 안 나는데 확실히 기억나는 건, 어느 날 옆 반에 엄청나게 예쁜 애가 전학을 왔다는 거야. 그래서 우르르 몰려가서 구경했던 적이 있어. 그 애가 세경인 줄은 몰랐는데, 이번에 알게 된 거야." "내가 그때 그렇게 예뻤나? 쑥스럽구만. 자자~ 건배나 하자"며 술잔을 부딪혔다. 나에게 예쁘다고 말한 친구 녀석은 사업을 하고 있는데 십여 년 전부터 가난하지만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돕고 있다고 한다. 한 친구는 도배 일을 하면서 산을 즐기고 있었고, 한 친구는 디자인 공부를 해서 지금은 광고 사업을 한단다. 나는 사업도 아니고 돈 버는 일도 아닌 사회복지쪽 일을 한다고 하니 조금은 놀라는 눈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