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사는 36년 생 양씨 엄마를 찾습니다

노르웨이로 입양된 이문영씨, 38년만에 친모 찾기 나서

등록 2013.11.15 16:20수정 2013.11.1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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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문영씨 입양 당시

이문영씨 입양 당시 ⓒ 이문영


홀트입양기관에 의하면 이문영씨는 1975년 10월 11일 대구에서 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영씨는 오른쪽 손목에 점이 하나 있다. 태어난 지 1년여 후인 1977년 초, 문영씨는 친부모에 의해 대구에 있던 홀트지부(CAPOK)로 보내지고 그 후 서울 홀트로 옮겨진다. 그리고1977년 2월 22일자로 해외입양을 위한 '고아호적'이 만들어진 후 곧 노르웨이로 입양됐다.

한국이름 '이문영'은 당시 대구에 있던 홀트지부가 임의로 지은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원래이름인지 문영씨는 확실하게 모른다.

해외입양 보내진 지 30년 만인 지난 2005년, 문영씨는 처음으로 자신이 태어난 한국이 어떤 곳일까하는 호기심을 갖고 관광객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리고 그 후부터 지금까지 총 3번 한국을 찾았고, 이번이 네 번째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이전과는 달랐다. 관광객으로서가 아니라 친부모를 찾기 위해서다. 지난 38년간 문영씨는 친부모를 만날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됐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 문영씨는 합정동에 있는 홀트를 방문하여 자신의 친부는 이씨이며 1934년생이고 지난 2006년 11월 26일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홀트담당자는 문영씨에게 친모는 양씨이며 1936년 생으로 현재 경기도에 생존해 계시다고 전했다. 문영씨는 너무 흥분하여 홀트당당자에게 생존해 있는 친모의 이름과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홀트담당자는 친모에게 '전보'로 그런 요청을 했지만 아직 답장이 없어서 친모에 대한 개인정보를 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이에 기자는 사실 확인을 위해 지난 13일 홀트에 전화하여 "이문영씨 친모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없는지요?"라고 문의했다. 이에 홀트 김아무개 팀장은 "개인정보라 친모의 동의가 없이는 입양인에게 친모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없습니다"라고 답변했다.

기자는 김 팀장에게 "경기도에 사시는 친모에게 '전보'가 아닌 '전화'로 38년 전 입양 보내진 친딸이 만나고 싶어 하는데 만날 의사가 없느냐고 문의 해 주시면 안 되나요?"라고 문의했다. 이에 김 팀장은 "전화번호를 모르는데요"라고 답변했다.


지금 이문영씨는 홀트가 친모에게 보낸 '전보'에 엄마가 응답하기만을 전전긍긍하며 기다리고 있다.

a  기자와 인터뷰 즁인 이문영씨 우측

기자와 인터뷰 즁인 이문영씨 우측 ⓒ 김성수


예전에 내가 만난 한 해외입양인은 친부모를 찾기 위해 종종 입양기관을 방문해 자기 주소와 전화번호, 이메일주소를 남겼지만 정작 친부모가 그 입양기관을 찾았을 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며 분노했다. 그는 "입양기관이 좀 더 성의를 갖고 친모와 저에게 서로 연락처를 전달해 주었더라면 40년 만이 아닌 30년 만에 친모와 재회했을 텐데"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 2008년 유럽연합의회는 아동인권선언문을 통해 "아동이 자기의 부모를 알 권리는 어떤 경우에도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우리는 흔히 "세계 속의 한국" 혹은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말을 자주한다. 이 말은 우리나라도 이제 국제사회의 주요일원이기에 국제적 눈높이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 말은 또 우리의 인권수준. 특히 아동인권수준도 국제적 눈높이에 가까워야 한다는 말이다. 말로는 연일 "세계 속의 한국" 이나 "글로벌 스탠다드"를 목높여 이야기 하는데 우리의 인권수준은 너무나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간 친모에게 '전보'를 보냈다고 이야기하는 홀트의 김 팀장에게 문영씨를 위해 기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문영씨는 오는 11월 18일 한국을 떠난다. 이제 또 언제 경기도에 살고 계시는 1936년 생 양씨 성을 가진 친모를 만나러 한국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다음은 문영씨가 친모에게 드리는 인사다.

"엄마, 전 건강하게 잘 있어요. 전 엄마를 잊지 않았어요. 제게 생명을 주신 고마운 엄마를 어떻게 잊겠어요. 엄마와 헤어진 지 어느덧 38년, 너무 오래되었네요. 미안해요 제가 너무 늦게 엄마를 찾아와서. 전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을 안했지만 항상 엄마를 그리워했어요. 꼭 만나 뵙고 싶네요. 제발 건강하셔야 해요. 경기도에 살아계신다니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네요. 그런데 어떡해요 엄마 연락처를 줄 수 없다니..."

이문영씨는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에서 예술사 학사와 순수예술학 석사를 받았다. 비디오아트스트 백남준을 좋아하며 지난 2004년부터 비디오아티스트로 일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는 독일 베를린에서 살고 있다(☞그녀의 작품 홈페이지 바로 가기).

이문영씨를 알아보시는 분은 '뿌리의집'(02 3210 2451)으로 연락바랍니다.
#이문영 #입양 #김성수 #경기도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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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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