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습작 거친 신인 등단, 향토문학계 빛낼 것"

영남문학 14호, 다양한 읽을거리와 갈래별 신작 소개

등록 2013.11.17 19:13수정 2013.11.17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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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상 수상자들의 면면. 왼쪽부터 권순자, 박지극, 서규식, 최남복 제씨. ⓒ 영남문학

대구에서 발행되는 계간 문학지 <영남문학>이 2013년 가을호를 발간했다. 통권 14호째인 이번 호에는 김근혜 수필가의 '포토 에세이', 김원길 시인의 '권두 수필', 박해수 시인과 민병도 시조시인의 '초대석', 장사현 수필가의 '김석규 시인 탐방', 김원중 시인의 논문 '현대시조의 선구자 이호우 선생', 정호완 대구대 명예교수의 '스토리 텔링', 김진호 수필가의 '무실 류씨문중' 탐방기, 장진수 수필가의 '애환의 대마도' 등과, 시인, 시조시인, 수필가, 소설가, 아동문학가들의 신작들이 게재되었다.

또 이번 호는 신인문학상  당선자로 시인 2명(박지극, 서규식)과 수필가 2명(권순자, 최남복)을 뽑은 사실과 심사평, 그리고 당선작품으로 시 각 3편과 수필 각 1편씩을 실었다. 응모시를 심사한 박해수 시인은 당선자 중 박지극 신인에 대해 "시를 다루는 솜씨와 혼이 깃든 시들로 시적 자아의 눈이 범상함을 뛰어넘어 명시를 아우르는 솜씨로 시의 오랜 습작을 거친 탄탄한 궤적을 넘어오고 있다"면서 "한국의 토착적 이미지 또는 샤머니즘, 혈연, 추억, 가족사 연대기 등 삶을 승화시키는 시의 언술이 절묘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동창천(東倉川)>

누천년을 흐르고도 쉼 없음이여

노지람쟁이* 범무늬가 무서워
내에 발 담그는 것이 두려웠던 유년
발을 담그며 얼마나 가슴은 콩닥거렸는지

삼촌들의 천렵(川獵)에 따라나섰다가
조금씩 조금씩
급기야는 옷이 다 젖어버려도
그저 좋기만 하던 유년

은빛으로 눈부신 피라미가 물살을 차고 오르면
뒤이어 먹지**가 뛰어 오르고
피라미가 다시 물속으로 숨는다


어스름이 밀려들면 숨박꼭질은 잦아들고,
은빛 피라미와
몸에 붉푸른 줄무늬를 가진 먹지가
암수 짝이라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던
하동(河童)들도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간다

해질녁
짐을 부리듯 하루 노동을 마감하며
허리를 펴는 농부는 조용한 동창천을 바라보고
동창천은 농부에게 내일 또 보자며 자잘자잘 속삭인다


사람들은 종종 잊고 살지만
누천년을 이어온 운문사
그 아래로 흐르는
맑은 동창천은
새로운 천년을 보태느라
자잘한 몸살을 앓는다

* 노지람쟁이 : 기름종개의 청도 사투리. 기름종개는 미꾸라지 비슷한 민물고기로 몸에 범 무늬가 있다.
** 먹지 : 피라미 숫컷의 청도 사투리

또 박해수 심사위원은 서규식 신인의 작품에 대해 "감성을 깨우는 그리움의 미학"이라면서 "자연과 인간의 합일사상, 사랑의 극점을 노래하여 독자들에게 그리움을 공유하게 하는 서정이 녹아있는 작품세계"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수필 응모작을 심사한 장사현 수필가는 당선자 권순자 신인을 두고 "서정적 감성의 형상화, 추상적인 개념을 부분적인 점묘의 제재를 도입하여 구체화시키는 묘사 기법, 유려한 문체, 사소하고 미세한 소재들에서 비범한 주제를 이끌어내는" 솜씨를 보여준다면서 "수필의 맛과 멋을 안다"고 칭찬했다.

그리고 최남복 신인에 대해서는 "서정수필의 전범이라 할 만한 최남복이 직조하는 언어는 무생물에 생명력을 부여하면서 삶의 방법과 진정한 사랑의 가치관을 창출한다"면서 "수필집 한 권을 내고도 남을 만큼 많은 습작기를 거쳐 기초가 탄탄하고, 문학정 형상화 기법을 갖춘 신인이기 때문에 좋은 수필을 쓰는 작가로 부상하리라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박지극 #권순자 #최남복 #서규식 #영남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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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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