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이름인가요?" 박정희새마을대학원의 '굴욕'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 개원 2년... 사회적 논란에도 학생들은 '잠잠'

등록 2013.11.27 09:51수정 2013.11.2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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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 누리집 중 대학원소개 페이지 갈무리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 누리집 중 대학원소개 페이지 갈무리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

전직 대통령의 이름을 딴 국내 최초의 대학원인 영남대학교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경북 경산시, 아래 새마을대학원)은 지난 2011년 11월 개원했다. 새마을대학원 누리집에 따르면 새마을대학원은 "한국의 성공적인 사회경제적 발전과 새마을운동의 경험을 널리 세계인과 공유함으로써, 한편으로는 인류공영에 이바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격 향상에 기여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다.

개발도상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새마을대학원은 1년 6개월 전일제 수업으로, 모든 강의는 영어로 진행된다. 2012년 첫 강의를 시작으로 학생들은 '새마을운동 이론 및 실천', '국제개발협력', '공공정책 및 리더십', '산림자원 및 생태복원' 등을 전공하면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영남대학교 교내 신문에 따르면 새마을대학원이 개원 당시 일부 학생들은 "경제발전이라는 목적 하에 이루어진 독재정치를 미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입장을 비추었다. 그에 반해 "미국 하버드대학교에도 존케네디스쿨이 존재하듯 리더십 대학원 개설의 취지를 무작정 비판할 수는 없다"며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박정희와 관련된 석·박사 과정을 개설함에 따라 영남대학교의 위상도 높아질 것"이라는 우호적인 의견도 있었다.

이러한 논란은 학내뿐만이 아니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지나친 우상화 움직임에 대한 비판과 맞물려 새마을대학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일었다. '북한의 김일성대학과 다를 바 없다', '경제발전 및 장기집권을 위해 행한 비윤리적 태도는 왜 무시하느냐', '박정희 전 대통령을 우상화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반면 '리더십 대학교를 설립하는 것은 딱히 문제될 일 없다', '우리나라가 과거 이룩한 경제 성장의 방법들을 개발도상국에 전달하는 것은 좋은 의도로 보인다'는 등의 옹호 여론도 존재했다.

영남대 학생 100명에 물었더니... 긍정 37% 부정 20% 무관심 43%

학교 안팎으로 찬반 논쟁을 낳은 영남대 새마을대학원 개원 2년째. 그렇다면 영남대 재학생들은 새마을대학원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난 13일 약식 스티커 설문조사로 영남대 학생들의 생각을 확인해봤다. 영남대 중앙도서관 앞에서 만난 영남대 학생 100명에게 '긍정', '부정', '무관심' 세 선택지 가운데 선택하게 하고 이야기를 들어봤다. 설문조사 결과 긍정적 견해(37명)가 부정적 견해(20명)보다 두 배 가까이 더 많았다. 하지만 '긍정' 또는 '부정'보다 '무관심' 항목에 가장 많은 수의 학생(43명)이 응답했다.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에 대한 영남대생 설문조사 결과 영남대 학우들을 대상으로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에 대한 생각을 조사하였다.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에 대한 영남대생 설문조사 결과영남대 학우들을 대상으로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에 대한 생각을 조사하였다. 최은정

'긍정' 항목을 택한 A씨(행정학과 2007학번, 남)는 "학교 안 천마아트센터 건물에 어느 순간부터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이라는 푯말이 적혀 있는 것을 봤다"면서 새마을대학원의 존재를 알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평소 빈곤국의 문제와 공적개발원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힌 A씨는 "40여 년 전까지 우리 역시 선진국의 원조로 받았고 그 덕에 오늘날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새마을대학원은 빈곤퇴치모델로 새마을운동이 세계의 주목을 받는 지금, (새마을운동을) 계승·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국가이미지 제고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정' 항목을 선택한 B씨(국제통상학부 2010학번, 여)는 학교 홈페이지와 교내 신문을 통해 처음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에 대한 소식을 접했다고 답했다. 처음부터 "거부감이 들었다"고 밝힌 B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밝은 면만을 내세우며 어두운 면은 은폐하려는 태도로 보인다"며 "경제 발전을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행했던 비윤리적 행태 또한 간과할 수는 없다"고 '부정' 항목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덧붙여 "박정희 전 대통령의 리더십이 세계에 알려진다면 현 개발도상국의 국민들도 독재정치라는 비민주적 통치에 고통스러워하게 될 것이다"라고 염려했다.

10명 중 4명 꼴로, 가장 많은 수의 학생들이 '무관심' 항목에 응답했다. 그들 대부분은 새마을대학원이 영남대 내에 설립됐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일부 학생들은 동명의 교수를 언급하며 그와 관련된 대학원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새마을대학원에 대해 정작 영남대 학생들이 무관심한 이유를 지역의 한 교육 전문가는 "새마을대학원에 대해 학교 내 홍보가 부족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대학원 진학보다 취업을 선호하는 학생들의 성향 때문에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주변 환경이나 상황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다"고 짚었다. 그리고 "새마을대학원은 일반대학원도 아닌 특수대학원이다 보니 이곳에 뜻을 두고 있는 영남대 학생 수가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최은정 기자는 오마이뉴스 1기 대학통신원입니다.
#영남대학교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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