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 <사기>에서 만난 웃음의 철학

유머로 윗사람을 깨우치는 설득의 미학

등록 2013.11.28 16:22수정 2013.11.2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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酒極則亂 樂極則悲(주극즉란 락극즉비 : 술이 지나치면 어지러워지고 즐거움이 지나치면 슬퍼진다).

사람이 사는 목적은 행복을 추구하는 데 있다. 이 말에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행복이란 무엇일까. 국어사전에는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라고 정의돼 있다. 우리가 일단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게 되면 '웃음'이라는 모습을 만나게 된다. 결국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웃음'을 얻고자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웃음이 인생의 전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들에게 귀중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갖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웃을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유머가 필요하다. 왜냐 하면 유머는 웃음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사기> '골계열전'에는 다음과 같은 유머가 전해진다.

춘추시대 초나라 장왕 때 궁중 안에서 어릿광대 노릇을 하며 익살과 말솜씨로 사람을 즐겁게 하는 우맹이라는 사나이가 있었다. 키는 팔 척 거인에다, 말솜씨가 좋아 늘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이때 장왕에게는 좋아하는 말이 한 마리 있었다. 왕은 그 말에게 아름답게 수를 놓은 비단옷을 입히고, 화려한 집과 좋은 침대를 마련해주고, 대추와 말린 고기를 먹였다. 그러자 그 말은 너무 살이 쪄서 마침내 죽고 말았다. 왕은 신하들에게 명해 상복을 입게 하고, 대부의 예로 장례를 치르게 했다. 그러자 주위에 있는 신하들은 모두 이를 반대했다. 왕은 이렇게 명령을 내렸다.

"말의 장례에 대해 감히 간언하는 자는 사형에 처하겠다."

우맹이 이 말을 듣고 궁궐로 들어가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울었다. 그러자 왕이 놀라서 그 까닭을 물었고, 우맹이 대답했다.


"대왕께서 아끼시던 말이 아닙니까? 천하의 강국인 초나라가 하지 못할 일이 있겠습니까? 그런데 고작 대부의 격식으로 말을 장사 지내는 것은 너무 초라합니다. 장례는 군왕의 예로 치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어떤 식으로 하면 되겠는가?"

"이렇게 하십시오. 관은 옥관을 준비하시고 외관은 무늬가 있는 가래나무에 아름다운 무늬를 새기십시오. 그 주위는 느릅나무, 단풍나무, 예장나무 같은 좋은 재목으로 덮는 것입니다. 그리고 병사를 동원해서 거대한 무덤을 파고, 노약자들에게 흙을 나르게 하는 것 입니다. 장례식 때는 제나라와 조나라의 사절은 앞에 서게 하고, 한나라와 위나라 사절은 맨 뒤에 서서 호위하게 하십시오. 또 사당을 세워 소와 돼지, 양을 잡아 제사지내고, 만 호의 땅을 말에게 내려주십시오. 이 소식을 제후들이 듣는다면, 대왕께서 사람보다 말을 더 귀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알 것입니다."


왕은 말했다.

"내 생각이 잘못 되었다.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가축장(家畜葬)으로 장례를 치르십시오. 외관은 흙으로 쌓고, 내관은 구리로 만든 솥으로 하십시오. 관 속에는 생강과 대추 같은 향신료를 넣고 밑에는 목란 섶을 까십시오. 제물로는 쌀을 바치고 불로 옷을 입혀서, 사람의 배 속에 장사지내는 것입니다."

왕은 말을 왕실 요리사에게 넘겨주고, 세상 사람들이 모르게 처리하게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머는 웃음을 자아내는 명약이고, 그 웃음을 통해 우리는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 유머를 통해 윗사람을 설득하는<사기> '골계열전'에 나오는 또 하나의 일화를 통해 웃음을 터트려 보자.

변설가 순우곤이 위나라에 머물고 있을 때였다. 그 당시 위나라 왕은 여인들과 함께 밤낮으로 주연이나 베풀고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위나라 왕이 순우곤에게 주량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그때 순우곤은 이렇게 대답했다.

"한 말의 술을 마셔도 취하고 한 섬의 술을 마셔도 취합니다. 대왕께서 직접 면전에서 술을 하사하신다면 법을 집행하는 관리가 옆에 서있고 어사가 뒤에서 서있기 때문에 저는 두려운 마음에 땅에 엎드려 술을 마시니 한 말도 마시기 전에 곧바로 취합니다.

만약 아버지의 귀한 손님이 저의 집에 오시면 저는 옷깃을 바르게 하고 무릎을 꿇고 앞에서 대접해야 합니다. 그때는 술잔을 받들어 남은 술을 받아 마시며 손님의 장수를 빌면서 자주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두 말도 마시기 전에 곧바로 취합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게 되면 즐거운 마음으로 지난날의 일들을 말하고 감회를 토로하면서 마시기 때문에 다섯 말을 마셔도 취하지 않습니다.

동네의 모임에서 선남선녀가 뒤섞여 앉아 술을 돌리며 머물면서 윷놀이나 투호(投壺)를 하며 서로 편을 짜고, 손을 잡아도 죄가 되지 않고 빤히 들여다보아도 괜찮습니다. 앞에는 귀걸이가 떨어져 있고 뒤로는 비녀가 흩어져 있으면 저는 이런 것을 즐기기 때문에 그때는 여덟 말을 마셔도 거의 취하지 않습니다.

해는 저물고 술은 취하는데 술통을 모으고 남녀가 붙어 앉아 합석하여 신발은 뒤섞어 흩트려져 있으며, 술잔과 안주를 담은 쟁반이 어지럽게 흐트러지고 당 위에 촛불이 꺼집니다. 주인은 저를 머물게 하며 다른 객들을 전송합니다. 비단저고리 옷깃이 풀어지고 살며시 여인의 향기를 맡게 되면 저는 매우 기쁜 마음으로 한 섬은 마실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술이 지나치면 어지럽고, 즐거움이 지나치면 슬퍼진다.'고 하는데 세상사가 모두 이러합니다. 모든 일은 지나치면 안 되는 법이니 지나치면 반드시 망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순우곤이 간하자 위나라 왕은 그의 말이 옳다고 여기고 밤새워 술 마시는 일을 중지하고 제후를 접대하는 일을 순우곤에게 맡겼다. 그리고 궁궐에서 주연을 베풀 때는 항상 순우곤을 옆에 있게 하였다.
덧붙이는 글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책을 읽는 재미를 아는 그날을 위하여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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