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 총파업 "참아온 게 분통 터진다"

1년 만에 하루 파업 나선 부산 학교비정규직, 처우 개선 한 목소리

등록 2013.11.29 15:22수정 2013.11.2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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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부산시교육청은 29일 오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 집회가 열리는 동안 경찰력을 배치하고 집회 참가자들의 교육청 진입을 막았다.

부산시교육청은 29일 오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 집회가 열리는 동안 경찰력을 배치하고 집회 참가자들의 교육청 진입을 막았다. ⓒ 정민규


"비정규직은 일회용 소모품이 아니다."

학교에서 사서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정아무개씨가 부산시교육청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정씨는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데 부산시교육청은 몇 년도 못 내다 보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29일 1년여 만에 총파업에 나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함성이 양정동 부산시교육청 앞을 가득 메웠다.

700여명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원망 섞인 목소리는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올해로 학교비정규직으로 일한 지 14년째가 된다는 김아무개씨는 교육감의 직고용 회피에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학교에서 근무하면 모든 걸 교육청에서 이래라저래라 하고, 하다못해 주방에 뭐가 하나 고장 나도 교육청이 허락 안 하면 안 고쳐주는데 교육청에서는 학교장 재량이라 한다"고 답답해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핵심 요구사항이기도 한 교육감 직고용은 개별 노동자에 대한 고용을 학교장이 아닌 교육감이 책임지라는 요구다. 학교비정규직은 이를 통해 그동안 학교장이 비정규직의 사용자가 되면서 발생했던 들쭉날쭉한 근무조건과 고용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  29일 오전 총파업에 돌입한 부산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양정동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29일 오전 총파업에 돌입한 부산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양정동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정민규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대우에 울분을 참지 못한 노동자도 있었다. 과학실무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한 노동자는 "(학교가) 우리는 과학실에서 우리 일을 대신해 줄 우렁각시라도 키우는 줄 아나 보다"며 "이 일 저 일 다 시키면 과학실 업무는 누구더러 하라는 말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각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는 고유 업무부터 인정해 달라"며 "각 직종의 고유 업종 인정 및 명확한 업무분장을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아래 학비연대회의)는 이같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외침을 10대 요구안에 담았다. 요구안에는 호봉제 실시와 비정규직노조 인정, 명절 휴가비 인상 등의 처우 개선 목소리가 담겼다. 하지만 부산시교육청은 10대 요구안에 대한 학비연대회의의 집중교섭 요청을 거부했다.

이날도 부산시교육청은 정문을 봉쇄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출입을 입구에서부터 막아섰다. 김희정 부산학비연대회의 공동대표는 부산교육청의 태도에 불만을 터트렸다. 김 공동대표는 "비정규직이라서 온갖 잡일 갖다 붙여도 못한다고 하지 않고 죽자 사자 일했다"며 "참아온 세월이 너무 안타깝고 분통 터진다"고 말했다.


그는 "2차 파업은 하루로 끝나지 않는다"며 "2차 파업으로 가기 전에 부산시교육청과 임 교육감은 말도 안 되는 비정규직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끝낸 참가자들은 부산시의회까지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학교비정규직의 처우개선에 대해 지지를 부탁했다.

a  부산시교육청은 29일 오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 집회가 열리는 동안 경찰력을 배치하고 집회 참가자들의 교육청 진입을 막았다.

부산시교육청은 29일 오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 집회가 열리는 동안 경찰력을 배치하고 집회 참가자들의 교육청 진입을 막았다. ⓒ 정민규


#학교비정규직 #총파업 #부산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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