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작 중 한국전쟁과 입양문제를 다룬 'Memory of Forgotten War'(잊혀진 전쟁에 관한 기억 관람 후 참가자들이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사진을 찍고 있다.
최현정
국외적 이유로는 1950년대 중반 부터 미국은 인도주의 계획 (Humanitarian Project)이라는 이름하에 해외 어린이 입양을 활발히 전개한다. 이는 미국의 해외 국제 관계 정책에 뿌리를 둔 것으로 미국과 끈끈한 유대가 강한 나라- 한국, 베트남, 과테말라와 이전 공산주의 연계국들-을 대상으로 어린이 구제(Child Save) 형식의 입양 정책이었다.
특히 한국 고아의 입양은 미국 역사상 첫 승리하지 못한 전쟁이라는 불명예를 입양이라는 휴머니티 이미지로 포장했다는 평가도 있다. 원치않은 냉전의 희생자가 되어 미국으로 쫓겨온 이들에 대한 다큐멘타리 <잊혀진 전쟁에 관한 기억>(Memory of Forgotten War)을 만들어 이번 영화제에 참가한 램세이 임(Ramsay Liem). 그는 한국 전쟁을 '냉전의 시작이자 뜨거운 전쟁'으로 표현했다. 그 냉전은 수 만의 한국 고아들을 미국으로 보냈다. 무려 60여년 동안.
여전히 쉬운 입양국, 한국 "내 친척이 인도 아이를 입양했는데, 영양상태가 나빴는지 많이 말랐었어. 근데 지금은 살이 올라 참 귀엽더라. 나도 지금 입양을 알아보고 있는데… 한국 아이가 좋을 것 같아." 수업에 관한 상담을 하던 나의 '대학작문' 선생인 크리스탈이 한국인인 내게 자신의 계획을 말한다. 올해 초에 국가 차원에서 입양을 금지시킨 러시아나 300일 넘게 기다려야 하는 중국 입양보다 쉽다는 얘기와 함께.
출산율이 낮아졌다고 말은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매년 600~1000여 명의 아이들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2011년 한국은 러시아, 중국, 에티오피아에 이어 어린이 미국 입양국 4위를 달리고 있다(해당 사이트 참조:
http://adoption.state.gov/about_us/statistics.php).
올해 초, '우리 아이들을 수출하지 않겠다'며 자국 고아의 미국 입양을 전면 금지한 러시아가 빠지면 그 순위도 변동이 있을 것이다. 이렇듯 한국 어린이 입양은 나의 선생 크리스탈이 말한대로 어느 나라보다 쉽고 편하다. 상당한 비용(약 3만8000달러, 한화로 3800만 원)만 지불하면 직접 한국에 가지 않아도 인터넷으로 손쉽게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광고되기도 했다(인권단체들이 관련 단체에 항의해서 철회되었다).
이는 에티오피아, 가나, 아이티, 온두라스의 경우는 2차례 입국, 중국, 콜럼비아, 코스타리카, 인도, 홍콩은 양부모가 7주간 해당국가에 머무르며 입양절차를 직접 밟도록 하고 있는 조항과 비교해도 엄청나게 편리한 방법이다. 러시아는 이전에도 미국 양부모가 세 차례 자국을 방문하게 했다. 비록 피치 못한 사정으로 자국의 아이를 외국으로 보낸다 해도 아이의 인권을 위해 새 부모에게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는 것이다.
작년 8월 5일부터 한국에서도 입양특례법이 개정돼 시행되고 있다. 입양기관을 통해 해외로 보내진 입양인들이 주축이 돼 50년 만에 실로 어렵게 개정된 입양에 관한 법이다. 전쟁 이후, 자신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외국으로 보내져 살았던 이들이 그들의 경험과 시행착오, 문제점들을 모아서 모국의 비인권적인 법을 바꾼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은 국제기준으로 본다면 여전히 국외입양이 쉬운 나라다.
5·16 군사 쿠데타 집권 후 처음 통과된 '고아 입양법'1961년 박정희가 쿠데타를 통해 집권 한 후, 처음으로 통과시킨 법은 '고아 입양법'이었다. 이 법 이후 전쟁 고아가 아닌 아이들도 낯선 나라에서 인종과 언어가 다른 부모를 만나 사는 게 어렵지 않게 되었다. 그 후 개정된 고아입양법의 이름은 '입양 절차와촉진에 관한 특례법'으로 입양기관의 역할이 더 커지고 활발해지게 된 계기를 만든다. 법의 보호를 받은 대형 입양 기관들이 주축이 되어 그동안 해외 입양은 '촉진'되고 '장려'되었던 셈이다.
현재, 새로이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입양에 관한 국제 조약인 헤이그 입양 협약을 비롯해 여러 국제 법률이 기준이 되었다. 아이를 출산한 산모에게 아이와 함께 7일간 산후 조리를 할 수 있게 한 것은 자신이 낳은 아이와 눈도 못 마주쳐보고 입양기관이 인수해 가던 예전 룰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친생 부모와 아기와의 연결 고리를 차단시키기 위한 친생자 등록 불이행을 묵인해 입양아를 '기아(버려진 아이)'로 만들었던 기존의 법률과도 매우 다르다.
예전의 조치들은 성인이 된 아이가 자신의 정체성과 친가족을 찾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 결과로 한국 아이는 입양 부모와 입양 국가에겐 최고의 상품이 되었다. 그래서 한국의 가정법원이 양부모를 불러 부모의 신분과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갖게 한 것, 새 법에 의한 판결 과정에서 시행되고 있는 이 조치는 우리의 아이들을 외국땅으로 보내면서 대한민국 정부가 해야 하는 최소의 예의이지 싶다.
이번 행사에서 나는, 5살 때 중국 길거리에 버려져 미국으로 입양된 제니(Jenni Fang Lee)를 만날 수 있었다. 조그만 키에 친화력이 좋은 그녀는 이번 행사의 참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