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거부'도, '동성애'도... 모두 '종북'?

영화감독 김조광수·박정근씨 등 토크콘서트 열어... '종북몰이' 세태 비판

등록 2013.12.01 22:00수정 2013.12.0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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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촌 소통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가짜사나이2'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촌 소통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가짜사나이2'이주영

"검찰 상고이유서를 들춰봤다. '친북 성향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종류로 페이스북, 트위터, 유투브 등을 들었다. 여기서 언급된 SNS를 하는 사람들은 다 '친북 좌파'가 되는 거다. 정부가 보기 싫은 사람들은 다 국가보안법으로 잡아넣겠다는 식이다."

사진가 박정근씨의 말이다. 그는 북한 대남선전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 트위터 계정 글을 리트윗(RT)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그는 최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촌 소통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가짜사나이2'에서는 최근 계속되는 소위 '종북몰이' 세태를 향한 비판이 이어졌다. 박정근씨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 위의 상고장 내용을 소개한 것이다.

"'기승전종북', '기승전통진당'이라는 말도 나와"

군 생활을 소재로 다룬 MBC 예능 프로그램 <진짜사나이> 이름을 패러디한 콘서트에는 박정근씨를 포함해 영화감독 김조광수, 청년운동가 박정훈(27)씨가 발언자로 나섰다. 김조광수 감독은 지난 9월 김승환(29) 레인보우팩토리 대표와 동성 결혼식을 올렸다. 박정훈씨는 지난 4일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비판하거나 사회에서 소수자에 속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종북'으로 몰아가는 최근 상황을 꼬집었다. 세 사람은 우리 사회에서 소위 '진보진영' 또는 '소수자'로 구분된다.

박정근씨는 "그동안 김정일 같은 사람을 '장난감' 같은 소재로 다루며 희화화해왔는데, 국정원은 그런 행동을 '찬양·고무'라고 봤다"며 "북을 조롱하는 듯한 표현을 하는 게 '콩밥' 먹을 이유가 될 줄을 몰랐다"고 털어놨다. "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데도 '종북'이라 불리고 있다"면서 실소하기도 했다. 북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종북'이라고 낙인찍힌다는 것이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한 박정훈씨도 국가의 강제징집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종북간첩 아니냐', '군대가기 싫으면 북으로 가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나와 관련된 기사 댓글을 보면 '북으로 가라'는 얘기가 가장 많다. 병역거부를 하면 북을 이롭게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논리는 사실 국가가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딱지를 붙이는 형식과 같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에는 '기승전통진당', '기승전종북'이란 말도 나온다"며 "생각이 다르면 무조건 '종북'이라고 몰아붙이는데다가 북한으로 가라고까지 강요한다"고 비판했다.

"북에서 동성애는 처형 감인데도... '종북게이'라 불려"

북한과 전혀 관련이 없는 김조광수 감독은 최근 '종북게이'라는 소리를 들었다는 소식을 전하며 "나는 북한에 가면 안 된다, 동성애는 북에서 처형 수준"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박정훈씨는 "동성애는 신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말해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인권·법률 청년단체인 '두런두런'은 지난 달 30일 고려대 교육관에서 동성애자인데도 주교가 된 진 로빈슨을 다룬 다큐멘터리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을 상영하고 김 감독의 특강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고려대는 강연 하루 전날 갑자기 예정된 강의실 대관을 취소했다. 서울여대도 예정됐던 상영회와 강연을 취소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김 감독은 "이같은 현상은 국보법하고 '일맥상통'한다"며 "자기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절대 입도 뻥긋 못하게 하겠다는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세 사람은 '종북몰이'가 자칫 죄 없는 사람들에게 애꿎은 '낙인'을 찍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정훈씨는 "국가기관이 국민의 생각을 지배하기 위해 박정근씨 같은 사건으로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러한 일이 많아지면 우리 스스로 '종북'이라는 틀에 따라 사고를 자기검열하게 만드는 기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인권운동사랑방, 진보 성향의 청년단체 '청년좌파' 등의 주최로 열린 토크콘서트는 약 1시간 반 정도 진행된 뒤 대학생 등 관객 80 명과의 질의응답으로 마무리됐다. 행사가 열린 이날은 공교롭게도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지 65주년이 되는 날이다.
#종북 #국가보안법 #김조광수 #박정근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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