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공예가구들이슬라믹 카이로 지구에는 유독 오래되고 간판도 없는 수공예 가구집들이 즐비하다.
김산슬
작은 미니버스들이 줄줄이 도착하고, 어린 소년은 목이 터져라 행선지를 외쳐댔다. 사람들이 버스를 가득 메우면 차는 떠났고, 곧이어 더 낡은 버스가 도착했다. 도대체가 정신을 못 차리겠다. 어떤 이들은 그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포즈를 취하며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낡은 히잡을 두르신 할머니는 내 옷깃을 붙들며 무화과를 사달라고 하셨다.
버스기사들은 우리가 어딜 가는지 궁금해 자신들의 행선지를 더 크게, 정확하게 외치며 우리를 향해 이리로 오라며 손짓을 했다. 그때 나흘라가 말했다. 그 복잡하고 정신없는 소음 속에서, 그 누구보다도 크게, 우리를 보며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집트가, 정말 좋아!"이집트에 도착한 후 지난 삼 일 동안, 조증 환자처럼 들떠 있던 나와 이보에 비하면, 나흘라는 평소처럼 차분했다. 이집트를 탐색하고,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이 나쁜 남자 같은 나라에 마음을 내어주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혼자서 고민하는 것 같았다. 그런 그녀가, 내가 가장 걱정했던, 이집트에서도 가장 정신없고 이집트스러운 장소에서, 이집트를 사랑한다고 해주었다. 그리고 그때 나도, 이보도 모두 알았다. 그녀도 우리가 보고 있었던 이집트를 보아 버렸다는 것을.
그때, 한 미니버스에서 안경을 낀 건장한 체격의 청년이 내렸다. 그리고 우리에게 다가와서는 아주 완벽한 영어로 말을 걸었다.
"뭐 제가 도와드릴 것이 있나요?"그의 눈은 짙은 밤색이었고 목소리는 듣는 이로 하여금 신뢰감을 느끼게 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칸엘칼릴리 시장으로 가는 방법을 물었다. 그러자 그가 씩 웃으며 대답했고 그 대답은 우리에게 백만 점짜리 대답이었다.
"I live around there, If you don`t mind to take local bus, you can go with me. I will take you to there."(저는 그 주변에 살고 있어요. 미니버스도 괜찮으시다면 저랑 같은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될 것 같아요.)여행을 할 때 우리의 원칙은 최대한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과 이동 방법을 택하는 것이었다. 이집트 최남단 도시들 중 하나인 룩소르나 아스완을 갈 때는 규정상 외국인 전용 침대열차를 타야 하는 것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고서야 우리는 언제나 가장 로컬다운 이동 수단을 택했다. 그래야 현지인들과 더 쉽게 접촉할 수 있었고, 또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이들이 아닌 이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집트에서는 주로 번호판이나 행선지가 쓰인 버스를 찾는 것이 힘들었고, 일단 로컬 버스들 또한 모두 흰색 승합차일 뿐, 차장들이 외치는 장소의 이름을 듣고서 탑승해야 했다. 게다가 그 행선지들의 이름은 로컬 버스답게 대개 관광지역이 아닌 일반 동네들의 이름이었기에 그것을 우리가 알아들을 리는 만무했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제껏 한 번도 로컬 버스를 타보지 못하고 있었기에, 그의 대답이 그리도 반가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우렁차게 답했다.
"Of course we want!"(당연히 좋고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