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1위 공항' 8연패에 가려진 인천공항 비정규직

3일부터 전면파업 돌입... 인천국제공항공사 "할 만큼 했다"

등록 2013.12.02 20:24수정 2013.12.0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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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공항지역지부(아래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가 지난달 16일 2주간 유보했던 전면파업을 다시 시작하기로 하면서 인천국제공항에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인천공항지부는 3일 이후 불시에 전면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2일 밝혔다.

인천국제공항에는 약 69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이중 900여 명은 인천국제공항공사(사장 정창수)가 직접 고용하고 있으며, 87%인 6000여 명은 하청업체에 고용돼 있는 비정규직이다. 이중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 조합원은 1900여 명이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는 다시 13개 지회로 구성돼 있으며, 이번에 전면파업을 예고한 지회는 올 7월 인천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파업권을 인정받은 4개 지회 소속 700여 명이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 조합원 700여 명은 전면파업에 앞서, 우선 3일 오전 10시부터 공항 교통센터에서 집회를 연 다음 3층 여객터미널로 자리를 옮겨 침묵 시위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파업에 앞서 노동조합은 지난날 16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으나, 인천국제공항공사(아래 공사)의 중재로 이날 24시간 파업만 진행하며, 전면 파업 방침을 철회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중재로 노동조합과 하청업체는 100여 개에 이르는 단체협약 조항 중 대부분에 합의했다. 다만, 노동조합은 인천공항공사의 결단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조항 10여 개를 따로 구분해 인천공항공사에 제시했다.

10여개 조항 중 핵심 사항은 ▲ 고용보장 ▲ 임금인상(근속수당과 명절수당 조정) ▲ 노조활동 보장 ▲ 3조 2교대 근무를 4조 3교대로 개편하기 위한 노사공동TF팀 구성 ▲ 단계적 정규직 전환을 위한 계획 마련 등이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는 16일 합의 때 인천공항공사에 제시한 핵심과제에 진척이 없어 다시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가 전면파업에 돌입할 경우 공항 운영에 적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는 이번 파업으로 인한 공항 운영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공사 홍보팀은 "노동조합의 전면 파업은 이미 예고 돼 있어서 내부에서 파업에 대비해 준비를 했다, 또 앞서 하루 24시간 전개한 부분파업 때도 아무 문제없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세계1위 공항' 8연패 뒤 가려진 비정규직의 눈물

앞서 인천공항은 지난 6월 12일(한국시각) 터키에서 열린 국제공항협의회(ACI) 주관 공항서비스평가 시상식에서 8년 연속(2005~2012) 세계 1위 공항에 등극했다. 전 세계 1700여개 공항 중 서비스평가 8연패를 달성한 공항은 인천공항이 유일하다.

인천공항은 또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CAPA 항공 어워즈(CAPA Aviation Awards for Excellence) 시상식에서 '올해의 공항상'을 수상했다. 세계 최대 항공컨설팅 기관인 CAPA가 선정하는 이 상은 가장 성과가 돋보이거나 항공산업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공항에 주는 상이다.

이밖에도 인천공항은 세계루트회의 항공마케팅상, TTG 트래블 어워즈 최고공항상 수상 등 각종 상을 휩쓸며 세계 최고 공항으로 인정받았다. 인천공항은 환승객, 여객, 운항횟수 등 각종 운송지표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하며 동북아 허브공항으로서 위상을 굳건히 유지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실제로 이는 여객처리실적과 경영실적으로 나타난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발표한 올 10월까지 누적 환승 객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5.4% 증가한 650만 명을 기록했다. 공사는 연말까지 750만 명을 돌파할 예정이라고 했다.

인천공항의 전체 여객처리실적은 2002년 2000만명 돌파, 2005년 2600만명을 돌파한 뒤 2007년 3127만명을 기록했다. 이후 인천공항은 2011년 3500만명을 돌파했고, 지난해 3897만명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4000만명을 돌파할 예정이다.

이같은 성장은 경영지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0년 당기순이익 2870억 원을 달성했고, 2011년에는 3390억 원, 2012년에는 5256억 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인천공항이 8년 연속 세계 1위 공항으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면에는 수 천명에 달하는 비정규노동자의 눈물이 숨어 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 신철 정책국장은 "인천공항은 공기업으로서의 악명 또한 세계적이다, 인천공항의 간접고용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87%에 달하는 6000여 명에 이른다, 간접고용 돼 있는 이들 비정규직노동자는 업체가 바뀔 때마다 극심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임금과 노동조건이 저하는 되는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다, 전면파업은 더 이상 참기 어렵다는 노동자의 절규"라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공기업 재량권만큼 노력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의 전면파업은 올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조는 인천공항공사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있는 16개 업체를 상대로 산별교섭 단체협상을 제안했다. 그러나 거부 당했다.

이에 노조는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냈다. 인천지노위가 산별교섭은 해당사항이 아니라고 해, 노조는 개별교섭방식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노조는 7월 인천지노위로부터 13개 지회 중 설비지회, 환경지회, 탑승교지회, 소방지회의 파업권을 인정받았다.

파업권을 인정받은 노조는 지난 11월 24시간 부분파업을 전개했다. 당시 인천공항공사가 중재에 나서며 노조와 하청업체는 100여 개에 이르는 단체협약 조항 중 대부분에 합의했던 것이다.

그러나 핵심문제였던 고용보장, 임금인상, 노조활동, 교대근무제도 개편, 정규직 전환 계획 등에서 이렇다 할 진척이 없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는 이 문제가 인천공항공사의 결단 없이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래서 이번 파업은 사실상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벌이는 파업인 셈이다.

이에 대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공기업으로서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이다.

공사 홍보팀은 "공항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어 세계1위 공항 8연패를 달성할 수 있었다, 다만 공항공사는 공기업이라서 국가계약법 등 법률이 정하는 범위에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하청기업(인천공항공사 하청업체)은 모두 개별 기업이다, 공사가 개별기업 경영에 관여하기 어렵고, 일방적으로 뭐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런 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의 요구는 공사 운영계획을 전면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공기업은 정부 관리감독 아래에 있어 정부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다, 인천공항공사는 그동안 우리가 지닌 재량권 범위에서 할 만큼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는 인천공항공사가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공항지부 신철 정책국장은 "근속연수를 승계하도록 한 원-하청 간 타 사업장의 계약서가 있다, 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3자(원청사측-하청사측-노동조합)가 함께 논의 테이블을 구성한 사례도 있고, 부당노동행위나 노동법을 위반한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향후 입찰에서 배제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같은 사례에는 인천공항에 같이 상주하고 있는 인천공항세관장이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을 약속하는 노조-인천공항세관-하청업체 3자 합의서도 있다, 즉 원청인 인천공항공사가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지,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는 사례들이다"며 "우리가 정부정책 변화 없이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정규직화를 인천공항공사가 지금 결단하라는 것도 아니다. 정치권과 함께 논의테이블을 만들어 논의를 시작해 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가 언제 전면 파업에 돌입할지, 파업기간은 어떻게 될지 미지수다. 다만, 분명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도 '공공부문에서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한 정규직화를 공약으로 약속했던 만큼 국토교통부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도 이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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