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치원'은 해체될 수 있을까?

[전망] 국정원 개혁 특위 진통 예고... 국내정보파트-수사권 폐지 입장차 확연

등록 2013.12.05 11:01수정 2013.12.0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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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남재준 국정원장 정보위 출석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남재준 국정원장 정보위 출석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국가정보원은 창설 이후 52년 만에 처음으로 개혁의 칼날을 받는다. 여야는 3일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특별위원회(아래 국정원개혁특위)'를 꾸리기로 합의했다. 일부 의제에 대해서는 연내에 입법을 마무리하기로 한만큼, 이달 안에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예정이다.

국정원은 지난 1961년 박정희 전 대통령·김종필 전 국무총리 등 5·16 쿠데타 세력에 의해 중앙정보부(아래 중정)라는 이름으로 창설됐다. 당시 중정은 독재정권의 파수꾼으로서 공작정치를 일삼았다. 1980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 신군부는 중정을 국가안전기획부(아래 안기부)로 개편했지만, 야당과 반정부 세력을 억압하는 정권안보기구의 성격은 바뀌지 않았다.

민주화 이후 정보기관에 개혁의 바람이 불었다. 안기부에 대한 국회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정보위원회가 꾸려졌고, 안기부법에 정치관여금지조항이 신설됐다. 하지만 안기부의 국내정치개입은 계속됐다. 1997년 대선 당시 권영해 안기부장은 김대중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막기 위해 '북풍사건'을 일으켰다가,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국정원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지난해 대선 때 국정원 댓글 사건이 터지며 '국가정치원'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국정원은 이번 국정원 개혁 특위를 통해서 국가정보기관이라는 본연의 임무로 돌아갈 수 있을까? 국내정보 수집기능과 수사권의 폐지 등 국정원 개혁 핵심 사안을 두고 여야의 입장 차이는 확연하다. 여기에 새누리당 내에서 국정원 개혁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센 탓에 여야 합의가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여야는 5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국정원 개혁 특위 구성을 확정한 뒤, 국회 본회의에서 이를 통과시킬 예정이다. 민주당은 정세균 상임고문을 국정원 개혁 특위위원장에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는 했지만...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동상이몽

여야는 국정원 개혁 특위를 여야 동수로 구성하기로 했다. 위원장은 민주당이 맡는다. 입법권을 갖는 국정원 개혁 특위는 현재 겸임상임위원회인 정보위원회를 상설상임위원회로 전환해 국회의 국정원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정보위원의 비밀유지를 담보하는 대신 비밀열람권을 보장받고, 국정원 예산을 더욱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재 국회는 국정원 예산의 총액만 심의할 수 있다.


또한 국정원·국군사이버사령부 소속 공무원의 정치관여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다. 정치개입 지시를 내린 상급자뿐만 아니라 여기에 관여한 모든 공무원을 처벌하자는 것이다. 또한 국정원 직원의 정보기관 출입을 통한 부당한 정보활동을 통제하고 정당과 민간에 대한 부당한 정보수집행위도 제한하는 방안도 다뤄진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합의를 두고 국회가 주도하는 국정원 개혁이 시작됐고 입법을 보장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특위에서 해야 할 일 중에 반드시 입법화해야 하는 최소한의 내용들을 미리 여야가 합의해서 공표했다는 성과도 있었다"면서 "특위에서 무엇을 할지 토론하다가 시간을 보내는 것을 확실하게 방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달리, 새누리당은 국정원 개혁에 소극적이다. 강은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특위에서 무엇보다 국가의 안위와 이익이 우선 될 수 있도록 논의해서, 보다 경쟁력 있는 국가정보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이 특위를 특검 주장을 차단하고 정국 정상화를 얻기 위한 카드로 활용한 점도 특위 성과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a  국회 정보위원회 서상기 위원장이 지난달 4일 오전 국가정보원에서 국정감사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서상기 위원장이 지난달 4일 오전 국가정보원에서 국정감사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새누리당 내에서는 특위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상기 정보위원장은 "국정원 개혁 특위는 국정원 무력화 특위"라면서 "결론적으로 정보위가 상설상임위로 전환되면 정치권내 일부 종북세력이 노리는 대로 국가안보기관이 야당 눈치만 보고 할 일을 제대로 못하는 불상사가 현실화 될 것이다, 정보위원회를 상설상임위로 합의한 것은 당 지도부가 야당의 정보기관 해체 주장에 동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상기 위원장은 또한 국회의 국정원 예산 통제권 강화와 정보요원의 정부·정당 출입금지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정보기관 예산은 철저히 비공개로 한다, 악용되었을 경우 그 뒷감당을 누가 하겠는가"라면서 "또한 정부기관 출입 금지로 인해 대북 정보 수집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정원 개혁 핵심인 '국내정보 수집기능·수사권 폐지'는 어떻게 되나?

특위가 가동되면, 여야는 국내정보 수집기능과 수사권 폐지를 둘러싸고 충돌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민주당이 국정원 개혁의 으뜸으로 삼고 있는 분이다. 민주당은 국정원을 통일해외정보원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밝힌 바 있다. 나머지 국내 부분은 검찰과 경찰로 이관하고, 대공사건·대북정책은 국군기무사령부와 통일부 등으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 같은 개혁안을 지난 9월 대통령·여야대표 3자 회동에서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합의문에는 국내정보 수집기능과 수사권 폐지 의제가 빠졌다. '기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정치 개입금지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사항 및 대테러 대응능력, 해외 및 대북 정보능력에 관한 사항은 2014년 2월 말까지 계속 논의한다'고 나와 있다. 결국, 국정원 개혁 핵심 사항에 대한 입법 없이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우리당이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 의논한 사항이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국정원은 해외 파트와 국내 파트에다 수사기능까지 있는 무소불위의 거대 기구다, 견제하는 곳이 없다, 선거개입까지 일어났으니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도 우려가 크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요구하는 수사권과 국내정보 수집기능 폐지에 대한 요구를 받아들일 마음이 없고, 이는 합의문에 반영됐다"면서 "새누리당은 특위에서 이 문제를 회피하려고 할 것이다, 민주당은 이를 관철시킬 능력이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김 빼기 작전'을 하고 결국 특위는 처벌을 강화하는 데 그치거나 국회의 예산통제 권한을 소폭 확대하는 수준의 결론이 낼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정원 개혁은 국회의 통제 강화, 국내정보 수집권한과 수사권 축소가 핵심인데, 이런 사안이 빠지면 개혁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악의 경우, 새누리당이 합의를 어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정원 개혁 특위가 여야 동수로 구성되는 만큼, 새누리당이 거부하는 안건을 의결할 수 없다. 국회는 과반수 의결을 원칙을 한다. 민주당 소속 국회 정보위원인 김현 의원은 "국정원 개혁특위는 진통이 있을 것이다, 또한 새누리당이 합의를 어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면서 "그럴 경우, 국민의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정치원 #국정원 #국가정보원 #박근혜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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