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성택은 이미 5일 처형됐다" 사실일까?

확인 안 된 북한 관련 보도로 남북 불안 부추기는 보수 언론

등록 2013.12.10 11:32수정 2013.12.1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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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장성택의 실각 사실과 관련하여 이를 보도하는 보수 언론들의 무차별적 보도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 특히 확인되지 않은 보도를 남발하면서 남북관계의 불안을 부추기는 형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북한은 9일(아래 현지시각) <조선중앙통신>과 <로동신문> 등 관영 매체를 통하여 이날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를 개최하여 장성택을 칭호 및 지위 박탈, 탈당, 제명 조치하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이날 오후 방송된 <조선중앙TV> 방송을 통하여 장성택이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체포되어 나가는 두 장의 사진을 방영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들은 북한 관련 매체인 <자유북한방송> 보도를 인용하여 장성택이 이미 지난 5일 처형되었다는 의혹을 주요 기사화했다. <조선일보>는 "북한이 전날 열린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현장에서 장성택을 체포하는 영상을 공개한 것에 대해선 '이미 5일 진행된 체포 장면을 8일로 속인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매체는 "<자유북한방송> 김 대표는 조선중앙TV가 이날 오후 3시 18분쯤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이 군복을 입은 인민보안원 2명에게 끌려나가는 사진을 방송한 것과 관련, '5일 있었던 체포 장면을 북한 당국이 8일로 조작해 보도했을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평양 고위 소식통은 자유북한방송과의 통화에서 '평양 룡성구역에 위치한 호위국 부대 안에서 장성택과 가까운 군 장성들과 인민보안부, 노동당 간부 등 모두 7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되었다'고 전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이들 보수 언론들은 이러한 장성택 처형설을 비롯한 '장성택 측근들과 북한 군부 간의 총격설', '정성택 휘하 군인 수백 명 국경 탈출설' 등 확인되지 않는 보도를 연발하면서 북한이 마치 내부 혼란에 휩싸인 것처럼 보도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 동향 사진 정밀 분석해 보도하는 보수 언론


평소 보수 언론들은 정밀한 사진 분석 기술을 동원하며 북한 김정은 제1비서를 비롯한 북한의 동향에 관해 선정적인 보도를 해 왔었다. 하지만 최근 이어지는 이러한 장성택 처형설 등 북한 내부 혼란 주장에 관해서는 왜 사진 분석이나 해당 주장에 대한 검증도 없이 바로 인용해 기사화하는지 의아하다.

북한이 조작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보수 언론들이 주장한 북한의 <조선중앙TV>가 지난 9일 공개한 사진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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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려가는 北 장성택 북한 조선중앙TV는 9일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체포되는 모습을 공개했다. ⓒ 연합뉴스


우선 이 첫 번째 사진은 장성택이 회의장 중앙 통로를 기준으로 맨 앞 북한 군복 차림의 인사 바로 뒤편에 앉아 있다가 보위부 요원들이 체포를 위해 들어 오자 일어서고 있는 장면이다. 군복 입은 인사가 뒤로 쳐다보고 있으며 통로를 기준으로 뒤로 여섯 번째에서 왼쪽으로 세 번째 앉아 있는 군복을 입은 인사도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이어 두 번째로 공개한 장성택이 통로로 나와 보위부 요원들의 팔에 의해 이끌려 가는 사진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더욱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참가자 중 특이하게 군복 차림의 인사가 이 광경을 뚜렷이 지켜보고 있다.

그렇다면 <로동신문>에 실린 정치국 확대회의 회의장 전체의 사진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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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동신문>에 실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장 전체 사진 ⓒ <로동신문> 갈무리


이 사진을 자세히 분석해 보면 앞서 언급한 유일하게 군복 차림의 인사가 통로 기준으로 맨 앞에서 뒤로 여섯 번째의 왼쪽 세 번째에 앉아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체포 당시 일어났던 모습이 보였던 장성택(정수리 머리숱이 적음)으로 추정되는 인사가 통로 쪽 맨 앞의 군복 차림의 인사 두 번째에 그대로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사진들은 종합해 보면 장성택은 정치국 확대회의 회의장 통로 기준으로 두 번째 열 통로 쪽에 앉았다가 회의에서 제명 결정 직후 보위부에 의해 체포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체포 사진이 조작되었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북한 관련 선정적 보도는 국가 안보에도 도움 안 돼

북한이 폐쇄 사회이기에 정보의 빈곤에 시달리는 우리 언론들이 북한 관련 뉴스를 제대로 전달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또한, 이러한 정보 빈곤은 때로는 확인하지 못한 실수로 선정적이거나 명백히 사실이 아닌 기사를 남발하기도 한다.

일례로 <연합뉴스>와 외신인 AFP통신 등은 지난 8일 "<조선중앙통신>에서도 장성택 관련 기사가 전부 삭제되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조선중앙통신>의 검색 관련 시스템에 대한 몰이해가 빚은 실수로 인한 오보이다. <조선중앙통신>의 장성택 관련 기사는 그의 숙청이 결정되고 난 10일 현재에도 누리집에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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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현재 <조선중앙통신>에 그대로 있는 장성택 관련 기사들 . ⓒ <조선중앙통신> 갈무리


북한은 나름 절차를 가지고 장성택을 우선 당의 모든 지위에서 박탈하고 제명했으며 이에 따른 후속 조치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황에서 확인되지도 않은 북한 관련 혼란상을 쏟아 내며 남북 관계 불안과 갈등을 부채질하는 보수 언론의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남북 관계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확고한 주도적 역량을 가지려면 북한에 관한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에 대비하는 자세가 우선이다. 확인되지 않은 북한 내부의 혼란상을 퍼뜨려 남북 불안과 갈등을 유도하는 보수 언론의 자세는 결코 국가 안보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장성택 #보수 언론 #남북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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