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 내린 서울... 근심 걱정이 사라집니다

[포토에세이] 붉은 낙산홍... 눈 온 날 아침 풍경

등록 2013.12.11 14:48수정 2013.12.1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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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낙산홍 하얀 눈 내린 서울의 아침, 붉은 낙산홍의 열매가 눈 속에서 빛난다.

낙산홍 하얀 눈 내린 서울의 아침, 붉은 낙산홍의 열매가 눈 속에서 빛난다. ⓒ 김민수


간밤에 서울에도 소담스러운 눈이 내렸습니다. 세상에 치여 살다보면 흰눈세상의 아름다움 보다도 그로 인한 불편함이나 내린 눈이 녹은 후의 지저분함을 미리 당겨와 지금 보여주는 아름다움을 잃고 삽니다.


때로는, 저 하얀 눈속에 덮혀있는 것들 중 추한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냥 눈감아주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때가 되면 드러나는 것이니 말입니다.

세상 온갖 근심 걱정이 사라집니다

a 낙산홍 아직 떨구지 못한 이파리가 첫눈을 맞은 낙산홍과 함께 아름다운 모습을 선물하고 있다.

낙산홍 아직 떨구지 못한 이파리가 첫눈을 맞은 낙산홍과 함께 아름다운 모습을 선물하고 있다. ⓒ 김민수


a 낙산홍 붉은 열매와 하얀 눈과 퇴색되어가는 이파리 모두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다.

낙산홍 붉은 열매와 하얀 눈과 퇴색되어가는 이파리 모두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다. ⓒ 김민수


a 낙산홍 다 붉게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니다. 때론 붉게 여물지 못하고 말라가는 것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말라가는 것들이 있어 붉게 익어가는 열매도 있는 것이니 말라비틀어졌어도 아름답다.

낙산홍 다 붉게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니다. 때론 붉게 여물지 못하고 말라가는 것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말라가는 것들이 있어 붉게 익어가는 열매도 있는 것이니 말라비틀어졌어도 아름답다. ⓒ 김민수


붉은 열매와 하얀 눈이 참으로 잘 어울립니다. 낙산홍의 붉은 열매와 하얀 눈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는 시간만큼은 세상의 온갖 근심걱정도 사라져 버립니다.

열매 중에는 잘 익은 열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것들도 있었습니다. 꽃 피어난 대로 열매를 맺고, 열매를 맺은대로 다 익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잘 익은 열매만 의미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열매를 맺지 못하고 떨어진 꽃, 익어가다 익지 못한 것, 그냥 말라져 버린 것들이 있어 잘 익은 열매가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른바 '루저(실패자·낙오자)'인 셈이지요. 오로지 일등만 독식을 하는 우리네 세상이 질서가 그들에게는 없습니다. 자연을 보면서 우리는 그것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a 함박눈 사철푸른 나무의 이파리에도 하얀 눈이 쌓였다. 나무의 이파리가 두 손을 바쳐들고 눈을 받은 듯하다.

함박눈 사철푸른 나무의 이파리에도 하얀 눈이 쌓였다. 나무의 이파리가 두 손을 바쳐들고 눈을 받은 듯하다. ⓒ 김민수


a 쥐똥나무 열매 쥐똥을 닮은 검은 열매에도 하얀눈이 쌓였다. 바람과 햇살과 비와 그 모든 것이 선인과 악인 모두에게 공평하듯, 하얀눈도 못생긴 열매에게도 공평하게 쌓였다.

쥐똥나무 열매 쥐똥을 닮은 검은 열매에도 하얀눈이 쌓였다. 바람과 햇살과 비와 그 모든 것이 선인과 악인 모두에게 공평하듯, 하얀눈도 못생긴 열매에게도 공평하게 쌓였다. ⓒ 김민수


a 강아지풀 마지막 때를 살아가는 강아지풀, 그는 이미 지난 가을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 내년 봄이면, 그가 뿌린 씨앗들이 여기저기서 꼬리치며 반갑게 솟아올라 여름이면 강아지꼬리를 흔들 것이다.

강아지풀 마지막 때를 살아가는 강아지풀, 그는 이미 지난 가을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 내년 봄이면, 그가 뿌린 씨앗들이 여기저기서 꼬리치며 반갑게 솟아올라 여름이면 강아지꼬리를 흔들 것이다. ⓒ 김민수


a 연산홍 아직 이파리가 남아있는 연산홍의 이파리에도 함박눈이 내렸다. 저 이파리들 사이 꽃눈이 온전히 겨울을 나고 봄이면 이파리보다도 먼저 꽃을 피울 것이다.

연산홍 아직 이파리가 남아있는 연산홍의 이파리에도 함박눈이 내렸다. 저 이파리들 사이 꽃눈이 온전히 겨울을 나고 봄이면 이파리보다도 먼저 꽃을 피울 것이다. ⓒ 김민수


a 단풍 단풍이 떨어지고, 그 위에 흰눈 내리고, 흰눈 위에 단풍 떨어지고,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가며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할 것이다.

단풍 단풍이 떨어지고, 그 위에 흰눈 내리고, 흰눈 위에 단풍 떨어지고,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가며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할 것이다. ⓒ 김민수


하얀 눈이 내린 아침, 붉은 낙산홍의 열매만 빛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쥐똥을 닮은 쥐똥나무 열매를 비롯해 강아지풀, 연산홍의 이파리, 떨어진 단풍 등 모두 소소한 풍경이지만 다 아름답습니다.


이런 날, 이런 순간은 세상사 잠시 접어두고 하얀 눈이 만들어준 풍광에만 취하는 것도 밤새 내린 하얀 눈에 대한 예의일 것 같습니다.

첫눈이라서 이런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쌓인 눈이 일상이 되고, 그것이 불편함을 가져온다면 이런 마음이 없어질지도 모를 일이지요. 하얀 눈 내린 서울의 아침, 붉은 낙산홍은 눈부셨습니다.
#함박눈 #낙산홍 #쥐똥나무 #연산홍 #강아지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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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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