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1일 교육부가 교학사에 보낸 수정권고문 내용.
윤근혁
교학사의 고교<한국사> 교과서에 여전히 친일 시각에 맞춘 "의병 토벌"이란 표현이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교육부가 내린 '일본 입장 용어 금지' 권고를 사실상 어긴 것이어서 교육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일제가 의병은 토벌하고 쌀은 수출했다"고?
11일 교육부가 교사들에게 공개한 교학사 교과서 240쪽에는 "(일제의) 헌병 경찰들은 의병 토벌과 독립운동가 체포는 물론…"이라고 적혀 있다. 교학사는 친일 표현이라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은 '토벌'이란 말을 고수했고, 교육부가 재 검정을 한다면서 만든 교과서 수정심의위원회도 이를 걸러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무력으로 쳐 없앰'이란 뜻을 가진 '토벌'이란 표현을 일제에 항거한 의병 관련 서술에서는 사실상 쓰지 못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지난 10월 21일 교학사 교과서 등에 대한 수정·보완 권고에서다.
이 권고문을 보면 당시 교육부는 교학사가 '작은따옴표' 처리하지 않은 채 "남한 대토벌 작전"이라고 쓴 250쪽에 대해 "'남한 대토벌작전'"이라고 고칠 것을 권고했다. 권고의 이유에 대해 교육부는 "일본 입장의 용어에는 작은따옴표를 붙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권고에 따라 교학사는 완성본 교과서의 250쪽 서술에서는 교육부의 권고를 따랐다. 하지만 이보다 10쪽 앞에 있는 240쪽 내용에서는 여전히 "의병 토벌"이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도종환 의원(민주당)은 이날 '교학사 교과서 최종본 분석 토론회'에서 "'토벌'이란 표현을 비롯하여 '쌀 수탈'을 여전히 '쌀 수출'(279쪽)이라고 표현했다"고 교학사 교과서를 수정 심의한 교육부를 질타했다. 그러면서 "수정된 교학사 교과서 역시 식민지 근대화론에 의해 기술된 친일 교과서"라고 규정했다.
도 의원은 또 "내가 제기한 교학사 교과서의 오탈자 사례 64곳 가운데 16곳, 비문사례 36곳 가운데 16곳이 수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