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장성택 처형, '국정원 개혁' 필요성 증명

등록 2013.12.14 13:36수정 2013.12.1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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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2인자 장성택이 '국가전복음모' 혐의로 12일 처형됐다. 국가안전보위부원들에게 목들미가 눌리고, 양 손에 묶인 장성택 모습은 '김일성왕조'에 저항하는 자는 그가 '2인자'이든, 친척이든 상관 없이 처형당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민주국가에서는, 아니 독재국가에서도 보기 힘든 장면이다. 북한 '김일성 왕조'가 21세기 문명국이 아님을 여실히 증명했다.

지난 3일 국정원은 장성택 '실각설'을 발표했다. 이후 실제 실각을 두고 다양한 주장들이 나왔다. 동영상과 사진에서 장성택이 사라지면서 실각은 '설'이 아니라 사실로 받아들였고, 8일 북한은 조선노동당 정치국확대회의를 통해 끌려나가는 장성택 모습을 공개했다. 그리고 북한은 5일만 13일 장성택을 공화국형법 제60조에 근거해 처형했다고 발표했다. 3일 국정원발 실각설부터 처형까지 열흘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동안 국정원은 대북정보력 부재로 비판을 받았다. 단적인 예로 지난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을 북한이 발표할 때까지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장성택 실각부터 처형까지 정보를 제대로 파악함으로써 국정원은 오래만에 제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장성택 사건은 국정원이 개혁해야 할 이유를 보여주었다. 국정원은 대북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업무다. 하지만 지난 대통령 선거 때 국정원은 부정선거에 개입했다. 지난해 12월 11일 국정원 직원이 발각되었을 때 국정원은 부인했다. 경찰도 선거 사흘을 앞두고 "댓글을 달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 11개 아이디로 정치 관련 글 91건을 작성하고, 244회 찬반클릭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뿐 아니다. 검찰특별수사팀은 2200만 건이 넘는 트위터 글을 찾아냈다. 수사인력과 시간이 모자라 이 중 121만여 건만 공소장에 적시했다. <오마이뉴스> 박소희 기자는 "국정원 댓글 사건은 '똥볼'이 아니라 '골든볼'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국정원을 '댓글원'이라고 비꼬았다.

국정원 부정선거 개입은 자신들 업무가 아니다. 정치에 개입한 것이고 무엇보다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독재자 박정희는 중앙정보부를 통해 정치에 개입함으로써 민주질서를 파괴했다. 민주헌정 유린이었다. 국가정보기관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일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명박정권 국정원은 국정원을 박정희 독재정권은 중정으로 되돌려 놓았다. 국정원 개혁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 이유다.

개혁 요구에 국정원도 '셀프개혁안'을 내놓았다. 국정원이 내놓은 개혁안은 ▲국회·정당·언론사에 대한 정보관(IO·Intelligence Officer) 상시출입 폐지 ▲직원들 정치개입 금지 서약 제도화 ▲상사 부당한 명령을 막기 위한 심사청구센터 설치 ▲대북심리전 활동에 대한 '방어심리전 시행규정' 제정 따위다.


하지만 이 같은 개혁안을 두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이라고 비판이 일고 있다. 국정원은 댓글을 대북심리전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셀프 개혁안이 그대로 확정되면 국정원이 마음만 먹으면 부정선거가 다시 부활할 수 있다.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새누리당도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이 국정원개혁특위에 합의했지만, 속내는 야당과 시민들이 바라는 개혁에 반대했다. 그런데 장성택 사건이 터졌다. 새누리당은 이 때다 싶어 국정원 개혁에 '딴죽걸기'를 하고 나섰다. 국정원이 일을 잘하고 있는데 개혁은 무슨 개혁이냐는 것이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은 13일 "딴 얘기지만 이런 중요한 시기에 어제 특위 한다고 국정원 최고지도부가 국회에서 몇 시간을 보냈다"면서 "눈을 부릅뜨고 북한의 방송과 자료를 수집해야 할 엄중한 시기인데 국민들과 많은 정보기관원들이 국회 특위 중계 방송을 시청했다는 자체가 국가적으로 부끄럽고 유감스러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도 "국민들은 (북한의) 급변사태를 보면서 국가안보의 불안을 느끼고 있고, 특히 국정원 개혁특위 활동을 보며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국정원 개혁 운운하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정보당국이 확인도 하지 않았는 데 "최근 북한에서 쓰는 기관총 사살일 것으로 추정되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는 말도 했다. 언론들은 서 위원장 발언을 일제히 보도했다.

서상기 "장성택 사형집행, 기관총으로 사살 추정"-<연합뉴스>
서상기 "장성택 사형 집행, 기관총으로 사살 추정" -<MBN>
서상기 정보위원장 "장성택 사형 집행, 기관총 사살 추정"-<채널A >
서상기 "장성택 사형집행, 기관총으로 사살 추정"-<경향신문>
서상기 "장성택 사형집행, 기관총으로 사살 추정"<동아일보 >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 "장성택, 기관총으로 사살된 듯"-<조선일보>

그런데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말을 아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인터넷판에 따르면 류 장관은 13일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전 부위원장의 처형과 관련해 긴급 소집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보고에서 '서상기 위원장의 기관총 발언이 확인된 바 없으니, 통일부에서 확인해 달라'는 정청래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정부 당국뿐만 아니라 관련 전문가들도 좀 말을 아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상기 위원장은 지난 6월 노무현 대통령이 NLL를 포기했다면서 자신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면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는 'NLL 포기'라는 말이 없다. 그런데도 아직 서 위원장은 그 자리에 앉아 있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개혁을 통해 대북 및 대외 정보수집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강화 방법은 무엇일까? 민주헌정을 유린한 국내파트를 폐지하면 된다. 폐지한 조직과 인력을 대북 및 대외 정보수집에 투입하면 장성택 사건으로 불확실해진 북한 상황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새누리당 스스로 "눈을 부릅뜨고 북한의 방송과 자료를 수집해야 할 엄중한 시기"라고 말했다. 댓글 다는 인력을 북한 정보 파악에 눈을 부릅뜨고 파악하도록 개혁해야 한다. 장성택 사건은 국정원 개혁이 얼마나 필요한지 보여준 것이다.

정보기관이 국내정치에 개입하면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시민들에게 엄청난 해악을 끼칠 수밖에 없다. 국내정치에 개입해 비판받지 말고, 북한 정보과 대외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면 국민들은 박수를 보낼 것이다.

민변 이재화 변호사(@jhohmylaw)는 "장성택 사형과 국정원 개혁은 별개 사안"이라며 "정성택 사건으로 국정원 개혁 뭉갤 생각마라. 이럴수록 국정원개혁 더 철저히 해서 대한민국이 북한과는 차별되는 나라임이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장성택은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지만, 국정원 개혁 방향을 보여주고 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오블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장성택 #국정원 #서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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