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후 한반도에 슈퍼태풍 내습 가능성"

기후변화센터, 슈퍼태풍 한반도 상륙 가상 세미나서 강조

등록 2013.12.16 15:20수정 2013.12.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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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센터(이사장 이장무)는 지난 11일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치한 배제학당역사박물관 3층 세미나실에서 '태풍 하이옌 한국 상륙 가상 시나리오-한국은 얼마나 안전한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태풍 하이옌(11월 8일 발생) 발생 한 달을 맞이해 슈퍼태풍이 한반도에 발생할 가능성과 예상 피해규모를 진단하고 국내 기후변화 적응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열렸다.

지난달 8일 발생한 제30호 태풍 '하이옌'은 시속이 379㎞(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 발표)에 달했을 정도로 굉장히 빠른 바람이었다. 이번 태풍이 2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도 충격적이었지만 한국에서는 기록된 바 없는 초강력 바람에 관심이 몰렸었다.

또 겨울철에 근접한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은 바닷물의 수온이 그만큼 상승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태풍의 강도와 수온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a  슈퍼태풍 한반도 상륙 가상 시나리오 세미나에서는 (왼쪽부터) 강원대 함희정 건축공학과 교수, 기후변화센터 재난재해분과 박종길 정책위원, 제주대 태풍연구센터 문일주 소장,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하종식 부연구위원이 참석해 발제와 토론을 이어갔다.

슈퍼태풍 한반도 상륙 가상 시나리오 세미나에서는 (왼쪽부터) 강원대 함희정 건축공학과 교수, 기후변화센터 재난재해분과 박종길 정책위원, 제주대 태풍연구센터 문일주 소장,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하종식 부연구위원이 참석해 발제와 토론을 이어갔다. ⓒ 온케이웨더 박선주 기자


이 자리에 모인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면서 한국 근해의 기온이 상승하는 등의 영향으로 한국에 강도가 높은 태풍이 내습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슈퍼태풍 한반도 내습 대비해 건물내진 설계해야"

이번 세미나에서 제주대 태풍연구센터 문일주 소장은 '슈퍼태풍 한반도 상륙 가능성과 대응'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태풍이 발생하는 위도가 북상하고 있고 해양의 열용량과 풍속이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20~30년 내에 한반도에 슈퍼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강한 태풍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과거의 태풍 통계를 고려해 건물 설계 등의 대비를 하고 있는데 슈퍼태풍이 발생하면 그 피해가 막대 할 것"이라며 "이런 점을 고려해서 기후변화 적응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  제주대 태풍연구센터 문일주 소장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의 수온 증가로 태풍의 위력이 거세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대 태풍연구센터 문일주 소장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의 수온 증가로 태풍의 위력이 거세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박선주 기자


태풍은 열대저기압 중 강한 폭풍우를 동반하는 기상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태풍의 중심 부근의 최대풍속을 기준으로 그 위력을 구분한다.


전 세계적으로 해수면 온도가 26℃이상 되는 특정한 열대 해상에서 발생하는 저기압 중에서 중심부근의 최대풍속이 초당 17m 이상인 것을 태풍(Typhoon), 허리케인(Hurricane), 사이클론(Cyclone)이라고 부르는데 이 중 북태평양 서부에서 발생하는 것을 태풍이라고 한다.

한국은 일반적으로 중심부근 최대풍속이 초당 17m 이상인 것을 태풍이라고 정의하고, 태풍의 강도를 약·중·강·매우 강으로 분류한다. 한편 세계기상기구(WMO)는 태풍을 중심부근 최대풍속이 초당 33m 이상인 것으로 분류하고 그 이하는 열대폭풍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슈퍼태풍은 중심부근 최대풍속이 초당 65m 이상인 태풍으로 우리나라 태풍 분류기준에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다만 미국합동태풍경보센터(JTWC)가 중심부근 최대풍속이 초속 65m 이상인 태풍을 '슈퍼태풍'으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태풍 분류기준은 중심부근의 최대풍속이 초속 44m 이상인 것을 모두 '매우 강'으로 분류하고 있다.

문 교수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의 수온 상승으로 슈퍼태풍이 통과하는 위도가 지난 38년 사이 북위 28도에서 북위 34도로 6도나 북상했다. 지구의 해수면온도는 1970년부터 2004년 사이 약 0.5℃ 증가했다. 이런 점을 미뤄볼 때 한반도에서 슈퍼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태풍이 강한 위력을 유지하려면 지속적으로 바닷물에서 열을 공급받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슈퍼태풍이 한반도를 덮친다면 난류를 타고 올라와 부산·경남 등 남해안으로 상륙하는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태풍 한반도 내습 빈도는 줄었지만 강도는 세져"

문일주 교수는 "2000년 이후 한국에 영향을 준 태풍의 수는 다소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내습한 태풍의 강도는 더 세졌다"고 밝혔다.

2000년 이후 북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은 연평균 22.8개가 발생했고 그 중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은 연평균 2.9개였다. 과거 한국에 영향을 준 태풍을 보면 1970년대 연평균 3.4개였고, 1990년대에는 연평균 3.8개에 달했다.

그에 따르면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의 강도(최대풍속 극값)는 1970년대보다 2000년대에는 초속 15m가량 빨라졌다. 일강수량의 극값도 같은 기간 100㎜ 가량 늘어났다.

a  강원대 함희정 교수가 지구온난화에 따른 태풍 동반 풍속과 내풍 방재기술 개발을 주제로 발표했다.

강원대 함희정 교수가 지구온난화에 따른 태풍 동반 풍속과 내풍 방재기술 개발을 주제로 발표했다. ⓒ 박선주 기자


강원대 함희정 건축공학과 교수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태풍 동반 풍속과 내풍 방재기술 개발'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태풍의 풍속 비교와 산업시설물의 강풍 취약성 등의 연구 자료를 검토한 결과 우리나라 상당수의 건축물들은 슈퍼태풍급이 아닌 일반 태풍에도 안전하지 않을 경우가 있다"며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방재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기후변화센터 재난재해분과 박종길 정책위원은 "미국의 경우 재난취약지역을 정부가 사전에 파악해 해당 지역이 위험 지역임을 알리거나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재난보험에 가입하도록 권장하고 있다"며 "이에 비하면 한국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재해에 대한 대비가 아직은 많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자연재해의 위력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 모인 전문가들은 한국의 사회·경제 규모를 고려한 태풍재해 방재시스템이 취약하고 SOC(사회간접자본)와 같은 주요 자산의 내구성도 낮은 만큼 앞으로 태풍재해에 대한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향후 태풍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비해 사회간접자본과 건물 등의 지속적인 내구성 강화 노력, 관련 기술 개발 등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덧붙이는 글 박선주(sun@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슈퍼태풍 #태풍 #태풍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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